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2월29일

6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2

진심, 변심, 괘씸

by 신소운

6.2.1 24시



물냉면을 주문하는 지율.

"물냉면이요? 저도 같은거 주세요... 아, 근데, 위에 동그랗게 쌓지 않으셔도 되요. 고기 빼고, 야채만 주세요. 그냥 넓게 펴서요.. 빨간 양념 안 들어가죠?"

"예, 안들어가요."

"사이다도 두개 주세요."

주문받는 아주머니가 어색하게 웃는다. 젊은 놈이 참 까다롭네.. 하는 얼굴. 주방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보는 사장.


"저기 저 여자 형사, 쟤가 그렇게 까다로워, 먹는게.. 참 복없이 아주 그냥 깨작깨작.."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아는 체 한다.

"으응, 전에 그, 어쩌다 한번와서 딱 한 숟갈씩 먹고 간다는 그 형사가 저 사람이야?"

"그래, 빼짝 말라가지고, 먹는게 없어. 그럴거면 뭐하러 식당을 와, 집에서 물이나 마시지."

"사이다 먹으러 오나부지. 우리야 돈만 받으면 되지, 뭘 그래?"

"일 하는 사람 기분도 있잖아, 아유, 밥 맛 떨어져."


"그래도 잘 해줘, 전에 그 화장실 몰카범 때려 잡았잖아."

"그러면 뭘해? 그놈 집행유예로 풀려났대."

"에잉? 그런게 어딨어? 흉기로 찔렀다며?"

"쌍방 폭행이고, 저 형사가 과잉이라나... 너무 죽일듯이 패서 자기도 찔렀다, 그거지. 몰카 증거도 없었대."

"병원 치료기간 필요하다고 감옥 대신에 병원간다던데, 그런 놈들은 왜 치료를 해줘? 다 낫고 또 오면 어쩌라고..."


"그러게, 잡았을때 착 갖다 쳐 넣어야 되는데. "

"얼른 면이나 쳐 넣어, 물 끓어."

화라락 물이 끓어 오르고 면이 익는다. 재빨리 건져내어 찬물에 헹군다.

"똥그랗게 하지 말라는데, 그럼 이걸 어떻게 줘야되나? 그냥 부어?"

"아우, 하여간에 유난이야.. 냉면을 어떻게 동그랗게 안해? 별... 하던대로 해서 줘, 지들이 알아서 먹겠지. 요즘 젊은 애들은 하여간에, 아무데서고 갑질이야.."


주방에서의 대화를 알리 없는 시환. 오랜만에 만난 사람처럼 지율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왜 물 냉면을 시켜요, 추워지는데? 어제도 바다에 빠졌다면서요?"

"괜찮아요, 아주 잠깐 들어갔었어요."

"형한테 얘기 들었어요. 그래도 바로 잡아서 다행이에요. 놀랐죠?"

지율이 딴 곳을 본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얼굴이다. 시환이 말을 돌린다.


"저는, 선배님 없는 2일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새 사건 접수하고, 여청 이정아 경사 출근하고.."

"완전히 온거에요?"

"그건 아니고, 원래 오기로 했던 사람이 자꾸 늦어져서, 그때까지만 임시래요. 근데.. 예전에 차 형사님하고 좀 일이 있었던 분이라서, 문 형사님이 엄청 싫어하세요. 선배도 미리 알아두셔야, 혹시라도 말 실수 같은 거 안 할 것 같아서.."

"그래요? 문형사님은 누구 좋아하는 사람이 없네요."

"에이, 아니에요. 말로는 맨날 이새끼 저새끼 해도, 다 예뻐서 그러세요."


"왜 편 들어요? 제일 티격태격 하면서?"

"재미로 그러시니까요. 저도 재미있어요. 삼촌 같잖아요. 어렸을때 막 조카 괴롭히는 막내 삼촌."

지율이 미소짓는다. 어릴적 막내 삼촌...이었다... 아주머니가 쟁반을 들고 온다.

"냉면 나왔습니다.."

