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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파르 Oct 30. 2020

말초신경 끌어모으기

2018년 10월

저는 어릴 적 부터 아주 다양한 스포츠를 했습니다. 거쳐온 모든 스포츠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고생을 했어요. 힘을 빼지 못하는 것입니다.


꽤나 오래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상태인 스포츠를 하면서도, 결국 가장 고쳐지지 않는 것은 힘을 빼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비단 운동에서 뿐만 아닙니다. 저는 모든 것에 과도하게 힘주며 살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명확히 알게 됐습니다.


제 몸 속의 모든 말초신경을 한 곳에 끌어 모아 약 2시간 정도 특정 작업(?)을 하고 나면, 적어도 2시간은 영혼을 내려놓아야 겨우 회복 되는 지경에 이릅니다. 결국 편안하게 3시간 동안 하면 될 일을, 불필요한 힘까지 쏟아 4시간을 들인 셈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가장 치명적인 점은 지속가능성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저의 말초신경 끌어모으기(?)는, 누가 봐도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나타나는 ‘습관' 같은 것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실제로 진정한 끌어모으기 기술이 필요한 순간은 인생에 거의 없습니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매일 경황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 겨우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했던 출퇴근 길을, 어쩌다 한 번 주변의 나무와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다녀보았는데 실제로 고작 10분이 더 걸릴 뿐이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정말 싫어 했던 손톱 뜯는 나쁜 습관을 고치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이 습관도 고치려면 10년이 필요할까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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