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1
진심, 변심, 괘씸
6.1.1 꿈
***
/아이들이 놀고 있다, 자기들보다 어린 남여 아이들을 하나씩 업고 있는 중고생 남자 아이 두명.
"집까지 누가 빨리 뛰나 하는거댜. 진 팀이 심부름하기"
"당연히 우리가 이기지, 준비! 유리야, 오빠 꼭 잡아!"
"어!"
"아이스크림 떨어뜨리면 안돼."
메로나가 담긴 봉지를 가슴팍으로 누르고 오빠 목에 두른 팔을 꼭 조인다. 형에게 엎힌 남자아이도 덩달아 신났다.
"준비, 하나, 둘, 셋!"
"꺄아아아아...."
아이들이 뛴다. 덜컥덜컥 흔들린다. 비슷한 속도로 얼굴이 벌개질때까지 뛴다.
"오빠, 메로나! 메로나!"
여자 아이의 다급한 목소리에 잠시 멈춘다. 그새 쌩 지나가버리는 남자 아이 팀.
"떨어졌어?"
"아직.. 떨어질 뻔 했어."
"꽉 잡아야지. 우리가 졌어.... 그냥 다 먹고 갈까?"
"네개 다?"
"그래! 어디 숨어서 우리가 다 먹어버리자."
"놀이터로 가자."
"금방 찾을 건데.. 교회로 갈까? 뛴다?"
"응, 크히히히히...."
등에 업혀 또 한번 덜컥덜컥 뛰어간다. 가슴팍으로 누르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차가워진다. 오빠 등짝도 차가워질거다. 팔에 힘을 주어 꼭 안는다. 멀리에서 소리를 지른다.
"야...! 거기 안서...? ... ^$#%& *7^4 $%^....!"
점점 멀어지면서 들리지 않는다. 깔깔거리는 여자 아이를 등에 업고, 중학생 오빠가 뛴다.
<상도동 하늘 교회>
예배당으로 숨어든다. 꼭 잡은 팔을 놓지 않는다. 아이가 웃는다. 오빠도 웃는다.../
***
"지율아? 강지율! 뭐하냐....? ... 일어난거야, 자는거야?"
지율이 눈을 뜬다. 진우의 가슴팍에 엎어져 있다. 막 잠에서 깨어 눈이 마주친다.
"좋은 꿈 꿨어? 덮치는 줄 알았잖아..."
지율이 기지개를 켜며 진우의 머리를 헝클어 놓는다. 진우도 웃으며 지율의 머리를 넘겨준다.
"기분 좋네. 무슨 꿈이야? 복권 살까?"
"아니, 우리 오빠 꿈.. 나 쪼끄말때 업고 막 뛰는 거..?"
일어날 생각없이 그대로 진우의 갈비뼈에 얼굴을 대고 키득거린다.
"달리기 하다가 졌는데 그냥 도망갔어, 아이스크림 들고.."
"진짜 있었던 일이야, 아님 꿈이야?"
"몰라, 생각 안 나... 근데 웃겨."
"오빠들하고 나이차이가 많다, 그치? 그러니까 업어주지, 한 두살 차이면 힘들어."
"작은 오빠가 네살위, 큰 오빠가 아홉살 위."
"우워, 뭘 그렇게 띠엄띠엄 낳으셨대? 그러면 더 힘들지않나?"
지율이 돌아누워 천장을 본다. 숨 쉬는 진우의 배 위에서 잠시 시간을 번다.
"...음...엄마가 난임...? 애기가 잘 안 생겨서..."
말끝을 흐린다. 진우가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겨준다.
"가족들 꿈 자주 꿔?"
"별로.. 다 잊어버려서, 생각보다 뭐가 없어. 꿈도 좀 아는게 있어야 꾸지."
"괜찮아, 다 그래. 열살 이전 꺼 많이 기억 못해. 어렸을때 친구들도 자꾸 봐야 알지, 그동안 못 만났으면 길에서 봐도 몰라."
기분을 풀어주려 지율의 코끝을 잡아 당긴다. 얼굴을 찡그리며 돌려 뺀다.
"그런거 다 기억하면 머리 터져. 그리고 너는 멀리 있었잖아. 아프기도 했고.."
"사건 파일에서 전에 살던 집 주소를 알아냈어. 한번 가봤는데, 아파트 단지가 생겨서 남은게 없어. 약간 언덕이었던거 같은데 그런 길도 없고, 집도 없고.. 옆에 초등 학교가 있는데, 비슷한것 같은데 그것도 잘 모르겠고.. 보통 학교 같은거는 가보면 생각나고 그래야 되지 않나?"