동그랗게 예쁘게 쌓아 올려져있다... 계란, 오이, 무우까지.. 시환이 재빨리 젓가락으로 무너뜨려 평평하게 펼친다. 가위로 자르면서면도 사방팔방 흐뜨려 놓는다. 서빙하던 아주머니가 냉랭한 얼굴로 사이다를 내려놓고 사라진다.


"드세요, 아무것도 없어요. 고기도 없고.."

지율이 젓가락을 들면서 슬쩍 묻는다.

"귀찮지 않아요?"

"뭐가요?"

"나 먹을때마다 옆에서 이런거 해주는 거요. 진우형은 애 키우는 거 같다던데..."

"제가 할 수 있는건 해야죠. 싫은게 아니라, 선배는, 무서워서 못하는 거 잖아요... 선배가 무서워하는 거는 내가 할께요, 대신, 내가 무서워하는 거는, 선배가 해줘요."


눈이 마주친다. 몇 초... 조용히 바라본다. 냉면을 본다.

"제가 손해죠? 일이 훨씬 많을 거 같은데?"

"아마 그럴거에요, 먹는 거 빼고는 다 해야 되니까."

시원하게 국물 먼저 떠먹는다. 지율은 하얀 무조각을 집어 든다.

"아까부터 이게 먹고 싶었어요. 김치를 못 먹으니까, 이런게 생각나서.."

"그거 치킨 무 같은거... 아, 치킨을 못 드시죠.. 그럼 진짜 물냉면밖에 없겠네요."


냉면 그릇에서 하얀 무를 집어 지율에게 넘긴다. 지율은 면을 크게 덜어 시환에게 준다.

"진우 형 하고는 어땠어요? 그 형 재미있죠?"

"예, 잘 쉬었어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이틀 내내.. 꼬빡.."

"... 별일 없는거죠?"

"예."


가볍게 대답하면서 냉면을 먹는 지율과, 그에 비해 왠지 젓가락질 조차 무거운 시환. 과연 '별일'의 뜻을 알까... 잠깐 망설이다가 한마디 툭 뱉는다.

"걱정 많이 했어요. 병원 실려가는 것만 보고, 이후로 못 봤잖아요. 제가 진짜로, 선배를 많이 좋아하나봐요."

지율의 반응을 살피지만, 답이 없다..

"... 들었어요? 내가 지금 선배 좋아한다고 했는데.."

"... 알잖아요. 예전에도 했었던 얘기인데..?"


"제가요? 언제요?"

"전에, 우리 충주에서... 경찰 학교 근무 마지막 날, 시환씨 많이 취했을 때요.. 내가 업어서 집에 데려다 줬잖아요."

"아, 그때요... 제가 그때 어디까지 얘기 했어요?"

삐릭삐릭... 알람이 울린다. 시환의 핸드폰이다.

"호출이에요?"


"아니에요, 우리 송이... 고양이 키워요. 밥 줄 시간이라고.. 괜찮아요, 마저 드세요. 그냥 하루에 세번씩 맞춰놨어요. 너무 바빠서 잊을까봐.. 바로 앞이라서 가다가 잠깐 들리면 되요. 가서 볼래요? 순한데..."

"그래요.. 밥만 주고 다시 사무실로 가요? 퇴근 안해요?"

"내일 또 외근 나가야 할 지도 몰라서요. 보고서 미리 써놓을려구요.. 선배는 정시 출근이죠? 형님들이 기다리시던데.."

"저를요? 왜요?"

"... 입원했었잖아요. 당연히, 걱정 하시죠."

"..."




6.2.2 시환의 집



차에 올라 창 밖을 본다. 해 떨어진 거리는 더 분위기있고 바빠진다. 퇴근길 사람들, 이미 꽉 막혀가는 도로... 몇분 지나지않아 경찰서 코앞의 오피스텔에 도착한다.

"가깝죠? 진짜 바로 앞이에요. 송이 때문에 다른거 안 보고 거리만 생각했어요."

비밀번호를 누른다. 지율이 다른 곳을 본다.

"안그래도 되요.. 이거, 선배 사물함 번호에요. 나중에 혹시 제가 며칠 못 오면, 대신 와서 송이 밥 주셔야 되요."

대답 할 시간도 없이 안으로 들어간다. 냐옹...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빠 왔어요, 잘 놀았어?"

