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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Mar 16. 2023

[100-75] 만남은 결핍에서 만들어진다.  

만남은 결핍에서 만들어진다.


관계가 얽히고 욕구들이 얽히며 갈등상황들이 생겨나고 있다. 나는 행동은 느린데 마음은 매우 급한 편이다. 이런저런 생각들과 아이디어들이 많아 늘 땅에 발을 잘 붙이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며 사는 데다가 무엇보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기승전결식의 정돈된 언어구사능력이 좀 떨어지는 듯하다. 이 부분에 대해 잠시 변명을 하자면 나는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부분까지 딥하게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일에만 매진하여 성실하게 살아오진 못했다. 그러니 내 머릿속에는 여기에 있는 정보 저기에 있는 정보가 이미 마구 뒤섞여 정리가 잘 안 된다. 내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이니 사람들에게 정돈된 상태로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을 잘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이 되다 보니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기를 꺼리게 되었다.


나는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면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러니 나름대로 도와준다고 하는데 내가 필요한 도움에 대해서는 나 조차도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필요하지 않은, 도움들을 종종 받게 된다. 사자와 소의 일화에서처럼. 사자는 소에게 고기를, 소는 사자에게 풀을 열심히 갖다 주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서로에게 명확하게 필요한 부분을 말하지 못한다. 말 못 하고 그저 끙끙대다가는 내가 살아야 하니 결국 뒤돌아서는 상황이 발생하고 마는데.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사자는 당황스럽고 소도 당황스럽다.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나는 결국 배신을 당하는구나. 소는 믿을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사자는 믿을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뭐 이런 상황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꺼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음의 빚만 자꾸 지면서 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고집스럽다는 말을 자꾸 듣게 된다. 내가 고집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말을 안 좋은 시선으로 듣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보통은 자신은 도와주려고 했는데 내가 말을 안 듣는다. 는 뉘앙스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한참을 이야기했다. 갈등상황도 있었고, 그래서 이야기를 피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한참 동안 그 과정을 겪고 나니 서로가 필요한 부분이 이해가 되고 합의가 되는 지점이 보인다. 사실 내 인생은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남들의 눈에 어떤 부분이 부족한 것 같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걸 안 하고 있는 것 같고, 어떤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그건 본인의 가치관과 입장에서의 판단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상대방이 연장자일 경우 그것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었더라도 강요가 될 수 있다. 나는 늘 약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그런 강요들을 수용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도 말을 안 듣는다는 소리를 들으니 몇 번은 제안을 받아 들여보기도 했지만, 번번이 엉뚱한 길로 가게 될 뿐이었다.      


오늘 내가 이 대화의 과정들을 겪으며 이해하게 된 것은,

결국 서로의 결핍과 필요에 의해 관계는 만들어진다는 점.

그리고 그 결핍과 필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보통은 많이 든다는 점.

그리고 그 시간 동안은 갈등과 강요 같은 어떤 불편한 상황들이 반드시 동반된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자신의 입장과 욕구를 이야기해나가고 상대방이 원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결국 윈-윈 하는 지점에 이를 수 있게 된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그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쪽의 강요가 없으면 또 관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불편함을 견뎌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신뢰와 이해하려고 하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나도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아 마음을 잘 열지 않는 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마음이 상당한 편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양의 시간과 마음을 할애할 수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렇지만 내 필요와 욕구를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도,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는다.  


관계는 결핍에서 만들어지며 그 결핍들을 서로 잘 채워줄 수 있도록 급하지 않게, 오해하지 않게, 속도를 조절해 가며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잘 전달할 수 있는 스킬 또한 참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 오늘은 깨달은 일들이 참 많구나.  



앞으로 적용해 볼 점은 비폭력대화에 대해 좀 알아보는 것이다.



사진출처 unsplash

만남은 어쩌면 선물 같은 것. 주는 사람은 내가 주고 싶은 것을 받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 나에게 필요한 선물이어야 서로가 마음껏 행복해질 수 있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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