"20년 전하고 어떻게 같겠냐. 야, 20년동안 안 바뀌는 건 용산 경찰서 하나야. 건물 봐, 귀신 나오게 생겼지. 엘리베이터도 환갑일걸.."
지율이 웃는다. 진우가 이마를 톡톡 친다.
"가자. 시환이 눈 빠졌을거야. 가서 끼워줘야지."
벌떡 일어나 앉는 지율. 진우 티셔츠를 입었다.
"잠깐 씻을께."
"그래, 거기 의자에 네꺼 옷 봐봐. 소금 다 떨어졌어?"
여기저기 걸려있는 옷가지들.. 속옷부터 집어든다.
"이걸 다 빨았어? 손으로?"
"어... 바닷물에 젖은건 빨아서 말려야지, 그냥 놔두면 뻣뻣해져."
"다 내껀데?"
"내꺼 바지도 있어. 다리가 좀 젖어서.. 가, 씻어. 너 어제 머리 안 말리고 그냥 자서, 완전 웃겨."
샤워실로 들어간다. 문이 닫히는 듯 하다가 다시 열리고, 휙 던져지는 티셔츠.
"고마워. 잘 입었어요... 다음에는 빨아서 줄께, 미안해."
팬티 차림으로 침대에서 내려오는 진우. 옷을 주워 툭툭 털어 두 팔을 끼운다.
"새거 하나 사줘. 비싼 거야..."
옷을 입으려다 멈칫하는 진우... 쏴아아... 물소리가 나는데 화장실 문이 한뼘 열려있다. 불도 안 켜고 어두운데 씻고 있는 것 같다. 잠시 생각하다가 화장실 앞으로 걸어간다. 불을 켜주고 문을 닫을까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선다. 어제도 그랬었나... 경황이 없었을때라 기억이 없다. 습관인가... 관광객이 준 큰 타올을 옆으로 접어 놓고, 바지와 양말을 챙긴다.
6.1.2 시환의 차
정아와 외근 나가는 시환. 석호에게 전화로 보고 중이다.
"... 실크 로드하고는 별 관련 없는 사건 같습니다. 이미 두달전에 퇴실하고 나갔구요, 본인 신분증하고 싸인은 확인했습니다. CCTV는 지워져서 확보 못했고, 대신 거기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하고는 이야기해봤는데, 건강하게 잘 있다가 갔답니다. 나간 이후에 연락하는 사람은 없구요."
"통일교라는 건 확실한거죠?"
"사건 넘겨받고 바로 통화를 해봤는데, 일본에 있는 가족들이 재차 확인해줬습니다. 한국 돈 약 2천만원정도를 가지고 나갔구요, 관광비자로 들어온 것도 확실합니다. 실크로드에서 만난 사람들한테서는 종교 관련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그 옆에 미키씨가 자주 가던 커피숖 점원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쉬는 날 한번 놀러 가자고 했었다는데, 어느 교회인지는 아직 파악 중입니다."
"이 부근에 세군데라고요?"
"대중 교통을 이용했을거라고 가정하고, 그 세군데가 가장 유력합니다. 그중 하나는 강 건너 역삼동이라서, 셋중에서는 제일 불편했을 것 같긴한데, 실크로드가 워낙 가격이 싸서요, 여기 머물면서 그쪽까지 다녔을수도 있다는 가능성만 열어두고 있습니다. 아마 나머지 두군데 들러본 후에, 필요하면 거기에도 가 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청파동하고 서빙고동, 두 군데 먼저 갑니다."
"그 사람, 2천만원을 어디에 보관했을까요? 은행 계좌는 없을거고, 송금을 한 기록도 없나요?"
"일본 은행에서 여행자 수표로 환전했답니다. 아마 몸에 지니고 다녔을 가능성이 큽니다."
"큰 돈인데, 혹시 결혼 비용이었을 가능성은요?"
"가족들도 그부분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결혼하겠다' 라고 이야기 한 적은 없는데, 현지에서 통일교끼리 결혼을 하려면 그정도 돈을 낸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동안 일본에서 쓰던 이매일, SNS, 핸드폰까지 전부 없애버리고 한국으로 왔습니다. 여기에서의 흔적을 찾기 힘든 이유도 그것 때문이구요."
