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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Feb 05. 2023

[100-35]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정신없던 며칠이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지금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


누군가는 사는데 급급해 꿈으로 꿀 수 조차 없는 비행기 안에 지금 내가 있는데, 내가 바로 그 비행기에 대한 꿈조차 꿀 수없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는 게 정말 아니러니 하다.

이런 이야기들은 도통 발란스가 맞질 않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풀어내야 할지를 몰라 그 냥 결국 삼키고 숨기는 편이 편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와이파이를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잘 안 되는 바람에 끄적인다.


하긴, 세상엔 별 희한한 일들이 많기는 한 것 같다.


내가 지인들에게 나의 일상을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설명해도 이해가 닿지 않으니 서로 입만 아프고 오해만 되고 결국 감정만 상하는 결과라… 뭐 여기서 상하는 감정이란 화의 종류라기보다는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에 가깝다.


어쨌건 나는 사람들에게 이해가 잘 되는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좀 외롭다. 외로운 건 괜찮은데..

뭔가 소통이 늘 어렵게만 느껴진다.




젊음이 지나간 자리를 메꿀 기억이 저금해 둔 돈보다 적 다면, 견딜 수 없이 후회할 것만 같다.

유지혜-쉬운 천국


젊음이 지나간 자리를 메꾸는 기억. 정신적인 가치를 물질 적인 가치와 비교해 두었는데, 사실 가치의 성격 자체가 다 르기 때문에 이건 측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체 어 떤 기준으로 저금해 둔 돈과 기억들의 양과 가치를 비교 가 늠할 수 있겠는가.


다만 이 문장을 보고 나는 나의 기억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는데... 나는 내가 싫었고, 내가 싫으니 내 삶이 덩달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 어떤 경험이든 내 머릿속에 마음속에 저장해두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내 경험들 이 기억들이 나를 메꾸지 않았으면 했다. 늘 다시, 다시 새로 만들고만 싶었다. 마치 줄곧 써오던 일기장을 모조리 태워 버리고 다시 시작! 하고 싶은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냥 살아지던 순간들이 깨끗하게 소멸해버렸으면 하고 바란 적이 많다. 그 기억들이 나를 라벨링 하지 못하도록.


나는 종종 사람들이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란 이런 것이다. 사람들은 선행을 했건 악행을 했건 어떤 특정한 순간의 업적에 의해 만들어진 평가로 한 인생을 라벨링하며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회자되거나 구설에 오르게 되는 점이다. 한 존재를 죽거나 쉬게 두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는 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일반적인 시각으로 형성된 평가는 거의 반세기 이상을 가는 듯하다. 간혹 몇 세기가 지난 후에 재평가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천국과 지옥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천국이 되기도 지옥이 되기도, 지금 여기의 현실이 되기도 하는 등, 그 모든 공간들은 그저 다 함께 그렇게 공존하고 있는건 아닐까.


내가 지금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다고 너무너무 감 사한 일이라며 호들갑을 떨며 좋아라 할 일도, 미국 다녀온다고 뾰족한 수가 생길리가 없다고 딱히 싫어라 할 일도 아니다. 또 뭐 그렇다고 그리 대단히 복잡한 사정이 숨어있는 것도 아니지만, 언감생심 미국을 간다. 당장의 버킷리스트에 있지는 않았던 미국이지만, 그 유명한 미국은 처음이라 흠...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기분은 무척 좋을 것 같다.


이런 기억들이라면 뭐 수집해 둘 만한 괜찮은 기억들이겠다. 결국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도, 소통을 잘하는 것도 편집 능력에 달려 있는 것 같으니…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드림즈컴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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