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2월29일

6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4

진심, 변심, 괘씸

by 신소운

6.4.1 동부이촌동


리틀 도쿄라는 별칭답게, 일본풍의 가게들이 즐비하다. 아예 일본어로만 되어있는 간판과 메뉴판, 다닥다닥 붙은 작은 상점들... 서울 한복판이다보니 비싼 땅값 때문이겠지만, 그래서 더 일본스럽다.

"아이스 코히 구다사이 (아이스 커피 주세요)"

"오모치카에리 데스카? (포장해 드려요?)"

"하이, 소오데스 (예, 그렇습니다)"


시환이 커피를 들고 나온다. 시원하니 걷기 좋다.

"이 동네는 주문도 일본어로 해요?"

"한국말도 하겠죠. 그냥 일본 사람같아서 일어로 했어요."

시환이 시간을 본다.

"에이, 주차 할 데 찾다가 시간이 다 보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지하철 탈걸.."

"이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약속 장소에요. 한 오분?"


지율이 앞서 간다.

"이 동네에도 통일교 믿는 사람이 많겠네요."

"그렇거에요.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 여성 10명중 6-7명이 신도라니까, 엄청난거죠."

"오늘 만나는 분도 그쪽인데, 솔직하게 다 이야기 할까요?"

"글쎄요, 사실 저는 그것보다도, 이분이 너무 아는게 없을까봐 그게 걱정이에요. 일본 사람들은, 가족간에도 별로 자세히 말 안하니까.."


거리를 살피며 걷는다.

"주로 식당이나 술집인가봐요."

"아무래도 그게 제일 쉬우니까요. 모여있으면 더 잘 되는 효과도 있고...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대요."

"전부 일본 간판인데요?"

"실제 일본 사람들보다, 일본 유학 다녀온 한국 사람들이 더 많아요. 가게세도 비싸고, 남의 나라에서 큰 돈 걸고 장사하기 힘드니까요."


<兼六園 炉端焼き(겐로쿠앤 로바다야끼)>

가게 앞에 왔다. 문이 잠겨있다.

"무슨 뜻이에요?"

"화로구이 같은 거 하는 술집인데, 겐로쿠앤은, 가나자와에 있는 관광지에요. 일본의 3대 공원이라고도 해요. 주인이 거기 출신인가 봐요."

시환이 문을 두드린다.

"마사코씨, 계세요? 경찰입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통통하고 인상 좋은 일본 여성이 나온다.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홀 바닥에는 낮장사를 준비하려던 참인지, 식재료들이 박스째 놓여있다. 빈 자리로 안내한다.

"앉으세요, 제가 많이 걱정이 되어서 많이 기다렸어요."

"아직은 무슨 일인지 모릅니다. 일단 찾고는 있는데, 추적이 쉽지가 않아요."


"미키는, 재작년에 교회에서 만났어요. 일본 사람들 예배 하는데, 거기에 왔어요. 저는 여기 사는지 10년 넘었고, 그 사람은 한국에 몇번 왔어요."

"이후에 연락은 자주 하셨구요?"

"아니요, 조용한 사람이고, 친하지는 아닌데, 한국에 오면, 여기 가게와서 밥 먹어요."

"마지막 보신게 언제에요?"

"9월이요. 교주님 성화 9주기 왔어요."


"그 종교 창시자가 사망한지 9년됬다고요..."

시환이 지율에게 설명해준다. 마사코에게 묻는다.

"행사를 어디에서 했는지 아세요? 두분이 같이 가셨나요?"

"아니요, 저는 인터넷으로만 하고, 며칠 지나서 가게에 왔어요. 자기는 가평으로 갔다 왔다고.."

"가평이요... 천정궁인지 수련원인지 아세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천정궁일거에요. 거기에 총재님이 계시니까.."


시환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다... 9월 3일 사망 9주기 행사, 며칠 후면 대충 9월 5-10일 사이.. 은행에서 환전을 한게 8월에 입국하자마자 한번, 그리고 9월 10일에 한번이니까 타임 라인이 맞는다.

"그 이후에는 연락은 없었구요? 아니면 그날 와서, 뭐 어디를 간다던지, 언제 일본에 돌아간다는 그런 이야기는요?"

"그런 얘기는 안했어요. 그냥 거기가서 너무 좋았다고... 좋은 사람들 만났고, 한국말 잘 몰라서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했어요."


"여기 왔다 간 이후에, 은행에서 백만원정도를 환전했어요. 혹시 가평에서 다른 행사가 또 있나요? 돈을 내야하는?"

