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곰 세마리 5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 다들 행복했을까
5.1. 영장
/이상없음/
메세지가 왔다. 골목 모퉁이에 모인 일행들이 일사분란하게 나설 준비를 한다. 석호가 지휘한다.
"아까 나눈대로, 팀끼리 움직입니다. 우 형사님 팀이 지하 작업실, 문 형사님 팀 4명이 1층 방, 부엌, 화장실, 거실 모두 포함하구요, 차 형사님 팀이 마당과 창고, 소유 차량 부탁드립니다. 이찬주, 공희영 두 사람은, 집 주변의 이웃들을 만나보세요. 우리가 알고 있는 택배 회사 외에 자주 오는 업체가 있었는지, 혹시라도 직접 와서 가져가는 거래처가 있는지, 나가는 물건 양이 어느 정도이고, 영업 시간이외에, 특히 새벽이나 밤늦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적도 있었는지.. 주택가라서, 아마 작은 거라도 목격한 사람들이 있을겁니다."
"사장은 그렇다 치고, 여자는 어쩌죠?"
시환이 묻는다.
"두 사람 분리해야죠. 출산 가까우니까 각별히 조심들 해주세요. 상황 끝나는대로, 남자는 임의동행하도록 권해보고, 거부하면 결과 나올때까지 자택에서 밀착 관리 합니다. 정인선 경장 왔습니까?"
"오고 있는 중입니다. 5분 내에 도착합니다."
"오는 대로 안으로 들여보내주세요. 차량 대기 시키구요."
"알겠습니다."
"준비들 되셨으면, 가시죠?"
석호를 선두로 종태와 은석이 앞장선다. 제복 차림의 순경들이 골목 안에 늘어선다. 석호가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린다.
"경찰입니다. 영장 가져왔습니다."
대답이 없다.
"경찰입니다. 영장 가져왔습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차은석이 한걸음 물러나 대문 주위를 둘러본다. 담장이 높지 않다. 석호가 마지막으로 벨을 한번 더 누른다.
"경찰입니다. 강제 집행합니다."
은석이 경찰 하나를 담 위로 올릴 준비를 하는데 문이 열렸다. 나온 사람은 없다. 조용하다... 이상하다...
"여자랑 둘만 있다 그랬지?"
종태가 부근에 잠복했던 경찰에게 묻는다.
"예, 계속 지켜봤는데, 나가거나 들어온 사람, 아무도 없었습니다."
"인기척은? 두 사람이 왔다갔다하거나, 이야기 하는 소리 같은거?"
"그것도 그다지.."
"... 다들, 혹시 모르니까,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정신 바짝 차려."
한사람씩, 마당으로 들어선다. 시맨트 바닥에 저벅저벅... 구두발 소리가 울린다. 은석이 재빨리 팀을 이끌고 현관문 반대쪽으로 이동한다. 문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갈라져 안쪽의 반응을 살핀다. 석호가 모두의 위치를 확인하고 영장을 든 손에 힘을 한번 준다. 문쪽으로 성큼 다가서려는데 종태가 막는다.
"제가 갑니다, 뒤에 계세요.... 느낌이 안 좋아요."
벽으로 바짝 붙어서서 현관문을 두드린다.
"경찰입니다. 두 분, 밖으로 나오세요."
대답이 없다. 은석이 모두를 보며 손으로 허리춤을 툭툭 친다. 각자 무기를 꺼낼 준비를 한다.
"셋까지 세고, 안 나오시면 저희가 들어갑니다. 하나... 둘... 셋."
종태가 팔만 쭉 뻗어 손잡이를 돌린다. 문이 열린다.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들.. 조용하다. 한걸음씩 안으로 이동한다. 아까 왔을때와 별 다른 점 없어 보이는 거실 내부... 훌쩍거리며 우는 소리가 들린다.
작은 방 문을 열자, 여자가 구석에 앉아 울고 있다. 여행 가방 하나가 텅 빈 채 열려 있다. 싸운 흔적은 없다. 아기 방을 만들었는지, 한쪽 벽에 모빌이 달려있고, 작은 서랍장 위에 인형이 가득하다.
"괜찮으십니까? 남편분은요?"
"제가 경찰 왔다고, 문 열으라고 했는데... 작업실에서 안 나와요.. 설마 죽으려는거 아니죠? 저보고 짐싸서 꺼지래요... 그렇게 화내는 거 처음봐요, 저 사람... 뭐 잘못한 거 맞죠? 뭐에요? 정말, 정말 마약이에요?"
