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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나도 어쩌다 어른

꿈이 이루어지는 길2

by 폴 클루니

하루하루 이 길을 걷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 Paul Cluny -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이 길에 많이 오나요?”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자주 듣는 질문이다.

한국 사람인 내가 보기에도 정말 많다. 어떤 알베르게에서는 3분의 1 이상이 한국인이었던 적도 있다.

차승원, 유해진 배우가 출연한 ‘스페인 하숙’ 같은 유명 방송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은 참 성실하다.
늘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린다.
힘들어도 참고, 또 참으며 살아간다.
그러다 은퇴가 가까워지면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것 같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질문 끝에, 막연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고 싶은 마음으로
산티아고 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아닐까 싶다.

실제로 걷다 보면, 젊은이들보다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어른들과 자주 마주치게 된다.

간절해서일까. 오랜 바람이라서일까.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도, 햇볕에 얼굴이 그을려도, 해맑은 얼굴로 묵묵히 자기 속도로 걷는 그런 어른들을 보면 자꾸 눈길이 가고 마음 깊이 응원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어른이 그런 건 아니다. 경제적 여유를 앞세워 젊은 친구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고,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며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면 불편한 마음이 크게 든다.

그리고 나에게 되묻게 된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 걸까?
좋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어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아버지다.
동네 건달 형들보다 무서웠던 아버지.
그 앞에 서면 현기증이 났다.
따뜻한 말, 격려 한 번 듣기 어려운 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내가 어른이 되면 아버지와는 다른 어른이 되고 싶다고.

내가 닮고 싶은 어른은
나이가 들어도 용기 내어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사람.
약자에게 힘이 되어주고, 함께 걸어주는 사람.
어제의 후회보다 오늘의 선택에 집중하는 사람.
불안한 미래 앞에서도 “지금부터 할 수 있어.”라고 토닥여줄 수 있는 사람.


반면에 나는 이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
자기 생각만 옳다고 말하는 사람.
선입견으로 타인을 재단하고,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사람.


나는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말을 망설이지 않고 전할 수 있는 사람.


어릴 적 내가 어른 아버지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이 있다.
“너 잘하고 있어.”

“너는 뭐든 할 수 있어.”
“난 널 믿는다”

이제는, 그 말을
내가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누군가 내 뒷모습을 보고
“나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웃음이 필요한 곳엔 웃음을,

용기가 필요한 곳엔 용기를,
위로가 필요한 곳엔 위로를,
실행이 필요한 곳엔 실행을,
사랑이 필요한 곳엔 사랑을...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받은 사랑을
다시 세상에 건네는 일 아닐까?


나도 세상에 조금은 필요한 진짜 어른이 되고 싶어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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