짜르르르... 밥을 부어준다. 지율에게도 와서 가르릉 거리며 걷다가, 아무 경계없이 밥그릇 앞에 앉는다.

"낯을 안가려요. 혼자 있어서 그런가, 사람을 좋아해요."

잠시 송이를 지켜보다 집을 둘러본다. 거실 통창으로 내려다 보이는 경찰서... 여기서 보니 색다르다.

"재미있죠? 가끔 아는 사람들도 지나가요. 서장님이랑 팀장님 차도 자주 보고.. 이쪽보고 앉을래요?"


소파가 가볍게 밀린다. 창밖을 보고 앉는다. 시환이 하늘을 올려다 본다.

"조금 늦었네.. 한 삼십분 일찍 왔으면 노을 진짜 예쁜데.."

지율이 자기집처럼, 등받이에 기댄다. 노을 없이도, 하나씩 들어오는 가로등이 좋다. 시환이 바짝 붙어앉아 지율에게 팔을 두른다. 기대라고 어깨를 내어준다. 몸을 반씩 포개고, 편안히 자세를 잡는다.


"... 선배, 아까, 우리 하던 얘기요, 충주에서.. 내가 좋아한다고 고백했을때, 선배는 뭐라고 답 했어요? 답 했나? 안했죠?"

"글쎄요, 기억이 잘 안나요.."

"기억이 왜 안나요? 그날 나만 술 마셨는데? 선배는 나중에 전화 받고 나 데리러 온거잖아요. 선배도 취했었어요?"

"아뇨, 운동하고 있었어요, 잠이 안와서.."

"저 그때, 진짜 많이 마셨잖아요.. 사장님이 선배한테 전화한 것도 모를만큼.."



****



/회상 - 마지막 날/


운동복 차림의 지율이 시환을 어깨에 둘러 매고 올라온다. 간신히 한걸음씩 거실로 들어서서 소파에 내동댕이 친다. 숨이 차다... 옆에 주저앉아 잠시 쉰다. 소파에서 뒹굴거리는 시환.

"역시 우리 선배님! 여기까지 날 업고 올라 오시네요. 중간에 떨어뜨리면 그냥 내 발로 걸어올려 그랬는데, 다행이다.. ㅋㅋㅋ.."

"정신 좀 들어요?"

"정신은 아까 들었죠, 선배님 딱 보는 순간에 팍... 근데 몸이 자꾸 드러누워요..."

"혼자서 뭘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걷지도 못할만큼.."


"다음에는 둘이 마실까요? 아, 나 선배랑 술 마시고 싶었는데.."

"됐네요, 또 업어 달라구요?"

"그때는 제가 업어 드려야죠. 근데 어쩌지, 우리 인제 내일이면 못 보는구나.. 같이 마실 날도 없겠다."

"찬 물 좀 드려요?"

"예, 냉장고에 있어요.. 얼음도 많은데.. 우리 언더락으로 한잔 더 할까요? 양주 남은 거 있는데.."

"되셨습니다. 물 드시고 얼른 주무세요."


지율이 물을 찾아 얼음을 넣고 흔든다. 한잔 먼저 마신다..

"그죠? 선배도 나랑 술 먹기 싫죠? 아까 채은이가 싫다 그러더라구요. 치, 여지껏 지가 따라다녀놓고, 이제와서 저 싫대요.."

그에게 물을 건넨다. 벌컥벌컥 마신다... 크아... 알콜 냄새가 퍼진다..

"애인이랑 싸웠어요?"

"애인은 아니고... 그냥 클럽에서 만났는데, 몇번 잘 놀았다 이거죠. 나쁜 기집애.. 그냥 슬슬 연락 끊으면 되지, 굳이 전화해서 싫어졌다고, 아니, 사람한테 이제 너 싫다, 징그럽다... 어떻게 그렇게 또박또박 말을 하죠?"


점점 늘어지다 아예 소파에 미끄러져 누운 시환에게서 컵을 뺏는다. 위험하다.

"자고 나면 괜찮을거에요. 혼자 할 수 있죠? 저는 가볼께요."

"잠깐만요 선배님, 저 잠깐 일으켜 주세요. 토할 것 같아요..."

