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엔 이해할 수 없던 감정들
처음엔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 나의 상황이
속상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집에서도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약은 언제 끊을 수 있는데?"
라는 조심스러운 질문들이 들려온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맞았다.
나는 상담 중 한차례 약을 늘렸으며,
약은 도움이 되어 좀 더 침착한 모습으로
평소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언제쯤 좋아질까요?"
라는 질문을 하며 오히려 조급해질 때가 많다고 하는데,
나 역시 가장 최근 상담에서 동일한 질문을 했다.
결국에는 더 괜찮은 날들이 더 많아져야만
괜찮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여러 차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반복한 후에.
요새 나는 감정의 기복을 겪기도 하고,
괜찮아지고자 하는 마음에
조급함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이 시기를 통해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감정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한 때 제일 힘든 감정이 ‘슬픔’이라고 여겼었다.
기쁨을 앗아가는 것도 슬픔이고,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도 슬픔이라고.
하지만 조금은, 그 '슬픔'이라는 감정을
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기쁨과 슬픔,
두 감정이 내 안에서 공존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
마치, 기쁨이와 슬픔이 같이! by Inside Out 2
퇴사를 하며, 여러 가지 생각 정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깊이인지 알지 못하고
Jump Off! 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시간을 통해 나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전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정말 힘든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고작 해줄 수 있는 말은
"힘내. 이겨낼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라는 형식적인 말과,
최대한 같이 공감하고자 했던 나의 행동들이었다.
얼마나 힘든지 가늠할 수 없어서,
나는 온전히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힘이 든 사람들에게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먼저 나온다.
나로서는 참 큰 변화이다.
내가 보내는 이 시간을 통해,
더 다양한 감정을 배우고 알아간다.
이 시간이 꼭 나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