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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31. 2023

[100-31] Razzle Dazzle

(feat. 은폐엄폐, Alejandro Gehry)


Alejandro Gehry, Razzle 1, 2021/2022, oil and acrylic on canvas,

원색들의 향연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기분이 순식간에 밝아진다. 와글와글 왁자지껄 흥겨운 느낌이다. 알레한드로 게리. 의 Razzle.


게리… 건축계의 아티스트, 혹은 이단아 프랭크 게리의 아들이었다. 아마 평생을 꼬리표처럼 같이 붙어 있었을 이름일 텐데… 그는 그런 삶이 좋을지 싫을지 잘 모르겠다.


조금 울적한 마음이 밝아져 한참을 보게 되었는데, 세계 1차 대전 때의 Dazzle camouflage를 모티프로 한 거라고 한다.


영국 예술가이자 해군 장교인 노먼 윌킨슨는 Dazzle Camouflage 운동(미국에서는 Razzle Dazzle로 알려짐)을개척했다. 적들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배에 위장무늬들을 칠했는데, 밝고 시끄러운 색상과, 대조적인 대각선 줄무늬를 사용하여 배의 크기와 방향을 측정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Razzle Dazzle>> Dazzle camouflage>> 카무플라주 >>위장 >> 은폐엄폐 ::
은폐는 위장에 가깝고, 엄폐는 나를 보호할 수 있는 바위등의 방패 뒤로 나를 숨기는 것에 가깝다.  


어제는 어릴 적 고무줄놀이를 하며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불렀던 노래가사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가 (전우여 잘 자라_현인) 내내 생각나더니 오늘은 카무플라주가 보인다. 생각의 연결들이 흥미롭다.


글을 써야겠다고 시작한 지 31일째. 이제 나를 보이는 자기 독백 형식의 일기 같은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글을 쓰는데도 단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첫 번째는 나의 감정이나 경험, 생각들을 끄집어내고 발산하기 시작하는 단계. 이때 안전하게 실험해 볼 수 있는 인큐베이팅 형식의 플랫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에는 나의 생각과 경험과 정보와 통찰과 방향이 비빔밥처럼 어우러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떤 요리가 되든 필요한 재료(주제)들을 고르고 다듬고 적당한 양을 맞춰서 요리하는 연습들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떤 요리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를 땐 재료들을 찾아보고 준비하고 손질하고 양을 맞춰보는 연습들이 필요한 걸지도…


어떤 분의 글을 보게 되었다. 뒤늦게 SNS를 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누군가의 발언에 반대하는 글을 올리자 이웃들 몇백 명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시간이 좀 지나면서 이미 이웃인 줄 알고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이 다시 이웃신청을 하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나는 꽤 흥미롭게 들렸는데,


- 첫 번째로는 온라인상으로는(사실 오프라인상으로도 마찬가지다) 극단적인 반대의 글을 올려서는 안 된 다는 것.

- 두 번째로는 어떤 식으로 소통하든지 일반적으로는 좀 피상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으로 빠르게 디스커넥팅과 커넥팅을 한다는 것(그 속도가 빠르다)

- 세 번째로는 온라인상의 투명함이란 무조건 좋아요의 투명함이라는 것. 거슬리는 것. 반대되는 것은 거의 자동적으로 빠르게 처리가 된다는 점. (한병철 참고)

-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관찰하며 관찰당하고 있다는 점


아날로그의 삶의 형태를 조금 더 지향하는 듯한 그분의 결론은 ’몇 천명이나 되는 이웃은 솔직히 너무 많지않은가.‘ 라는 것이었다.


나는 몇만 명 몇십만몇 백만 명이 드나드는 플랫폼에 나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는 개념이 있다. 연예인 같이 드러나면서 더 밝아지는 태양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시들시들 죽어간다는 느낌이 든달까. 오히려 달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에 가깝다고 느낀다. 내가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수순이라 가능한 나를 은폐하고 싶어 한다.


어제 내 입에서 흘러나오던 전우의 시체는 나의 부정적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감정들을 의미했다. 무언가를 정말 힘겹게 넘어서는 듯한 심정으로 목표했던 일을 겨우겨우(거의 울다시피)하면서 나를 끌고 간 거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고 나서도 부끄러워 내내 이불킥을 하는 중이다. 나는 부족한 나를 자꾸만 숨기고만 싶은데 문제는 특히 이 시대에 어떻게든 드러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던 와중에 연결되는 ‘은폐 엄폐, 카무플라주. 그리고 게리의 Razzle Dazzle… ’ 꽤 흥미롭게 다가오는 키워드들이었다.



“현재까지의 소결론: 나에게 카무플라주란? 그냥 상황과 맥락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마치 예술작품처럼 드러나는 정체성은 재창조해 나가면 되는 것“




https://curator.guide/alejandro-gehry

http://gallery169.com/

https://twistedsifter.com/2010/02/razzle-dazzle-camouflage/

https://en.wikipedia.org/wiki/Dazzle_camouflage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은폐엄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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