컵을 탁자에 내려 놓고 그를 부축해 똑바로 앉힌다.

"괜찮아요? 화장실 갈래요?"


잠시 숨을 고르던 그가 끄덕끄덕 한다. 일으켜 세워 화장실로 향한다. 두어발자국 남기고 뛰어가려다가 넘어지며 와르르 토해낸다. 얼른 다가가 손을 내민다.

"안 다쳤어요?"

지율의 손을 뿌리치고 혼자 일어서려다 한번 더... 이번에는 지율에게 뿜었다.

"죄송합니다.. 잠깐... 잠깐만요.."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시환이 또 게워낸다. 밖에 선 지율도 금방이라도 다 끄집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


지율이 웃는다.

"이거 그때 그 소파에요? 비슷하게 생겼는데.."

"아니에요, 여기 이사 올 때 새로 샀어요. 그때 그거는 집 주인 꺼 였구요."

"다행이네요, 거기에는 뭐 안 쏟아서.."

"선배한테 다 쏟았잖아요.. 아주 싸악 비웠죠, 그날.. 그래도 선배, 화도 하나도 안내고, 나 잘때까지 챙겨주고.."


"술 취한 사람한테 화 내면 뭐 해요. 얼른 재워야지."

"... 그래서 그랬어요? 빨리 재울라고..? ... 우리 그날 ... 키스 했잖아요."

지율이 당황한다.

"그때 딱 이 자세였는데? 자리만 바뀌고.. 그때는, 선배가 뒤에 앉아 있었고, 내가 앞에서 이렇게 기대서... 그때 왜 그랬어요? ... 나는, ...나야, 그때도 선배 좋아했으니까, 그래서 그랬는데 선배는.., 왜.. 그랬는지, 항상 궁금했어요... 진짜 고민하다가 물어보는 거에요,... 괜히 말 꺼냈다가 어색해 질까봐 참았는데.."


지율이 자세를 고쳐 앉으려한다. 시환이 재빨리 다시 당겨 안는다.

"잠깐만, 그냥.. 이렇게 앉아서, 하던 얘기 마저 해요. 얼굴보면 챙피해서 다 말 못하니까.. 왜 했어요? 분명히 선배가 먼저, 나한테 했어요, 맞죠?"

"다 기억 하네요, 취한 줄 알았는데.. 그때는, 씻고 나왔는데 시환씨가 울고 있었어요. 위로.. 같은 거... 해주려다가.."

"그냥 위로요? 다른 감정은 없고?"

"몰라요, 왜 그랬는지... 근데 진짜로 시환씨 우는게 너무 아프고, 예뻐서.."


"그거, 저도 그래요... 지금도 나는, 선배가 많이 아프고, 예뻐요. 그래서 이렇게 안아주고 싶고, 쓰다듬고 싶고.. 근데 제가 그때 약속했잖아요, 우리가 같은 곳에서 근무하게 되었다는 거 알게되자마자, 일하는데 지장없게 하겠으니, 아무 신경 쓰시지 말라고... 제가 선배한테 문자 보냈잖아요, 물론 답도 안하셨지만.. 근데 그게요, 일할때만 신경 안 쓰이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퇴근하면요, 휴일이나 뭐 그럴때는 연애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왜 나랑 안 사귀어요? 그새 안 예뻐졌어요?"


지율이 웃으며 팔을 풀려고 하지만, 시환이 버틴다. 잔뜩 힘주고 있는 그의 팔을 몇번 토닥거리고 포기하듯, 다시 원래 자세로 편안히 기댄다. 아까보다 더 포옥, 안겨든다.

"봐요, 지금도... 정말 내가 싫으면, 선배는 나 막 집어 던지고, 어디 부러뜨리고 할 수 있는데, 안 하잖아요? 내가 약 발라준다고 선배 막 만져도, 그냥 가만히 놔두잖아요. 이거 분명히 그린 라이트 아닌가?"

"오늘 왜 그래요, 갑자기? 혹시 진우 선배 때문에 신경 쓰여요? 별로 걱정 할 일 아닌데.."


시환이 한숨을 쉰다. 드디어 팔을 풀고, 업히다시피 지율의 어깨에 이마를 기댄다.