"조사 중입니다. 진정하시고, 간단히 필요하신것만 챙겨서 저희랑 같이 가셔야겠습니다."
"작년에 조사했을때도, 오해라 그러셨었잖아요, 저희 잘못 한거 없어요.. 세금도 다 내고.. 나쁜 짓 안해요.."
만삭의 여자가 눈물 콧물 쏟으며 운다. 배가 커서 똑바로 앉아있지도 못한다. 종태가 정인선 경장을 부른다.
"이 분 먼저 안전한 곳으로 모셔요. 간단히 짐 챙기는 거 좀 도와드리고."
인선이 여자를 부축하고 밖으로 나간다. 종태도 방을 한번 둘러보고 따라 나온다. 시환이 보고한다.
"1층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차은석은?"
"지하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는지 확인하러 가셨습니다."
종태가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석호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오 형사, 연장 가져왔지?"
"가져오긴 했는데, 괜찮을까요?"
"따. 부인이 걱정하잖아, 안에서 죽는다고..."
석호를 돌아본다.
"피의자 가족이 위급 상황으로 판단했습니다. 안전이 우선이니 강제로 열겠습니다."
뭐라 답할 시간도 주지않고 바로 지시를 내린다.
"기록해! 가자!"
납작한 끌을 경첩에 대고 망치질을 한다. 옆에서 사진을 한장 찍는다.
쿵, 쿵... 빠직!
쿵... 빠직!
어렵지않게 부서져 나가는 경첩.. 삐두름하지만, 문은 열었다. 밀고 들어간다. 게이브가 작업의자에 앉아있다. 살아있다... 다행이다... 종태가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다. 그가 턱을 괴고 이쪽을 본다. 다 포기한 듯한 얼굴.. 크게 반항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영장 가져왔습니다. 문을 안 열어 주셔서 걱정했습니다. 덕분에 흡집이 조금 났네요."
종태의 말에 게이브가 짜증을 낸다.
"왜 왔습니까? 더 필요해요?"
"아까 꺼는 맛뵈기고, 이번엔 좀 더 걸릴 것 같아요. 기다리시는 동안, 경찰서로 가실까요?"
게이브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소연 한다.
"와이프가, 아기를 낳아요! 언제 나올지 모르는데, 이렇게 난리나면 많이 놀라요!"
"걱정 마세요, 저희 여자 경찰이 안전한 곳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경찰 정말... 나 아니라고요! 몇 번을 말해요? 문 닫으라고 그래요?"
"많이 시끄러울 텐데, 차로 모실까요? 서로 모실까요?"
막무가내인 종태에 질렸다는 듯이 일어서는 게이브. 경찰을 따라 나선다.
"자, 다들 시작하세요. 저도 올라갑니다."
5.2 진통
차안에서도 쉽사리 진정이 되지않는 여자. 울면서도 배가 불편한지 자꾸만 손을 얹는다.
"어디 불편하세요?"
"배가 뭉쳐요, 자꾸 딱딱해지고, 아파요.."
"진통은 아니죠?"
"몰라요, 이런게 진통이에요?"
초산이니 알리가 없다. 인선이 여자의 배를 눌러본다.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갈비뼈 한쪽이 볼록 나온게 머리인지, 엉덩이인지 확실치 않다.
"역아라는 얘기는 없었죠? 검진 상태 좋구요? ... 긴장해서 그래요. 자세를 편하게 하고, 최대한 몸을 뒤로 기대요. 아기가 좀 편해지게.."
여자가 인선의 손을 잡고 펑펑 운다.
"저 어떻해요? 남편 잡혀가면 혼자 어떻게 키워요? .. 외국 사람이라고 반대해서, 엄마 안본지도 오래되었어요... 애 가졌다 그래도 연락도 전화도 안받고.. 저 갈데도 없어요..."
"친정 어머니 연락 한번 해보실래요? 여기서 멀어요?"
"멀지는 않은데, 경찰에 잡혀가는 거 아시면... 아..아악.."
또 배가 땡기는건지, 어쩌면 가진통, 혹은 초기 진통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거꾸로 섰다면 더 심각해진다. 이대로 경찰서로 데려갔다가는 산모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어디세요? 오늘 너무 놀라셔서 안정을 취해야하니까, 입원을 먼저 하시고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임혜영 산부인과요.. 근데 보호자 없이 입원이 될까요? 남편없이.."
"남편이 법적 보호자세요? 혼인 신고 하셨어요?"