"일단 일정대로 들러보시고, 특이사항 있으면 바로 연락주세요. 미키 씨 일로, 일본 대사관 쪽에서 면담을 신청했는데, 오늘은 전화로만 간단히 하고요, 진행되는 거 조금씩이라도 알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그렇게 빠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종교 관련된 사건들은 한방에 풀수가 없던데요.."
"종교인지 아닌지 아직은 확실치 않죠. 그리고 대사관 통해서 오는 일들은 아무래도 시끄러워지기 쉬워요. 요즘 유투브니 뭐니 자체 수사하는 사람들도 많고, 최대한 조용히 진행했으면 합니다. 이미 장기로 넘어가는 사건이라서요. 결과도 그다지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미 사망했다고 보십니까?"
"그건 그냥 제 생각이고, 자세한 건 오늘 지나보고 얘기하는 게 맞을거에요. 두 분, 부탁해요!"
"예, 수고하십시오!"
"수고하십시오!"
전화를 끊는다.
"종교 아니면 뭘까요? 취업을 하려던 흔적도 없고, 아는 사람이 있어서 온 것 같지도 않고.."
정아가 체념하듯 말한다.
"그러게요, 관광비자로 왔으니 일단 학업, 취업은 다 건너뛰고, 본인이 돈 싸들고 온걸 보면 등떠밀려 나가는 유흥업도 아니고.."
"일본 여자들은 한국에서 유흥업 별로 없잖아요. 거기서 더 잘 버는데 올 필요가 없죠."
"왜 전에 한동안 연예인 사생팬들, 한국 들어와서 연락두절 되는 게 유행이었잖아요. 차라리 그랬으면 주변에서 알기도 쉬울텐데...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걸로 봐서 그것도 아닐거구..."
"......"
6.1.3 청파동 - 세계 평화 통일 가정 연합 본부 교구
길이 막힌다. 다닥다닥 붙은 상점과 좁을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 큰길에서 약간 벗어나니 목적지가 보인다. 도착했다. 생각보다 큰, 별 느낌없는 회색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몇명 이야기 하고 있다. 예배가 있을 시간이 아닌데도 오가는 사람이 꽤 보인다. 세월 탓에 대부분의 행정 부서들은 다른 곳으로 이전했고, 지금은 주로 청년들을 전도하는 곳으로만 쓰인다. 서울의 한복판 용산구, 그것도 여대 앞이니 작업이 많이 수월할까..
경찰이라는 말에 안내인은 좀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한복을 입은 여자 둘이 걸어간다. 한국 사람 같지는 않고, 아마 중국계 일 것 같다. 대화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모습이 무슨 세례라도 받는 듯, 경건하다. 1층 맨 끝, <청년 전도사실>로 안내한다. 작지않은 공간이지만 책상들이 빼곡히 놓여있어 기업체 사무실 같다.
"미키 후지와라.. 글쎄요, 일본 분들이 워낙 많아서요. 사진만 가지고는 모르겠습니다. 여기 효정 유스센타에 오셨던 분인가요?"
본인을 전도사라 소개한 사람이 사진을 내려놓는다.
"그걸 알아보려고 왔습니다. 숙소가 삼각지 역 부근이라, 이동이 편했을 것 같아서요."
"이쪽은 주로 젊은 새 신도를 모집하는 곳입니다. 이미 믿음이 깊으신 신도시라면 굳이 여기로 오시지는 않았을겁니다."
시환이 질문을 이어간다.
"홈페이지에 보니까 간부들 중에 일본 사람이 유독 많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거창하게 간부라기 보다는, 교회 일을 하시는 분들이구요, 정서가 비슷해서 저희 교를 믿으시는 숫자가 조금 많다보니 그에 대한 보답입니다."
"그 분들이 주로 하시는 일은요?"
"각 부서마다 다르겠죠. 일본 분이라고 일본 일만 하시지는 않습니다. 한국어가 능통하신 분들이 많아서요."
"여기서 하시는 국제 결혼이요.. 특히, 한국하고 일본 간의 국제 결혼을 굉장히 큰 전통으로 이어가고 계시지 않습니까?"
"'진정한 원수끼리 만나 화합을 이루어져야 진정한 세계 평화가 온다'는 생전의 말씀을 따릅니다. 우리하고는 역사가 있으니만큼,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전도도 많이 하고, 혼례로 성사시키는 비율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국내에, 통일교에서 결혼시킨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 커플이 6천쌍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분들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관리라고 할만한게 없지요. 다 큰 성인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사는데, 교회가 간섭할 필요가 있을까요."