"그것도 있고... 으아.. 딱 2일 못 봤는데 미치는 줄 알았어요. 걱정되고, 보고싶고.. 하필 진우 형이랑 같이 있고... 진짜 막 못참겠는데, 쓸데없이 바다에는 왜 가서 쫄딱 젖어가지고, 추운데 감기 걸릴라고.. 그래놓고 호텔 데려가고..! 아, 강진우 완전 양아치.. 하여간에 여자 꼬시는 건 아주.."

지율이 몸을 돌려 시환을 마주 본다. 시환의 손가락을 꼭 쥐고 만지작 거린다. 설렌다. 시환의 심장이 마구 뛴다.


"옛날에, 어딘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렸을때요... 놀이터 같은 데에서 울던 애가 있었어요. 근데 걔는, 내가 가까이 가면 바로 울음을 딱 그치고 막 웃었어요. 정말 예쁘게, 나를 진짜 반겨주면서.. 꿈은 아닌 거 같고, 상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디테일해요. 그날, 시환씨가 막 서럽게 우는데, 그 꼬마가 생각났어요. 근데 다 큰 사람이, 내가 안고 있어도 계속 울길래... 처음에는 진짜로 안고만 있을려 그랬었어요, 다 울때까지.."


손을 올려 시환의 왼쪽 귀 언저리를 만진다. 뺨, 목, 어깨, 가슴... 옷 속의 상처까지 다 안다. 옷깃을 열고, 목에 남은 흉터를 따라 내려간다.

"근데 그날 그랬다면서요, 그 여자분이... 시환씨 몸에 있는 상처, 귀 안들리는 거.. 그런거 싫어서 그만 만나자고... 시환씨 눈에서 눈물이 막 떨어지면서, 선배한테도 난 하나도 매력 없잖아요.. 하는데, 너무 화가 났어요. 정말로 멋있다고 말해주고 싶었고, 지금도 그래요. 만약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난 시환씨한테 진짜 멋있고 섹시하다고 말할거에요. 진심이에요."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환이 지율의 입술에 살짝.. 입술을 대었다 뗀다. 눈을 마주본다. 한번 더, 아까보다 조금 길게, 아랫 입술을 빨아들였다가 놓는다. 지율도 거절하지 않고 가만히 놔둔다. 목덜미에 멈춰있는 지율의 손을 당겨 자신의 목뒤로 감는다. 눈이 먼저 웃는다..


"... 약속 하나만 해요.... 때리기 없기..?"

끄덕끄덕, 키스를 받아준다. 점점 격해지는 그의 숨을, 몸을, 감정을 느낀다. 문득 창밖의 불빛이 보인다. 소파가 뒤로 밀리도록 바짝 밀착해 오는 그를 잠시 떼어낸다.

"... 사무실 가야죠?"

"퇴근했어요."


시환이 다시 입술을 덮는다. 지율이 달랜다.

"가봐야되요."

"어디요?"

"자야죠, 내일 일 하려면.."

지율의 다리를 들어올려 소파에 편하게 눕힌다.


"아까 비밀번호 알려줬잖아요. 오늘부터 여기서 자요. 거기 싫어요. 형님들 자꾸 왔다갔다하고.."

"형님들? 아니면 강진우?"

옆에 앉아 허리를 굽혀 쪽쪽쪽 입술을 포갠다. 뺨을 만지며 가만히 웃는다.

"그 이름 세 글자는 이제 금기어에요. 저 어제 오늘 진짜, 탈모 올 뻔 했어요.. 잠깐 쉬고 있어요. 옷이랑 칫솔 갖다 줄께요."

"옷이요?"


"그때, 선배가 충주 아파트에 벗어놓고 간 그 옷이요.. 깨끗히 잘 보관하고 있었어요. 돌아오면 줄려고..."

그가 계단을 올라간다. 몸은 누웠지만 마음은 편치않다. 이래도 되는건지.. 팔다리를 쭉 펴고 스트레칭을 한다. 누워 자기에는 딱 좋다..


경찰서 불빛을 내려다 본다. 딱 오늘 하룻밤만 더, 쉬기로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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