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퇴직러를 바라보는 시선들
퇴사를 결심하며 깨달은 것은 내가 이 회사에
정말 많은 의미를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3년 반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다니게 된 첫 회사였으며,
나의 석사 전공인 패션을 살릴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또한, 미국에서의 업무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곳.
그만큼 여러 번 퇴사를 고민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만큼 어려운 결정이었겠지?
한국에서 면접을 볼 때 늘 받는 질문이 있다.
“이직이 잦은데 이유가 무엇이에요?”
사실, 면접마다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물어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저희 회사에 와도 금방 나갈 거 아니에요?"
라는 말을 돌려서 하고 싶은 것이다.
이 질문은 보통 꼬리를 물고 이어져
여러 번 타인을 설득해야 했으므로,
여기에서 진을 빼는 경우도 많았다.
나의 이직 이유는 상황, 장소, 학업 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나에게 늘 신중한 선택을 하였다하지만, 현실은
잘 통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질문을 받는 것이 마냥 억울하지만은 않다.
그만큼 다양한 업무와 다양한 필드의 사람들을 만났고,
어느새 조금씩 길은 좁혀져 나의 꿈에 더 가까워졌으니까.
하지만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세상에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은 늘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면접 때 만난 많은 사람들은,
이 사람이 오-래 함께할 사람인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20대 때 친구에게 처음 들었던 말이다.
나는 국제협력, 광고(마케팅)를 거쳐 국제기구의 길을 걷고 있었고,
때마침 배우고 싶은 새 분야가 생겨 유학에 다시 도전한다고 친구에게 이야기했을 때다.
"열심히 해봐서 잘 맞는 것을 알게 되면 그를 기반으로 더 깊이 해보는 것이고,
생각하던 것과 달리 맞지 않는 구석이 많다고 생각이 들면
그때 다시 신중하게 다른 것을 찾으면 된다.
후자의 경우에도 실패한 것이기보단 ‘이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선택과 경험을 반복하며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어 하는지,
잘하는지, 무엇이 내게 맞는지 알게 된다.
그렇게 나와 가까워진다.
이 회사, 이 일과 맞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다 해봐야 한다."
- 지혜로운 생활 (두 번째 퇴사, 그래도 잘 살고 있습니다) 中 -
20대의 나는 새로 도전하고,
배우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았다.
30대가 되고 이전보다 겁이 많아진 것을 보니,
그때 내가 도전을 했던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오춘기를 제대로 겪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프로 퇴직러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곱지만은 않다.
매우 날카롭고, 매우 의심스럽다.
하지만 그러한 크고 작은 결정들과 선택지를 거쳐
이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임이 분명하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 많기 때문에.
누군가가 그랬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꼭 연습처럼 살아가야 한다고.
연습이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조각퍼즐 같은 삶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