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다 괜찮아!
아래는 같은 상황을 바라보며 쓴 다른 두 날의 글이다.
잠이 쉽게 오지 않아 다시 불안했던 어느 하루와,
점점 좋아지기 시작하며 용기가 생긴 어느 하루.
남편이 있는 포항에 왔다. 너무 좋은 나날들인데 동시에 너무 불안한 날들도 많다.
집에 더 애정을 가지기 위해 내가 쓰는 물건들과 좋아하는 물건들로 하나둘씩 집을 채우고 있다. 나의 서울 자취방 물건들도 하나둘씩 서울에서 포항으로 대이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행동과는 다르게, 이 기회에 서울 집까지 정리한다면 연고 하나 없는 포항 생활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지는 날에는 혼자 잠을 뒤척인다.
왜... 나는 마음 편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도시 생활을 꿈꾸는데, 항상 그럴수록 더 나를 시골로 보내는 것 같아.”
지인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
한국에서는 항상 서울 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머물게 된 도시는 거리가 먼 대전과 포항이었다.
미국에서는 큰 도시에서 패션을 공부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런던이나 뉴욕이 아닌 시골 오하이오에서도 패션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나를 보고 처음 알았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나의 퇴사와 함께 시작한 포항의 삶은 새롭지만 조금씩 적응 중이다. 연고도 없고 아는 지인도 한 명 없지만, 나의 반경을 조금씩 넓혀본다. 아무래도 가장 큰 장점은 마음만 먹으면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바람과 파도를 느낄 수 있다는 것과, 결혼 후 계속 주말부부로 연애 때와 별반 다름없는 삶을 살아왔던 우리가 서로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자연스레 미뤄왔던 집 꾸미기도 한 가지씩 구현 중이다. 마음에 딱 드는 물건들을 척척 구매해 넣기를 바랐는데, 실제로 어설프거나 조금 아쉬운 구매라도 같이 고민하고 고심한 끝에 들여온 물건들은 완벽한 물건들보다 그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들여온 물건들을 바라볼 때
'Home Sweet Home’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너무 다른 두 마음 상태.
너무나도 다르기에, 둘 중 어느 하나가 나일 수도, 둘 다 공존하는 나일 수도 있겠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감정이 괜찮을 때, 괜찮지 않을 때.
이해하는 만큼 보인다고, 우울증을 더 이상 숨겨야 하거나 노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고 알게 된 순간부터 모든 것이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너무 오버해서 생각하거나, 너무 걱정스레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 나도 많이 힘을 내고 있구나를 느낀다.
“어때, 포항 나름 좋지?”
포항에서 4년 대학 생활을 보내고 떠난 지인의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