"언어, 학력이나 경제적 차이, 문화 차이... 교회 차원에서, 그런거에 대한 교육이라든지, 법적인 신분 보호는 제대로 되고 있습니까?"
"같은 믿음을 가진 신도들의 결혼입니다. 말씀 안에 살다보면, 첫째로는, 두사람이 잘 헤쳐나갈거고, 둘째는, 저희가 국내에만 500여개의 교회가 있고, 신도수도 60만이 넘습니다. 언어 같은 이런 작은 문제들은 다들 주변의 저희 교회나 교구에 빠짐없이 나오고, 함께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저절로 나아지겠죠."
정아가 묻는다.
"혼인이 성립되면, 곧바로 비자나 국적 문제가 해결되나요? 저희가 찾고 있는 이 분은 관광비자로 들어오셨어요. 3개월마다 나갔다 들어오던지, 아니면 합법적인 다른 방안을 찾아야하는데,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글쎄요, 왜 그랬을까요.. 저희 교회 안에서의 혼인서약은 국가 기관에다가 하는 혼인신고하고는 별개의 일입니다. 본인들이 알아서 해야죠. 조금 늦는 경우도 있고, 얼른얼른 일사천리로 하시는 분들도 있구요. 한국 사람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똑같아요. 살아보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않습니까 요즘에는?"
메모를 멈추고 시환이 그를 바라본다.
"불편하시겠지만, 한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결혼 비용을 청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남자들은 1-2백정도이고, 일본 여자들은 대략 2천만원 정도라는데, 그 차이는 무엇 때문이고, 그 돈은 어디에 쓰이게 되는지 알수 있습니까?"
"뭐, 쉽게 말하자면, 결혼식 비용이죠. 요즘은 저희 선문대에서 주로 하지만, 예전에는 경기장 같이 큰 곳을 빌려 성대하게 치뤘고, 거기에 드는 모든 비용이요. 일본 여자들이 더 내는 것 같지만, 일본이랑 여기랑 돈의 가치도 다르고, 여기와서 살게되는 의식주를 한국에서 부담하는 거니까, 크게 문제 될건 없다고 봅니다."
당당하기까지 한 그가, 태연하다.
"자력으로는 결혼 할 수 없는 저소득층 한국 남성이, 일부러 이 종교에 들어와서 싼 값에 일본 여성과 결혼한다는 악성 루머가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걸 장려하고 계신 건 아닐까요?"
"남이 뭐라고 하는지 일일히 눈치보면서, 세상의 잣대에 맞추어 교주님을 모시지 않습니다. 만약 소문이 사실이고 저희가 그렇게 세력을 넓힌거라면, 오히려 애국 종교라고 상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수많은 독신 남성들을 구제하고, 출산률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으니까요."
전도사는 얼굴에 미소까지 띠고 여유를 부린다. 아마 이런 질문, 공격쯤은 수없이 받아봤을거다. 그가 시환에게 묻는다.
"그런데 형사님은, 그 분이 교회 안에서 결혼을 해서 사라졌다, 이렇게 단정짓고 계시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현재는 그렇습니다."
"뭐, 밝혀져봐야 알겠지만요, 혹시 그렇다고 해도, 아까 말씀 다 드렸듯이.. 결혼은 두 사람의 일이지, 저회의 의무나 책임은 아닙니다. 불상사가 없기를 바랍니다만, 교회 입장에서는, 어떤 일이 생겼다 했을때, 부디 저희 교회하고 엮는 일은 없으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보통 생각하시는 그런 사이비들처럼 신도에게 해를 끼친다거나, 겁박하거나 살해하는, 그런 가짜 종교가 아닙니다."
그가 햇살 찬란한 십자가를 들고 있는 한 여성의 사진이 박힌 안내문을 내민다.
<하늘 부모님 교단 / Heavely Parents Church>
독생녀... 사망한 교주의 뒤를 잇는 아내의 사진이다. 교주였던 남편이 죽었는데, 딸도 아니고 아내가 독생녀라니 무슨 논리인지.. 게다가 아들이 멀쩡하게 미국에서 통일교를 이어가고 있다던데, 그럼 독생녀 입장에서는 자기 아들이 이단인가. 하긴 그 아들이 자기 어머니를 이단이라 고소했다는 기사는 읽었다. 규모가 큰 집단이니 역시 여기서도 자리 싸움이다.
