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Monet, 아르장퇴유, 화가의 정원)
소박한 집 한 채가 있는 곳에 꽃들이 가득 피어있다. 다양한 색과 종류의 꽃덤불이 화면의 2/3이나 차지하고 있는데 유난히 붉은 꽃들이 그림에 생기를 더해준다. 바람 때문이었을지 한껏 기울어진 나무도 보인다. 꽃과 나무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집은 소박하고 단정해 보이는 이층 집인 듯하다. (삼층집일지도…) 짙은 고동빛의 지붕색과 상아색의 벽채, 연한 푸른빛의 나무와 짙은 초록빛의 꽃잎들. 꽃들은 화면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다양한 색을 썼지만 유난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색들이 어우러진다. 꽃무더기의 사선 방향으로 가면 집과 나무에 시선이 가닿는다. 집이 균형감 있게 화면을 잡아주고 있다. 한 톤 낮은 채도의 색들은 얼룩덜룩한 구름사이로 비추는 듯한 빛들과 함께 차분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가만 보면 저기 저 울타리 옆으로 집으로 들어가는 길인 듯한 두 남녀가 보일 듯 말 듯 보인다. 멀찍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내심 반가운 마음이 생긴다. 하얀 드레스와 검은 정장을 입은 걸 봐서는 어딘가 외출을 다녀온 듯한데… 참 다정해 보인다.
왜 이 그림이 눈에 들어왔을까.
안정감이 느껴졌다. 전체적인 색감이 주는 무겁지 않은 진지함. 화면 앞쪽과 뒤쪽의 나무들은 서로를 향해 인사라도 하듯 부드럽게 굽어 있었다. 아치형으로 부드럽게 감싸는 나무들의 몸짓을 화면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화가의 마음이 문득 보이는 것 같았다.
클로드 모네는 1871년 센 강둑에 있는 아르장퇴유에 집을 빌렸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을 피해 영국으로 갔다가 1871년 가을 카미유와 아들 장을 데리고 잠시 네덜란드에 체류했다가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아르장퇴유에 거처를 정하고 정원을 가꿨다고 한다. 아르장퇴유, 베퇴유, 지베르니, 그는 그의 삶 속에서 가능한 한 정원을 가꿨다..
“아르장퇴유의 화가의 정원 혹은 달리아가 있는 정원 모퉁이”
장미가 아니라 달리아들이었을까? 시야를 탁 트이게 해 주거나 특정한 주제가 두드러지는 풍경화가 아니면 잘 와닿지 않는데, 보일 듯 말 듯 화면에 자리하고 있던, 참 유난히도 다정해 보이던 저 두 사람의 모습이 내내 마음에 남아 오래 바라본다.
미술이라는 사건이 일어날 때.
“미술은 벽에 걸려 있는 사물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과 만날 때에만 일어나는 사건이다."
-요한 이데마, 박물관 100% 활용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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