"전에는 교육 프로그램도 많았는데, 요즘은 다 인터넷을 해요. 꼭 가서 하는 거는 영육계밖에 없는데, 그건 비싸지 않아요."

"영육계요? 그게 뭐죠?"

"그거는, 참부모님께서 죽은 다음의 세상하고 연결해 주시는 건데, 거기 가지는 않았을거에요. 미키씨는 아직 젊어서.."


"거기 아니면, 요 옆에 천복궁에 기부 같은거 하죠? 액수가 정해져 있나요?"

"천복궁은, 한국 사람들이 바티칸가서 교황 사는 성당 가보는 그런 투어같은 거에요. 꼭 가야하는 성지지만, 돈을 정해놓고 얼마 내라고 안해요. 보통은 십만원정도 내고.. 탄신일이나 참만물의 날, 참하나님의 날, 이럴때는 좀 더 내도, 성화일 다음에는 특별한 날은 없어요."

"참만물의 날이 무슨.."

지율이 묻는다.


"혼인하는 날이요. 가정을 만드는 날.. 음력 5월 1일."

"그럼 참 하나님의 날은.."

"1월 1일이요.. 교주님이 세상을 만드신 7년을 기념하는 날이에요. 그리고 3월 1일이 두분이 성혼을 하신 참부모의 날.. 9월에는 따로 축복 드리는 날은 없고, 10월에는..."

피곤하다.. 지율이 커피를 마신다....



6.4.2 강력팀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은 진우. 요청했던 파일이 왔다. 미제 사건이다. 나지막히 중얼중얼 읽으며 눈으로 훑어내려간다.

"... 피해자 강수진, 당시 만 41세, 서울 상도동... 둘째 아들 송시율, 당시 만 16세... 함께 집안에서 살해 당함.. 아휴, 뭐야 이건... 어머니가 24 차례, 아들이 30 여 차례 이상 찔려.. 미친놈이네.. 과다출혈로 현장에서 즉사.. 목격자는... 송유리, 만 12세... 유리? 어렸을때 이름이 유리였나.. 송유리, 살해 장면 일부 목격.. 증언 불가..."


턱을 괴고 물러 앉는다.

"당연히 증언 불가지... 초딩인데.. 목격만으로도 까무라쳤을거다.. 응? 뭐라는거야..?"

다시 모니터 앞으로 바짝 당겨 앉는다.

"공범이 현장에서 사망...? 지문 절취 후 도주, 행방이 묘연하다 .. 범인은 2인으로 추정됨.. 그러면, 범인 중 한명이 다른 한명도 현장에서 죽이고, 수사를 방해하려고 지문을 숨겼다.. 그걸 나중에 지율이가 냉장고에서 찾았고, 주범은 아직 못 잡았다는 거고.. 어디 보자.."


"추가로 발견된 지문으로 사망한 범인 신원 확인, 이상철, 51세 남자.. 아이씨, 노숙자네.. 전과 없고, 거주지 없고.. 가족관계 있으나 관련 없고.. 당연히 없겠지, 그냥 지나가다가 돈주고 노숙자 하나 고용했구만.. 같이 죽이자고.. 처음부터 없에버릴려고 작정한거지.. 흔적은 하나도 안남겼고, 공범도 죽이고... 여기도 범인이 아니라 유령을 쫒았구나."


다음장으로 넘어간다..

"큰 아들 송창률, 당시에 21살, 의대생.. 학교 앞에서 자취, 7차례 심문했으나 혐의 벗음.. 아버지 송기환... 당시에 야간 근무 중... 잠깐, 엄마가 41살인데 아들이 21살... 난임이랬는데..?"

여기저기 찾아본다.. 유전자 검사 일지가 나온다.


"여기있다... 아, 입양이네?... 어? 아들 둘 다...?? 뭐야, 이거..? 아버지하고도 불일치, 어머니하고도 불일치.. 밖에서 낳아온 자식도 아니고, 친자도 아니고... 호적에는 어디보자... 셋 다 친자로 되어있는데, 지율이 하나만 친자다..? 아, 그래서, 첫째가 출생 신고가 늦었네, 둘째 1살때 아들 둘을 같이, 출생 신고를 했다... 그러면 큰애는 이미 6살, 우리나이로 7-8살.. 학교 갈 나이.. 본인은 입양인거 다 알고 있었을 거고, 둘째는 애기였다.."