"아, 맞아요, 이름 또 바꾸셨지요?"
시환이 저도모르게 미간을 찌푸린다. 놓치지 않고 캐치하는 전도사.
"형사님은 보수 종교시지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저희 신생 종교를 이단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개혁이 없고 개화가 없다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겠습니까? 종교도 자꾸 새로운게 나오고 발전해 가는겁니다."
마지못해 안내문을 받아든다.
"다시 미키 씨 이야기로 돌아가서요, 혹시 최근에 이 종교에서 혼인 서약을 한 사람 명단을 볼 수 있습니까? 아니면 교회 측에서 봐 주시고, 그 분 이름이 있는지만 저희한테 알려주셔도 되구요."
명함을 건넨다. 그가 흔쾌히 받아서 테이블에 내려 놓는다.
"노력은 하겠습니다만, 저희 교회가 주최한 공식적인 합동 결혼은 2020년에 6천 쌍이 마지막 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선 혼인 후 결혼식으로 오신 9천쌍도 함께 했죠. 합동 결혼식은, 어디까지나 교회의 축복을 받으려는 목적이지, 그렇게 결혼을 먼저 하거나, 개인적으로 따로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희 신도라해도 다 알수 없습니다. 종교인으로서 부끄럽지만, 주변 이목 때문에 떳떳하게 밝히지 않는 사람들도 더러 있구요."
문까지 배웅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정아가 묻는다.
"저희가 조사한 걸로는, 대충 청주와 가평에 신도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일본인 신도들이 주로 정착하는 곳을 몇군데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글쎄요, 저희가 GPS를 달아놓는 것도 아니고, 교회마다 매번 신도 명단을체크하는 것도 아니라서요.. 저희 신도님 일이고, 정말 가슴 아픈 일이라서 저라면, 협조해 드리고 싶겠지만, 개인 정보이고 민감한 사항이다 보니,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시환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한다.
"진짜로 가슴이 아프면 뭐라도 협조 하고 싶으실 거에요. 교회 밖에서라도... 명함에 번호 다 있습니다. 방법은 많으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아닐 걸 알기에, 절대 연락이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이 정도 무례함은 괜찮다... 말 뿐인 감사를 전하고 돌아선다. 뚜벅뚜벅 일부러 발끝에 한 가득, 힘을 주며 걷는다. 역시 종교가 끼는 사건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6.1.4 퇴근
어느새 어둑해진 거리. 정류장에 정아를 내려주고 차를 돌린다. 저만큼 경찰서 앞에서, 혼자 걸어가는 지율이 보인다. 반가움에 경적을 울린다. 지율이 돌아본다.
"선배님! 지금 와요? 타요! 저녁 먹으러 가요."
"퇴근이에요?"
"탐문 갔다 오는 길이에요. 밥 먹고 들어갈려고요. 뭐 드실래요?"
지율이 조수석으로 올라타고 차가 출발한다. 이틀만에 지율을 보는 시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경찰서 방향으로 오다가 신호 대기 중인 시환의 차를 발견하는 채은. 옆자리에 앉은 지율을 살핀다. 시환과 다정하게 웃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 본다. 궁금한 얼굴로 전화를 거는 채은.
"오빠 어디야?"
"어, 경찰서 근처. 왠일이야?"
"밥 사달라고 왔는데, 바뻐?"
"오늘은 안되겠는데.. 대충 먹고 선배랑 다시 들어가야돼. 늦게 끝날거야."
"선배?"
"응, 파트너 선배. 오빠 지금 운전하니까, 나중에 다시 통화해? 끊는다?"
신호가 바뀌고 시환의 차가 출발한다. 채은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오던 길로 다시 돌아간다. 저편에서 교복 입은 아이들이 무리지어 걸어온다. 요란한 웃음소리... 시끄럽다. 마주치기 싫어 인상을 찌푸리며 한쪽으로 붙어 걷는다. 아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틱톡 영상을 돌려 보며 떠들고 있다.
"야, 우리, 오늘은 이거 해보자, ㅈㄹ 웃긴데?"
"맥주가 없잖아, 콜라도 되나?"
"더 잘될껄? 거품 막 내면..."
"아, 그런거 그만해. 청소 아저씨가 뭐라 그러잖아, 방 더럽게 쓴다고."
"치우고 나오면 되지, 걱정 마셔."
<달밤지기>
노래방으로 우르르 뛰어내려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