“There will be no miracles here”
"There will be no miracles here"
이곳에 기적은 없다.
몇 년간의 몸부림 끝에 문득 그런 생각에 도달했다. 꿈꾸거나 신념을 갖거나 열심히 하지 말 것. 때로는 어쩔 도리 없이 그냥 그래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발버둥을 치면 칠 수록 꿈을 꾸면 꿀 수록 어떤 기적을 간절히 바라면 바랄 수록… 끌어당김의 법칙이 적용된다. ‘정확히’ 그 반대로… 그러니까 무언가를 끌어당기려고 애를 쓰면 쓸 수록 오히려 반대의 힘이 거세게 작용되어 오히려 속수무책으로 바로 그 반대의 방향으로 끌어당겨지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힘을 빼고 가만히… 한 숨에 그저 단 하루씩만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래야 한다. 그냥 그래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늪에서는 오히려 힘을 빼고 있어야 그나마 덜 가라앉는다.
이곳에 기적은 없다. 안타깝지만…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묘한 안도감을 가져다 준다.
정말 잘 알고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깨달은(혹은 깨달았다고 생각하는)사람들이 그토록 ‘주장’ 하는 ‘현재(존재하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를 비로서 힐끔거리며 쳐다볼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여전히 똑바로 바라봐지지는 않지만…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존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다.”
- 톨스토이 인생독본
최근에는 명상도 참 종류가 다양하다. 걔중 ’몰라 명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서도 잘 사용되는 문구이다. 생각이 많은 나는 이 간단한 ‘몰라 명상’을 어느 순간 나 자신과 타인을 향해 들끓는 온갖 시비판단을 순간적으로나마 중지하는 도구로 종종 활용하곤 하는데,
불안과 욕망으로 미래를 바라보려고 머리를 쳐드는 순간 나는 속절없이 그만큼씩 끌어당겨진다. 어떠한 전략도 구상도 꿈도 지금은 살기 위해 내던져버려야 할 때. There’s no miracles here. 그러니 지금 이 순간 그저 단 한 숨에 단 한 걸음씩만.
2007년 터너상최종 후보자로 선정 된 적 있는 네이선 콜리는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종교적인 건물들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작업을 한다. 그는 2006년 마운트 스튜어트 Mount Stuart(스코트랜드)의 18세기 조경 스타일 정원 내에 6m비계틀을 이용해 “There will be no miracles here” 라는 조명 텍스트를 전시했다. 17세기 프랑스의 한 마을에서는 기적이 아주 자주 일어나곤 했는데, 왕실에서는 이 빈번한 기적행위들에 대해 순례자들을 제재 하고자 이 문구가 포함된 선언문을 공지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렇듯 공공의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 사회, 종교, 정치적인 신념이 어떻게 작은 마을부터 도시 등 공공의 공간에 영향을 주는지, 또 그에 따라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구성해가고 있는지 건축과 신념의 관계에 기반한 실천적인 작업들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