"큰아들 의심 사유... 성인이었고, 가족간의 불화가 있었다, 공부 스트레스, 도박과 관련된 돈 문제... 에이구, 의대생이 무슨 도박이야.. 아버지 진술은... 강력계 형사로 업무에 관련된 협박용 혹은 보복 살인 의심하나, 특정인 지목하기 어려움.. 당일날 갑자기 바뀐 업무 스케줄이 범인에게 노출되었다...! 평소 보안에 철저한 가족들이 밤 11시가 지난 시각에 의심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강제 침입 흔적이 전혀 없다 이거지..."


다음 장은, 지율의 진술과 의사의 소견서다...

"... 얼굴에 흉터, 긴 머리, 야구 모자, 오토바이, 우비... 중년 남자 목소리였다... 응? 처음에는 오토바이를 집주변에서 본 것 같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번복했다... 이후로는 생각이 안난다...? ... 모자를 쓰고 있어서 머리카락이 안 보였다, 처음에는 야구 모자라 그랬다가 우비 모자였로 바뀌고..? ... 에이.. 바로 나오네.. 심각한 PTSD (범죄 피해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로 의심되며, 장기간의 치료를 요함...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제기..."


파일을 저장하고 깊은 한숨을 쉰다.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연신, 아이고, 아이고만 반복한다... 점심을 사들고 들어오는 민규. 재빨리 노트북을 덮는다.

"안색이 안좋아. 왜 그래?"

"아니야. 복잡해서 그래. 참고인은? 뭐 좀 건졌어?"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데, 다 짜고 치는 거 같애. 그렇게 하라고 시켰나봐."

"그놈이 그놈이지 뭐.. 떡볶이다...! 많이 주셨네!"


"네가 먹을거라 그랬더니, 진짜로 마구 담으시더라. 왜 이렇게 인기가 좋아?"

"나랑 찜질방 친구."

"할머니시던데?"

"아냐, 누님이야, 나이 얼마 안되셨어... 인제 환갑 조금 지났는데, 뭘."

입에 한 가득 넣고 좋아한다. 민규도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하나 집어든다...



6.4.3 차 안



운전 중인 시환. 지율은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말이 없다. 슬슬 불편해진다..

"선배, 지금 머리 터지죠? 이쪽 종교.. 잘 모르니까.."

후우우우.... 숨소리가 많은 말을 대신한다.

"자꾸 하다보면, 나아질거에요. 처음에는 다 이상해요, 저 사람들 쓰는 단어도 그렇고, 어투도 이상하고.."

"이름도 이상해... 뭔 궁이 자꾸 나오고, 덕수궁, 경복궁은 아는데, 왠 발음도 안되는 천.복.궁에 천.정.궁.. 아, 짜증나.."

빈 아이스커피를 쪽쪽 빤다. 얼음도 다 녹아 몇방울 없다. 시환이 주위을 살핀다.


"뭐 좀 먹고 갈까요? 배고프면 더 힘드니까.."

"편의점 있어요? 난 사이다.."

안된다고 하려다 참는다. 지금은 먹어도 다 토할지도 모른다.

"그래요, 찾아볼께요.. 먼저 보면 말해줘요."

핸드폰으로 검색하려는 지율을 말린다.

"놔둬요, 지도 자꾸 보면 멀미나요. 속도 비었는데.. 가다보면 나오겠죠."

전화기를 내려놓고 눈을 감는다. 아까 들은 말을 복습해본다... 교주님, 탄신일, 성화, 만물일...?

모르겠다. 다시 전화기를 들고 찾아본다..

"여기, 나무 믿어요? 왠 나무가.. 생명 나무..?"

"아, 그거는, 나무를 믿는게 아니라.. 원래 약간 사이비들이 나무 이야기를 많이 해요. 성경에 보면 에덴 동산에 있잖아요, 거기서 사과 따먹고 죄짓는.."

편의점을 찾았다. 저 앞에서 유턴해서 와야겠다..


"생명 나무는 주로 교주를 의미해요, 남자, 아니면 재림한 예수.. 그리고 그 옆에 선악 나무가 있는데, 그건 여자, 이브, 사탄... 어떤 데는 교주 본인이 예수인데, 그 나무로 재림했다고 가르치면서, 자기의 열매를 먹어야 영생을 한다, 그렇게해서 여자 신도들을 성노예로 삼아요. 오늘처럼 좀 큰 사이비들은, 교주가 생명 나무인건 비슷한데, 옆에 선악 나무에 사는 사탄이 이브하고 간통을 해서 인간의 원죄가 생겼다, 그러니까 생명 나무로 재림한 나에게 용서받으려면 혼전 순결을 지켜야한다, 뭐 그렇게 반대로도 이용하구요."


