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작가의 위로

가장 원초적인 모형, ㅇ

by SmileHee


남편 일정에 맞춰 떠난 1박 2일 제주 여행.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곳에서 특별한 만남과 예상치 못한 감정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머물던 숙소 근처에서 우연히 발견한 "제주국제아트페어."

계획에 없던 방문이었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한 작품이 나를 멈춰 세웠다.


그림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나에게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 그림을 그린 작가입니다. 제가 작품에 대해 잠시 설명드려도 될까요?"



"동그라미. 참 쉽고 기본적인 모양이죠?

저는 이 단순하고, 가장 원초적인 동그라미를 사용해 작품을 그립니다.


동그라미는 기본적이고, 누구나 그릴 수 있는 아주 쉬운 모양이죠.

저는 그 익숙한 모양을 통해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고 싶어요."


그녀의 설명을 듣는 동안, 나는 그 단순함 속에 나를 내려놓았다.

매일 우리는 동그란 원을 그리며 살아간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 원이 완성되지 않음에 자꾸만 집착해 왔다.

그런데 겹겹이 쌓인 동그라미는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이미 완성된 삶을 살고 있는 듯한 묘한 위로를 받았다.

작가는 말을 이어갔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매 순간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매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죠.


그런데 이 익숙한 동그라미를 보면서

사람들이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끼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그 순간, 내가 동그라미 속에서 찾은 위로가 더 선명해졌다.

겹겹이 쌓여있는 동그라미는 우리의 삶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이어져 동그라미처럼 끝없이 연결되어 살아간다는 사실을.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김민 작가님 작품.



가는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불멍 대신 자주 '작품멍'을 해요.

퇴근 후 좋아하는 작품을 와인과 함께

즐기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죠."


작품멍!


어쩌면 나 역시 그림 앞에서 나만의 '작품멍'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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