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PNB 지젤)
한국에서는 발레 시즌에 티켓이 없었다. 티켓마감이 빨리 되어 한번 보여주겠다는데 가보질 못했다. 결국 나의 첫 발레공연은 시애틀 PNB(Pacific Northwest Ballet)의 지젤. PNB는 아예 건물이 따로 있었다. 발레공연만을 위한 건물이라고 한다.
요즘은 운동으로도 발레를 많이 하신다. 몸짓이 예쁘고 튜튜도 토슈즈도 여성여성한 느낌에 요즘은 많은 어린 아이들이 발레를 시작한다. 근데 발레 공연도 그만큼 많이 즐기나? 생각해 보면 음. 약간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느낌이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피아노 콘서트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어린 시절 피아노를 참 열심히 배우러 다녔지만 그 당시에 피아노콘서트를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도 별로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유튜브에서도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오픈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영상으로도 볼 수 있을텐데 공연을 하는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에 대한 집중력이 달라 공연을 보는 것과 영상으로 보는 것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미국은 한국처럼 공간이 세련되게 관리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오래된 느낌, 모든 게 그냥 경직되어 있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오케스트라의 공간이 무대 아래쪽에 있는데 사람들은 그냥 자연스럽게 그 앞으로 가 오케스트라단을 보고 있다. 그렇다고 사진을 막 찍지는 않는다. 그냥 그 시간과 공간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까. 쉬는 시간에는 와인과 함께 편하게 즐기면 된다.
지젤
지젤을 한번 보고 싶긴 했었다. 발레 하면 늘 겨울시즌에 나오는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또 뭐가 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 어쨌건 내가 알고 있는 지젤은 ‘순수한 시골처녀’ 라는 것뿐이었다.
1막에서는 순수한 시골처녀,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약하고 아름답고 순진한 그런 소녀가 알브레히트라고 하는 귀족 청년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런데 이 귀족 청년은 알고 보니 약혼을 한 사람이 있었고, 그래서 그걸 알게 된 지젤이 심장도 약하다 보니 충격과 배신감에 죽었다. 허?!
그래서 2막에서는 (남자들 때문에 상처받아) 죽은 처녀귀신들 willy들의 군무가 나오고 그것이 지젤공연에서는 포인트가 되는 군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지젤이 윌리가 되는데, 무덤이 있는 이 산속 윌리들이 있는 곳에 남자들이 들어오면 죽을 때까지 춤을 추게 해서 죽게 만든다는 것이다.미르타라고 하는 월리들의 여왕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알브레히트가 무덤가에 왔다가 지젤의 영혼에 홀렸다가 윌리들을 대면하게 되는데 이때 지젤이 끝까지 알브레히트를 보호해서 죽지 않게 지켜준다는 이야기였다.
종합해 보자면 순수하고 순진한 게다가 아프기까지 한 시골 아가씨 지젤이 약혼자도 있는데 다른 여자 보고 훅 마음빼앗기는 알브레히트를 만나 러브러브하게 달콤한 시간을 보내다가 남자의 거짓말을 알아채고 충격받이 죽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지젤은 죽어서도 이 순수하게 사랑했던 그 마음을 지켜낸다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다.
남자들은 왜 바람을 피우는 걸까. 근데 그걸 또 여자들은 왜 받아주어야 하는 건데? 뭔가 너무 전통적인 젠더 이미지의 스토리였다는 데 배알이 꼴려버렸다.
하지만, 눈앞에서 발레 공연을 보았다는 건 왠지 멋진 일이었다. 지젤 이야기를 잘 모르고 봤지만, 발레가 이토록 마임적인 줄 몰랐다. 단지 춤선뿐 아니라 몸짓으로 제스처로 바디 랭귀지로 소통해 가는 스토리가 꽤 연극적이고 직접적이 라는 생각이 든다. 스토리가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한국무용과 비교 생각해 보면… 그것도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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