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기억해 줘야 해! 나 자신을,
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기 전,
나는 약 두 달 정도의 시간을 혼자 참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나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해서였고,
또 하나는
나의 본연 모습을 잃어버린
"지금의 나"가 자꾸만 더 커져
마치 처음부터,
이게 내 모습인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그리고 예전의 나의 모습을 잃어갈 때
더 뚜렷해져 가는 지금의 나의 모습.
무섭고, 막막하며,
쉽게 돌파구가 없는 느낌이다.
"내가 누구였지?"
"어떤 사람이었지?"
“그런데 지금의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데. “
”자꾸만 작아져가는데... “
마침 그러한 시간을 겪던 중,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해외여행이 다가왔다.
이번 여행은 내게 있어 많이 특별했다.
내가 정말 힘든 시기에 찾아온 휴식이기도 했고,
올해 초 신혼여행 이후, 남편과 첫 여행이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여행지에서
나의 그리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반가운 만남들이 예정되어 있어,
이번 여행의 묘미를 더해주었다.
그 만남 속에 공유하는 우리의 옛 추억들.
오랜만에 다시 곱게 펼쳐 나눌 수 있는
추억과 기억이 있음에 감사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전의 나의 모습—
그리고, 회상하면 늘 특별했던 순간들이
대화 주제로 이어졌다.
희미했던 기억들이 다시 뚜렷하게
내 곁에 머물러주었다.
"맞아, 나는 이랬어."
"맞아, 나는 그때 도전했고, 행복했어."
"아! 그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그 시간들을 이겨냈나 몰라!"
"와, 우리 정말 재미있었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시 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나의 그대로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나 자신."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이런 기억들이 더 희미해질수록
나중에는 더 나다운 나를
기억해 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내가 기억하는 많은 순간들과,
나와 함께 공유한 시간들을 통해 나를 기억해 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을 통해
그 모든 기억들이 다시금 또렷해져
내가 다시 “나”답게 지낼 수 있도록
많은 힘을 보태준 것 같다.
사람은 많은 순간을
그 완전한 기억들로 살아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