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행정법원에서 재판이 있었습니다. 근로자에 대한 전보 처분의 정당성 여부가 문제된 사안의 세 번째 변론기일이었습니다.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었습니다. 법정에서 증언하는 증인은, 예외 없이 증언을 시작하기 전에 선서를 합니다. 사실만을 말하며 거짓 증언을 할 경우 위증의 처벌을 받겠다는 내용의 선서입니다.
제가 대리하는 원고의 상대방 측 증인 A에 대한 신문이 먼저 시작됐습니다. A 증인은 5분 전에 법정 내 엄숙한 분위기에서 선서를 하고도, 망설임 없이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는 이 사건에 관하여 법원에 제출된 모든 자료 뿐만 아니라 제출되지 않은 관련 자료들까지 모조리 검토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상세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A 증인의 증언은 거짓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A 증인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점은, 그 다음 증인인 B와 C의 보다 더 구체적인 증언으로 금새 탄로 났습니다. A 증인의 증언은 거짓임을 쉽게 알 수 있는 얕은 속임수였던 것이지요. 그 이후로도 재판은 2시간 가량 더 진행됐고, 확인이 필요한 여러 이슈들이 쌓여있어 속전속결로 진행되다보니 A 증인이 거짓 증언을 했다는 것은 저를 포함한 법정 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잊혀졌습니다. 한 사람, 거짓 증언을 한 본인 A 증인만 빼고 말이지요.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이 끝나고, 긴장되어 있던 어깨를 긴 한숨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방청석에 앉아 있는 A 증인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의자에 앉아 허리를 숙여 양 팔꿈치를 무릎에 올려 두 손을 모으고, 두 손 위에 이마를 대고 있었습니다. 언뜻 떠올려보니, A 증인은 같은 자세를 꽤 긴 시간 동안 바꾸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A 증인은 거짓 증언을 한 것에 대한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꼭 형사법상의 위증 처벌이 아니더라도요. 사람이라면, 선서 후 한 위증에 대한 처벌의 두려움 또는 거짓 증언을 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 등으로 꽤 긴 시간 동안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세상의 이치가 그리 간단하지 않아서, 잘못을 한 사람은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벌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가 굳이 벌을 주지 않더라도요. 자신이 스스로를 처벌 속에 가두는 것이 더 무섭지요.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못한 것은 굉장히 큰 고통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