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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Hee Aug 15. 2024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꼭 기억해 줘야 해! 나 자신을,


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기 전,

나는 약 두 달 정도의 시간을 혼자 참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나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해서였고,


또 하나는

나의 본연 모습을 잃어버린

"지금의 나"가 자꾸만 더 커져

마치 처음부터,

이게 내 모습인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나다움을 잃은 현재의 나의 모습.



그리고 예전의 나의 모습을 잃어갈 때

더 뚜렷해져 가는 지금의 나의 모습.


무섭고, 막막하며,

쉽게 돌파구가 없는 느낌이다.



"내가 누구였지?"

"어떤 사람이었지?"



“그런데 지금의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데. “

”자꾸만 작아져가는데... “




마침 그러한 시간을 겪던 중,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해외여행이 다가왔다.


이번 여행은 내게 있어 많이 특별했다.

내가 정말 힘든 시기에 찾아온 휴식이기도 했고,

올해 초 신혼여행 이후, 남편과 첫 여행이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여행지에서

나의 그리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반가운 만남들이 예정되어 있어,

이번 여행의 묘미를 더해주었다.




그 만남 속에 공유하는 우리의 옛 추억들.


오랜만에 다시 곱게 펼쳐 나눌 수 있는

추억과 기억이 있음에 감사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전의 나의 모습—

그리고, 회상하면 늘 특별했던 순간들이

대화 주제로 이어졌다.



대화를 하면서 나는 조금씩

내가 기억하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희미했던 기억들이 다시 뚜렷하게

내 곁에 머물러주었다.


시애틀 유리공예 전시. 마치 기억 알맹이들 같아서!


"맞아, 나는 이랬어."


"맞아, 나는 그때 도전했고, 행복했어."


"아! 그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그 시간들을 이겨냈나 몰라!"


"와, 우리 정말 재미있었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시 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나의 그대로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나 자신."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이런 기억들이 더 희미해질수록

나중에는 더 나다운 나를

기억해 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정말 슬픈 일이 아닌가.




그래서 이번 여행은,


내가 기억하는 많은 순간들과,

나와 함께 공유한 시간들을 통해 나를 기억해 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을 통해


그 모든 기억들이 다시금 또렷해져

내가 다시 “나”답게 지낼 수 있도록

많은 힘을 보태준 것 같다.




사람은 많은 순간을

그 완전한 기억들로 살아가는 것 같다.



언제든, 그 기억이

늘 내게

뚜렷이, 선명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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