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파르 Oct 30. 2020

사해

2016년 7월


사해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걸쳐 있는 염호입니다. 즉, 바다 아닌 호수입니다. 염분이 높아 생물이라곤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하여 사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엄밀하게는 '사호'입니다. 사해의 염분은 31%입니다. 전 세계 바다 평균 염분이 3.5%인 것에 비하면 굉장하지요. 밀도를 계산해보면 사해의 물은 보통 바닷물보다 20%는 무겁습니다. 쉽게 말해 아주 쫀득쫀득한 물이라는 말입니다. 


사해의 수면은 일반적인 바다의 해수면보다 395m가 낮아, 지구 지표상 최저점에 있습니다. 실제로 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야 사해와 지면의 경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점점 호면이 낮아지고 있어서 수 십년 전에 물가에 지었던 호텔인데도, 지금은 그 호텔에서 물가에 가기까지 한참을 걷거나 차를 타고 가야 된다고 하네요. 


사해로는 요르단 강(요단강?) 물이 유입됩니다. 요단강에서 사해로 흘러들어 가는 물에 물고기가 딸려 들어가면, 그 물고기는 엄청난 삼투압을 이기지 못해 즉사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진짜 요단강 건너는 것이지요. 요단강에서 사해로 유입되는 물은 증발합니다. 사해의 호면이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데 그 높이를 거스르고 다른 곳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물이 유입됨에도 호면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말은 유입되는 물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이 증발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사해의 이런 특성 때문에 현지인들은 사해를 두고 비유적으로 '가질 줄만 알고, 베풀 줄 모르는 자'로 표현해서, '저런, 사해같은 shaky'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어찌 됐건 저 shaky의 물은 증발하지만, 물에 포함된 광물질은 남아있을 수 밖에 없어, 광물질이 축적되는 현상이 장시간 반복되면서 엄청난 염분의 호수가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사해 근처에는 사해의 물로 만든 화장품을 굉장히 많이 팔고, 실제로 피부에 그렇게 좋다는데, 사해의 물에는 엄청난 양의 농축된 광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 것입니다.


사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람이 맨몸으로 물에 둥둥 떠서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이지요. 참말인지 구라(?)인지 확인하기 위해 도착하자마자 짐을 던지고 사해로 입수했습니다. 구라가 아닙니다. 꿈만 같이 몸이 계속 뜹니다.


하지만, 사해는 둥둥 떠서 책을 읽을 만큼 안전한(?) 곳은 아닙니다. 사해 앞에는 다수의 경고 표지판과 안전요원이 있는데, 그 표지판은 몸에 상처가 있는 사람의 입수를 금한다는 것이고, 안전요원은 마실 것도 아니면서 커다란 생수통을 항상 손에 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안전요원은 튜브 또는 구명조끼를 끼고 있어야 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겠지요. 아무도 가라앉지 않을테니까요. 다만, 상처가 있는 사람이 사해에 들어가면, 상처에 소금을 냅다 뿌리는 모양새가 되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싶을 만큼의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으며, 상처가 없다 해도 항문 또는 요도에 사해 물이 닿은 채로 장시간 있을 경우 쓰라린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어, 안전요원은 그들이 "꾸오오" 하면 쏜살같이 달려가서 생수를 뿌려줍니다.


저도 사해에 들어갔다가 몸이 붕~ 뜨는 느낌에 신기해서 경박하게 깝을 치다 물이 눈으로 꽤 튀었습니다. 눈알이 뽑히는 줄 알았어요. 게다가 사해는 높은 염분으로 부력이 상당히 높아,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수영장에서 처럼 다이빙으로 입수하면, 멘땅에 헤딩하는 꼴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해는 둥둥 떠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지만, 책을 읽을 수는 없는 곳'이라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사해는 무서운 곳이에요.

이전 07화 희생의 분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