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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Feb 19. 2023

[100-50] 시애틀에서의 잠 못 이루는 밤_12

(feat. Rainier Mountain)

다시 왔다. 레이니어.


레이니어산(Mount Rainier)은 미국 워싱턴주 캐스케이드 산맥에 있는 화산이다. 성층화산으로 활화산이며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다. 가까이에 세인트헬렌스 산이 있다. 1791년 조지 밴쿠버 중위가 발견해 그의 친구인 피터 레이니어 소장의 이름을 따 명명하였다. 산 정상에 있는 화구는 10세기때의 분화의 증거이다. 가장 최근 분화는 1820년부터 1854년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1800년대 후반에도 분화가 목격되었다고 한다. [1] -위키백과


마지막 분화가 1894년이었다고 한다. 꽤 위험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윈도우 배경화면의 실제 장소일 정도로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이번엔 미리 스노체인을 준비했다. 의무적이라 없으면 못 들어간다.

아침 일찍부터 왔더니 길이 다소 미끄러워 보인다. 차로 올라가려다가 다시 돌아 내려와서 조금 걷기로 했다. 청바지에 운동화차림, 산속을 하이킹할 준비를 제대로 하고 오진 않았어서 머뭇거리다가는 조금이라도 걸어보자 한다.


산속으로 들어가 보자. 본인은 등산을 주기적으로 즐겨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산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다. 그러나 산에 들어가니 길게 뻗은 나무들에 둘러싸여 문득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숲을 떠나 나무숲으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나무들이 새삼 고맙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수의 나무들이 군데군데 쓰러져 있어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큰 나무라면 뿌리도 더 길고 넓고 튼튼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쓰러져들 있는 거지? 군데군데 쓰러진 나무의 선들이 묘하게도 아름다운 선들을 만들어 내어 눈이 즐거웠지만, 그 점이 내내 궁금했다.



나는 나무의 가장 외피인 껍질의 느낌과 패턴을 좋아하는데,  나무껍질에 대한 아이디어로 작업을 해보기도 했고 언젠가는 껍질을 주제로 뭔가 그리거나 만들거나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숲에 사는 누군가가 나무껍질을 먹었나 보다. 구멍이 뚫린 패턴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껍질… 비와 해와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버티고 견뎌낸다. 그렇게 갈라지고 터지면서 연약한 부분들을 묵묵히 지켜내고 길러낸다. 나무껍질의 그 표면들이 나는 어쩐지 늘 눈물 나게 슬프고 아름답게 느껴지곤 한다.



누군가 눈에 얼굴을 만들었는데 즐거웠다. 타인을 위해 작고 유쾌한 흔적들을 남기자.

빛이 없다가 생겼다. 빛이 만들어내는 무늬들을 보며 모네의 그림을 문득 떠올린다.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인지는 모르겠지만, 안녕. 레이니어.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레이니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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