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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Feb 21. 2023

[100-51] 시애틀에서의 잠 못 이루는 밤 _13

(feat. 오레곤, 태평양, 캐논비치, haystack건초더미 바위)

오레곤 주로 넘어왔다. 미국은 워낙 넓고, 딱히 크게 관심을 둘 만한 일이 없었어서 지리를 잘 모르는 편이었는데, 퍼시픽 바다를 끼고 있는 미국 서부. 시애틀이 있는 워싱턴주 아래, 샌프란시스코와 LA등이 있는 캘리포니아 주 위에 오레곤 주가 있다. 오래곤 주에 포틀랜드가 있다.


오레곤 주 캐논비치에 건초더미를 닮은 Haystack Rock바위가 있었는데, 다소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는 태평양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어쩐지 조금은 쌩뚱맞은 느낌으로 우뚝 서있었다.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나무는 거의 땅에 누울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독특한 자세로 자라고 있는 너.

사람들은 점점이 보인다. 꽤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아기자기한 한국의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곳을 걸으면서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는데, 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한국인들은 참 거리가 가깝게 살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나라라 옹기종기 모여 살다 보니 그런 건 아닐까. 한국인의 ‘정’이라는 독특한 문화는 장점과 동시에 단점으로 느껴질 때도 많은데, 서로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불편함들을 느끼게 될 때 종종 그렇다.


오레곤 주를 찾아보니 면적이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큰데(255,026, 인구는 남한의 10분의 1 정도인 4,142,776명(2017년 통계)라고 한다.


서로 함께 살고는 있지만 또 조금은 멀찍이 떨어져 서로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인정해 주는 그런 분위기가 오히려 좋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간혹 길을 가다 마주치게 되면 여기서는 멀찍이 떨어져서 혹은 멈춰서서 ‘실례한다. 미안하다’ 라면서 거리를 내어주곤 한다. 사실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문화라 무턱대고 별 생각없이 막 사람들을 가로질러 지나가버리기도 한다. 나중에서야 오, 미안~ 이라고나 할까. 미리 멈춰서서 지나갈 공간을 내어주는 습관이 나에게는 장착되어 있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썰물 때라 넓은 바닷길을 걷는다. 특히 큰 개들과 함께 바닷길을 거니는 분들을 많이 보았는데, 덕분에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한 친구는 프리스비를신나게 하다가 갑자기 하기가 싫어졌는지 주인이 뒤 돌아 있는 사이 슬그머니 내려놓고 만다. 지나가다가 문득 보게 되어 우리는 모두 함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Cannon Beach, Haystack Rock, 235피트

해양생명체들을 보호하고 있는 오레곤의 Marine Garden 중 하나.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조간대 구조물이라고 한다. 웅덩이에는 불가사리, 말미잘, 게, 삿갓조개, 민달팽이등 많은 해양동물들이 살고 있으며 바위 위쪽에는 많은 수의 새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바닷새들의 보금자리였다.



‘새만 들어갈 수 있어요.’ 작지만 분명하게 그려진 사람 금지표시가 왠지 감사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사람금지.


한참을 걸었던 거다. 몇 시간을 달려 건초바위 찍고! 해변가를 나오니 어둑어둑해졌다.

이 마을이 참 아기자기하게 예뻤다. 바닷가 근처라 물가가 꽤 비싼 듯했지만, 해변에서 나오는 길에 동물 인형들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태평양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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