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아트한스푼
늘 떠나고 싶어 한다. 여기서는 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 같다는 일종의 두려움 같은 직감이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도무지 떠나 지지가 않는다. 몇 번 나름대로 시도를 해봤는데 마치 고무줄을 힘껏 잡아당기는데 결국 마지막에 힘이 빠져 다시 제자리로 핑! 하고 돌아오며 오히려 더 큰 충격을 받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그런 트라우마 같은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신경이 한동안 예민해져 있는 중이다. 올해 나의 주제는 자립인데 도무지 자립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내가 의존해야만 하는 그런 상황들이, 불안하고 억울한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면 나는 내 힘으로 일어설 수가 없다. 그것 참. 애매한 일이다.
그러던 중 오늘은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어쩌면 인간의 삶의 모습은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는데 나의 과거가 현재에 다른 얼굴과 조금씩은 다른 관계들로 다시 나타나 있는 것 같은 느낌. 그것이 나의 주제인 건가? 다행히도 이번에 나는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게 도움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나 컸구나!
그런데 그게 자랑스럽다기보다는 이 뭔가 조금씩 형태를 바꾸며 다시 또다시 끊임없이 주어지는 장애물과 고통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주제는 내 인생 게임의 주제인가 보다. 하나씩 나름대로 숙제를 해나가며 레벨 업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런데 그 눈에 보이지도 않고 대단치도 않으며 돈도 되지 않는 레벨 업은 대체 무엇을 위해 하고 있다는 말인가.
세상은 진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슬프고 아프고 고통스럽고 도움이 필요한 개개인들의 삶들은 계속해서 변주되고 있다.
엉망진창이고 혼란스러운 상황. 하루라도 더 빨리 그 상황에서(물리적으로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눈이 머물렀다. 지난번에도 슈리글리 그림이더니 이번에도 슈리글리다.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천진하고 마음을 가볍게 하는 그림들이 나는 꽤 마음에 드는가 보다. 작가와 1897년 시작된 영국 프리미엄 여행가방 브랜드 글로브 트로터(Globe-Trotter)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이다. 이 여행가방은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응하고 있는 국경 없는 의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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