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년 전 이맘 때, 저는 과중한 업무로 제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버거운 상태였지만, 힘든 것이 큰 죄인 것 마냥 마음의 짐까지 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고비만 넘기면 괜찮을거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동안 몸과 마음은 엉망진창으로 망가졌고, 회복하는데 배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지금까지, 제 인생에 관해서, 제가 한 결정에, 진짜 제가 중심이 된 적이 몇 번이나 될까요. 선택의 기로에서 크고 작은 결정을 하며 제가 우선적으로 고려해 온 것은, 제가 아니라 저 자체의 소중함에 비하면 하찮은 제 reputation 또는 제 이름 아래에 새겨질 career 같은 것들일지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그것들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한다고 여기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니, 위선적으로 '미래의 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세뇌시키며 매 순간 당시의 제 희생을 강요했습니다.
얼마 전에, 어느정도 저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되는 친구가 제게 말했어요. "변호사님은 스스로 본인을 잘 알고 사람도 잘 본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고 사람 볼 줄도 몰라요."
맞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 온 결정들이 당시에는 최선이었겠지만, 지금 와 돌이켜보았을 때 조금 더 현명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을 보면, 지금의 저도 몇 년 후 제 관점에서는 상당히 불완전하고 때로는 비합리적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나마 최선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여러가지 것들을 천천히 단단하게 다져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희생을 분담할 수 있는 현명한 절충안도 찾을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