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의 잠 못 이루던 밤_ 16
나는 조지아 오키프의 하늘 그림을 참 좋아한다. 네모난 구름이 하얗게 깔린 하늘이라던가, 살구빛의 하늘색, 그냥 하얀 하. 늘.
꽃과 사막의 화가로 알려진 그녀는 유난히 여성의 성기모양을 한 것 같아 보이는 꽃의 일부분을 확대하여 그렸다. 그녀는 현대인들은 너무 바빠서 작은 꽃의 작은 일부분까지 들여다보지 않을 것이기에 라는 의도였다고는 하나 사람들의 눈에는 성기를 비유한 것 같아 보일 뿐이다. 뉴멕시코의 사막에서는 동물의 두개골에 홀릭되어 동물의 뼈를 뉴욕의 스튜디오로 보내 그리는데 열중하기도 했다.
어쨌건 그녀는 그림을 그렸고, 지금은 20세기 미국 모더니즘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낸 화가로 자리하고 있지만, 역시 여성으로서 남성중심적인 사회, 특히 미술계에서 수많은 가십들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기도 했다.
여성예술가들을 훑어보고 있는 중인데, 오키프는 스티글리츠를 만나 성공할 수 있었지만 속은 좀 많이 시끄러웠다고 한다. 인정받지 못하는 혹은 남성들에 의해 짓밟히거나 억압당한, 혹은 누군가의 예쁘장하고 성적인 속내들로 가십거리가 될 수밖에 없던, 여성화가들 혹은 여성들의 삶…….
?!?!
죽 들여다보다 보니 문득,
’ 억압받고, 고통당했던, 인정받지 못했던, 그 삶이 그래서 참으로 가엾은 ‘
이라는 뉘앙스가 거슬리기 시작한다.
좀 더 풀어봐야 할 의문이긴 하지만, 서로를 성장시키는 동력으로써의 ‘상호작용’의 측면에서는 이런 관계들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
성장하기 위해서 주변의 요소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앞에 보이는 화려 반짝한 스타들의 뒤에는 늘 조력자가 있다. 조력자 없이 혼자 모든 일을 다 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 큰 착각일 수 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는 미당 서정주의 시 구절이 문득 떠오르는데…이 바람을 무엇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바람이 되기도, 해가 되기도, 물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늘이 되기도 지옥이 되기도 하는 법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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