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아카바라는 도시를 아시나요?
요르단의 아카바는 요상한 데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요상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의 천국이라는 홍해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아카바는 요르단의 유일한 해안도시입니다. 요르단은 1965년 전까지 내륙국이었습니다. 즉, 국경이 해안에 인접한 곳이 없었지요. 그리고 아카바는 원래 사우디 아라비아의 땅이었습니다. 요르단은 1965년 내륙국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에 떼를 써서(나무위키의 표현), 요르단이 갖고 있던 사막의 일부를 떼어주고 아카바를 가져왔습니다. 이후, 요르단이 사우디 아라비아에 준 사막에서 엄청난 양의 유전이 발견됐습니다.
요르단은 중동 국가 중 드물게 석유가 전혀 나지 않는 나라지만,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로써 원래 석유가 끊임 없이 나고 있었는데 또 석유가 나는 땅을 얻게 됐고, 중동 최대의 석유 산업 국가가 되었습니다.
요르단 북부에 위치한 수도 암만부터, 다나 국립공원, 사해, 페트라, 와디럼을 거쳐 최남단 아카바까지 줄기를 따라 내려오며, 요르단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운 경제적 환경에서 지내는지 아주 살짝 엿본 입장에서, 아카바에 얽힌 역사를 들으니 남 일 같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카바를 얻지 못하더라도 사우디에 넘겨준 땅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지금 보다는 생활 환경이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지요.
그래도 이왕 얻은 해안도시이니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할테니, 휴일이 되면 요르단에서 쪼매 산다(?)하는 사람들은 모두 아카바로 몰려 온다고 합니다. '부도난 어음 종이로 종이학이라도 접는 느낌'이라고 하면 요르단 사람들 기분이 나쁘겠지요.
저는 홍해에서의 스쿠버 다이빙이 아주 어메이징하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홍해의 안쪽에서 두 갈래로 갈리는, 아카바 만과 수에즈 만 중, 아카바 만의 수심과 폭은 수에즈 만보다 훨씬 낮고 좁아 그런지, 아카바 만에서의 스쿠버 다이빙은 실망스러웠습니다. 10m 이상의 수심을 찾기 어려웠고(요르단에서 나갈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어서), 물고기도 그닥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경상도에서는 아쉬울 때 "아까비..", "아까바.."와 같은 표현을 쓰곤 합니다. 아카바에 대한 역사를 알고 나니, 아! 아카바.. 아까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