"아뇨, 아직 못했어요.. 엄마가.. "
"그러면 아직 어머니가 보호자세요. 병원으로 같이 모시고 가요. 댁이 어디에요?"
"병원 근처에요, 보광동이요.. 혹시 나중에 애 낳으면 보러 올까해서.."
인선은 운전석으로 옮겨앉아 메세지를 남긴다.
/임산부 이송, 보광동 임혜영 산부인과/
거울로 뒷자리를 체크한다. 초조하다. 겁에 질려 울다 아프다를 반복하는 여자를 안심시키며 경광등을 켠다. 속도을 올려 보광동으로 향한다.
5.3 압수
"뭘 보고 있어?"
종태가 묻는다. 시환이 장식장에서 눈을 떼지않는다.
"술이요, 양주... 보통 비싼 초콜렛들은 안에 술을 넣잖아요.. 이것도 다 그런 용도일까요? 왜 작업실에 놓지않고 여기다 놨을까요?"
"지가 먹는 거 일 수도 있지."
"이렇게 많은데요? 보통 좋아하는 거 몇개만 사지 않나? 이건, 거의 술집 수준인데..?"
그러고보니, 개인 소장용 치고는 종류가 많긴 하다.
"뭐, 특별히 어떤 술 넣어주세요 하는 사람들도 있을거 아냐, 특별제작해서 비싸게 받는다며?"
"그죠? 그래야, 어떤 술에, 어떤 거 넣어주세요... 이것도 가능해지고?"
"그런 용도다...? 가능성 있지. 뭐가 잘 나가려나.."
"한국은 일본 술이나 데킬라도 많이 넣는데, 유럽 사람이니까 아무래도 위스키, 럼, 코냑, 키르슈..."
"뭐? 키.. 뭐?"
"키르슈요, 블랙 체리 원액으로 만드는 브랜디인데, 여자들이 좋아해요. 다크 초코렛이랑 환상이거든요."
종태가 갑자기 두리번거리며 팀장을 찾는다.
"이 팀장 어디갔어... 잠깐 있어봐, 체포영장 하나 더 받아야겠다."
"왜요?"
"너만 족치면 될것 같애. 딱 기다려."
"그게 아니고... 전에 클럽에 한번 갔는데, 거기서 술 들어있는 고급 초콜렛이라고, 그게 이집 거였을려나... 아무튼, 금띠 딱 둘러서, 요만한 박스에 네 조각 들어있는데 12만원이에요. 부킹하면 여자한테 축하 선물 줘야된다고.."
"...경찰이 부킹을 하고 댕겨?"
시환이 짜증을 낸다.
"아, 몰라, 그냥 그렇다구요.. 그때 잠깐... 딱 한번 했어요. 저 클럽 안가요."
"그래서, 부킹을 했는데, 초콜렛을 사 먹였다?"
"먹인게 아니라 저도 같이 먹었어요. 약은 안 들어있었고.."
"약이 들은건 일반인한테는 안 팔겠지. 십이만원이 아니라 수십만원 할거고.. 일단 다 가져가. 뒤져서 뭐라도 나오게..."
시환이 하나하나 술을 꺼내 담는다. 박스가 모자를 것 같다.. 종태가 부른다.
"류시환.."
"예?"
"예뻤냐? 초콜렛 값을 12만원이나 주게?"
"하아.... 괜히 말했어. 또 얼마나 괴롭힐려고..."
종태가 같이 술병을 꺼내 담는다. 장갑을 끼고 있어 내 손 같지 않다.
"뭘 괴롭혀, 임마... 부러워서 그러지. 총각때 많이 놀아. 발목 잡히면 끝이야. 가서 박스 더 가져와."
"예... 근데, 그거 비밀이에요!"
"뭐가? 박스 모자라는 거? 알아, 비밀이야.."
"아우, 못살겠다..."
"니가 언제 나랑 살았다고...?"
시환이 궁시렁거리며 나가는 모습에 실실 웃는 종태.. 금새 웃음기가 사라진다. 속마음은 가볍지 않다. 뭐라도 나와야 한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잉....
핸드폰이 울린다. 조심조심 들고있던 술병을 내려놓고 폰을 꺼낸다. 임산부와 함께 나간 정인선 경장이다.
"애라도 나왔나.."
마음이 급해진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장갑을 끼고 있어 터치가 안된다. 서둘러 한쪽을 벗고 간신히 받는다.
"예, 문종탭니다."
"임산부가 사라졌습니다. 도주한 것 같습니다."
"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