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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Hee Oct 30. 2024

“현명하다기보다, 생존력만 강인한 것 같아요.”

번외 #3. 생존력만 강인한 유학생


이 사건은 내 인생 최대의 고민 중 하나였을 것이다.


매 학기 학비를 내며 대학원을 다니는 조건으로 미국에 남느냐,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느냐를 놓고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했다.


주변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고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는 결국 ‘아쉬움이 남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로

학교를 다니며 미국에 남기로 결정했다.


고민을 최대한 오래 한 끝에, 학비 입금을 마감 직전에야 했다.


휴, 이제 여기서 열심히 하는 것만 남았다!

이제 더는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길을 정했으니, 이제

그 길을 열심히 걸어가면 돼!






그런데 이상하다.


마음이 후련하지가 않다.


나는 분명 올인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미국에 남아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이

계속 성장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너무 후련하지가 않다.


아니, 사실 마음이 많이 무겁다.


내가 미국에 남아 있는 이유는

물론 나의 성장과 미국에서의 '커리어적 꿈'을 이루기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무언가 뒤바뀐 기분이다.


나의 선택은 내게 ‘미국’ 밖에 남지 않은 마음이 들게 했다.


미국에 살기 위해 학교를 다니고,

미국에 살기 위해 학비를 내고,

미국에 살기 위해 일을 하고..


나의 모든 선택은 오로지

‘미국에 살아남기’ 위함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사람이 자연스럽게 피폐해짐을 느꼈다.




결국 나는, 내가 냈던 학비를 ‘캔슬’ 요청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모든 것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이 사실은 무리였다.


‘미국에 살아남기’를 원했지만,

이러한 방법은 내가 너무 힘이 들 것 같았다.




“유학생들을 보면 많은 순간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기보다,

생존력만 더 강인한 것 같아요.”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없었다.

유학을 하면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고,

그로 인해 내 판단력이 흔들릴 때도 많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모든 것을 되돌려 일자리를 포기하고, 한국에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자랑스럽게 대기업에 입성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산이면 넘고 바다면 건너가리'


이 마음은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먼저 나의 마음부터 지켜야 한다고.


나 자신까지 포기하면서 지킬 것은

결코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 번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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