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지 않기 위해 끄적여보는 글
새벽 6시에 눈이 떠지기 시작한 지 3주째다.
날씨가 덥고 습해서일 수도 있고,
먹는 약의 영향일 수도 있고,
벌써 잠이 줄어드는 나이가 되어
새벽을 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전형적인 올빼미형인 나로서는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새벽이 낯설기도 하고, 이런 내가 신기하다.
그래서 눈이 떠지면 다시 잠을 청하려 하지 않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해 기록하는 개인 블로그도 있지만,
그곳은 개인적인 공간이고 친구들도 알고 있어서 나의 힘든 감정 상태를 온전히 담기에는 쉽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항상 '나 자신을 바쁘게 만드는 것'을 내 삶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여기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 글을 쓰고 있는 것조차도 어쩌면 우울증으로 인한 무기력과 싸우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는 나의 발버둥일지도 모른다.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민감하지 않고, 주변의 많은 것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성격이 밝은 편이어서 나를 잘 모르는 친구들은 그렇게만 생각할지도 모른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나의 조기 유학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라고 하며 나를 강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분류하려 한다.
하지만 나는 사실 연약하고, 감정이 풍부하며, 예민한 사람이다.
그만큼 작은 말과 행동에도 상처를 받는 아주 작은 존재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렸을 때 미국 호스트 가족과 함께한 나의 유학 시절도
지금의 내 모습에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족이 아닌 타인이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나의 어린 철없는 10대 시절을 이해해 주는 것은
그 누구라도 어렵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나는 더욱 센시티브 하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했기에
눈치도 많이 보고 타인의 감정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래서 때때론 말을 하지 않아도
지금 이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남들은 알아채지 못해도 나는 알아차릴 때가 많다.
(물론, 때로는 내가 틀릴 수도 있고, 신경 쓰지 말라고들 하지만,
이게 내 모습인걸 어쩌나.)
이 모든 것이 단점으로 보일 수 있고,
때로는 이런 나 자신 때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장점도 많다.
작은 감정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의 레이더는
타인의 감정을 잘 발견하게 해 준다.
덕분에 지인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었고,
타인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할 때도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
영향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누군가는 내가 피곤하게 산다고 말하겠지만
그래서 오랜 시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는 이런 모습도 나의 일부라고
조금은 편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면 너만 상처받아!
너 너무 예민한 것 같아!”
이 말이 항상 내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아니까.
그래도 이젠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한다.
"나 자신을 더 힘들고 괴롭게는 하지 말자.
너무 깊이 고민해서 내 마음을 병들게 하지 말자."
생각해 보면, 나는 나 자신을 많이 아는 듯하면서도,
정작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늘 어려웠던 것 같다.
나의 장점과 단점, 지금의 모습,
그리고 불완전한 영혼까지도..
이 모든 것은 그저 이 시간을 지나가는
나의 한 모습일 뿐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