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롭다.
간신히 피한다.
언제까지 피해야 할지 알 수가 없는데 본능적으로 피한다.
추는 그냥 거기에 있었을 뿐이고, 추는 그냥 자신의 할 일을 할 뿐이다. 생명은 그냥 거기에 있었을 뿐이고, 생명은 그냥 자신의 본능대로 역시 할 일을 할 뿐이다.
마치 시시프스의 형벌을 보는 듯하다. 시시프스는 신들을 우습게 여긴 괘씸죄로 산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는 형벌을 선고받았다. 있는 힘을 다해 바위를 언덕 꼭대기까지 밀고 가면 다시 바위는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그는 바위를 언덕 위로 올려놓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영원히 바위를 굴려야 했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운명이란 말인가.
위의 작품은 스위스의 예술가 마르크(1964~)의 비디오 조각이다. 양평 구 하우스는 몇 년 전부터 가보려고 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아 가보지 못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가게 되었는데, 내내 이 작품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끝나지 않는 고집스러움과 끝나지 않는 나르시시즘들. 끝나지 않는 감정들. 그런 것들을 보면서도 함께 떠올리게 되었다. 끊임없이 공격해 오는, 스스로 만들어낸 감정들을 피하느라 온 에너지를 다 쓴다. 나는 어쩐지 이 부분에 자꾸 집중하게 되었는데...
작가의 비디오 조각들에는 상자에 갇혀 장애물을 피하거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은데, 좁은 공간은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하는 제약을 함의하며, 여성은 자신의 행동으로 경계를 허물고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고자 노력하는 의미의 작품이다.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서 운영하는 디스커버리센터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We are impatient optimist"
우리는 인내심 없는 낙관주의자들이다.
빌게이츠는 스스로를 낙관주의자라고 부르는데 이 문구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수많은 난관과 좌절을 거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냥 더 열심히 일한다는 그의 마음가짐이라고 한다. 끝나지 않을 불평등이고 부조리함이다. 누군가에게는 끝나지 않을 감정적 고통들일지도 모른다. 포기하거나 그냥 더 열심히 일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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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