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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Jan 16. 2023

[100-16] 화려하고 복잡한, 아트한스푼  

(feat. 구스타프 클림트)


황금으로 그림을 그렸던 화가가 있다.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그림, 사람들의 눈과 욕망을 사로잡으며 그만큼 수많은 복제품들로 어쩐지 흔해져버렸던 이미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궁에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진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국외반출이 금지되어 있다.  


Photo: Ouriel Morgensztern, ©️ Belvedere, Wien


화려하고 아름다운데 또 어쩐지 애달프고 슬프다.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 열광하는 것, 칭송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쩐지 반감이 생기곤 하는 나로서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생각을 잘하게 되지 않던 그림 중 하나였다.  


글쎄,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것도 사실 너무 흔해서 진부한 주제이긴 하지만, 사는 내내 어떤 식으로든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처럼 너무 흔하지만 너무 흔해서 간과되기도 하는 것들이 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알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은 수치스러움으로 시작해서 이어지는 겸손함 혹은 당혹스러움으로 시작해서 이어지는 호기심 같은 감정들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버지는 금세공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클림트의 황금빛 그림들은 실제 금으로 그린 그림들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클림트의 모순적인, 혹은 이중적이거나 양면적인 면은 그의 삶 안에서, 그림 안에서도 함께 표현이 되고 있다.


여성편력이 있었고, 결혼은 한 번도 하지 않았으나,

(모델들은 그의 스튜디오에서 거의 반나체 상태로 생활을 했으며 그는 모델들과의 염문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그가 생존했을 당시에 낳았던 3명의 아이를 포함해 사후에는 14명의 사생아가 클림트의 친자임을 주장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 중 4건의 소송이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그의 친동생 와이프의 여동생이었던 에밀리 플뢰게와는 평생 연인 사이인 듯한 (우리가 보기에는 참 애매한) 사이로 지냈다. 이것이 그의 진짜 사랑이라고도 하고, 성적인 사랑과는 구분시키려는 듯한 이분법적 사고로 이 둘의 사랑이 플라토닉 러브였다고도 하는 등 의견은 분분한데, 사랑은 여러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므로 어쩐지 의뭉스러운 그의 삶과 작품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에밀리를 그린 그림과 다른 여인들을 그린 그림에도 차이가 있다. 뭔가 에로틱한 느낌의 다른 그림과는 달리 에밀리의 그림은 좀처럼 에로틱하지가 않다. 그런데 둘은 늘 함께였다. 동반자적 관계를 평생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에밀리 플뢰게는 말하자면 코코 샤넬처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당시 알아주는 패션디자이너였고, 클림트의 그림과 그녀의 디자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그래서, 이 [[키스]에 있는 여인이 에밀리 플뢰게라는 의견도 있고,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다.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조심스럽고 불안했던걸까? 그들은 절벽의 끝에 있다. 목이 이상하게 꺾여 있다는 둥, 여자는 키스를 거부하고 있는거라는 둥, 남성의 수직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에 비해 여성은 너무 무기력한 자세가 아니냐는 둥 그런 의견들도 있고, 그냥 보기에는 전형적인 연인의 모습으로 너무너무 사랑하는 듯 애틋하게만 보이기도 한다.


혹자는 저 그림에서 생명의 탄생을 발견하기도 했는데, 클림트는 생물학에도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가 그린 장식무늬 중에는 세포 형태의 무늬도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그림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일련의 상징을 발견했다.


추상과 구상이 함께 있는 그림으로도 의미가 있다. 보통 그림들은 구상이면 구상 추상이면 추상 이렇게 한 방향으로 가는데, 얼굴의 묘사와 옷의 묘사를 보면 클림트는 이 두가지를 한 화면에서 동시에 구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림트의 그림들이 무수한 추측과 궁금증을 낳는 이유는, 클림트가 그림 외에는 자신에 대해서나 자신의 작품에 대해 쓴 글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했다던 말이다.  


화가로서의 나를 알고 싶다면, 내 그림을 주의 깊게 살펴보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



이 사람, 나에게는 짜증을 돋우면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예술가의 도덕성에 대해, 여성에 대해, 모순에 대해, 화려함에 대해, 소박함에 대해, 사랑에 대해, 불안함에 대해, 두려움에 대해, 사회와 예술의 관계에 대해,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해, 억압과 그것이 표출되거나 숨겨지는 방식에 대해, 생명력과 죽음에 대해 등등등 그의 작품과 그의 삶은 앞으로 좋은 생각거리들이 되어 줄 것 같다.   



생애 대한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 여성에 대한 사랑,

사랑타령을 하는 듯한 그의 작품들은



그럼에도 결국,



사랑.


Gustav Klimt, Liebespaar(Kuss) 연인(키스) 1908 (completed 1909)©️ Belvedere, Wien

P.S.

- 국외 반출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 이 [키스]만인지, 다른 작품들도 국외반출이 금지되어 있다는 건지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 몇 시간 동안 뒤져봤지만, 이 작품만큼은 국외반출이 금지되어 있는 게 맞다.


- 2022년 밸런타인데이 때는 벨베데레 궁측에서 이 작품으로 NFT 판매사업을 시작했다. 디지털로 그림을 1만 조각으로 나눠 조각당 약 1850유로(약 250만 원) 판매.


- 현재 그랜드 워커힐 서울의 빛의 시어터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인 모션] 체험형몰입 전시가 진행중이다. 2023년 3월 5일까지


참고

https://www.belvedere.at/en/permanent-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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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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