"그래서 모르는 사람하고 결혼하라그러면 하고? 한 사람만 봐야되니까 이혼율 낮고?"

"그사람들은 그렇게 되나봐요. 신기하죠? 많아요, 이재록, 정명석, 신천지... 그 집단을 유지하는데에 성관계를 많이 이용해요. 본인이 피해자인 걸 모르니까 신고도 없고, 오히려 목사나 교주의 보호를 받는다고 안심하는 거죠. 여자들 길들이기 제일 쉬운게 육체 관계니까. 나는 주인, 너는 노예..."

"성관계를 하면 왜 남자가 주인이 되고 여자는 노예가 되죠?"


"한국 사회의 특징이기도 해요. 소문나면, 남자는 자랑, 여자는 망신... 이래저래 불리해지기도 하고.. 성경도 봐요, 아담이 착한 놈, 이브가 나쁜 기집애, 사탄은 이브 친구.. 그래서 두 사람이 잠자리를 하고나서 하느님의 버림을 받는게 다 이브 - 여자 잘못... 여자가 원죄의 이유다.. 그렇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원죄는 여자가 짓고, 범죄는 남자가 짓고..?"

시환이 웃는다. 차를 세우고 비상등을 켠다. 편의점 앞이다.

"크흐... 명언이다.. 선배님 최고! 잠깐만요, 뭐 좀 사올께요. 사이다 말고 더 필요한거 있어요?"


전화가 온다. 은행이다. 스피커 폰으로 받는다.

"류시환입니다."

"안녕하세요, 시티 은행 한남동 지점입니다. 경찰에서 연락을 받고, 저희가 그 직원분은 찾았는데, 그분이 이번주에 본점으로 교육을 들어가셔서 출근을 안하세요. 메세지는 보내놨구요, 확인하는 대로 류 형사님께 연락을 하실거에요. 혹시 이쪽으로 오시는 길이시면, 헛걸음 하실까봐 전화드렸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분하고 통화해서 약속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수고하세요."


시환이 지율을 본다.

"시간 남는데, 아직도 편의점이에요?"

"예, 사이다... 하고 양갱...?"

"양갱이요? 문형사님 드시는 그 양갱?"

"예, 양갱 많이... 설탕이 필요해요.. 뇌가.. 체한 거 같애요.."

"크흐흐... 뇌가 어떻게 체해요...?"

"몰라요.. 아, 이런거 하면 뇌도 체하는구나.. 지금이 딱 그래요.."

시환이 편의점으로 들어가고 혼자 남은 지율이 핸드폰을 보며 연습한다..

"천주천보 수련원, 천심원, 청평 수련원... 아, 도대체 이름이 몇개야.. 천보천.. 아니, 천,주,천,보.. 천주, 천보 수.련.원... 영,육,제...영육제.. 참맘물.. 참, 만, 물... 참, 마안물... 아, 보고를 해야겠지?"

석호에게 문자를 보낸다.

/은행 직원 본점 출근. 연락 오면 약속 잡고 방문 예정 - 오늘취소/

/9월 3일 전후 가평, 청평 쪽 시설갔다는 증언. 그쪽 경찰에 협조?/

/천정궁이나 천주천보 수련원 추정중/


답이 온다.

/상황 설명하고 미키씨 사진 보내겠습니다. 며칠은 기다려야겠네요, 수고하셨습니다/




6.4.4 경찰서



머리가 복잡한 진우, 잠깐 바람이나 쐬러 밖으로 나간다. 입구에서 마주친 이찬호 순경. 뚱이를 안고있다.

"어? 뚱이네? 왜 잡아가? 뭐 잘못했는데?"

찬호가 웃는다.

"아닙니다, 잠깐 진료실에 가보려구요, 발에서 피가 나요."

하얀 발에 붉으스레한 핏자국이 있다.

"에이구, 이 자식.. 거봐, 혼자 뺄뺄대고 다니다 다쳤구나.. 우리 닥터는 개도 치료한대?"

"모르겠는데, 한번 부탁드려 볼려구요. 근무중이라 동물병원까지 가기는 좀.."


"같이 가자, 내가 졸라야지. 아이구, 우리 뚱이, 아프지...?"

뚱이를 안고있는 찬호의 손에 시선이 멈춘다. 전신 화상으로 휴직했다 돌아온지 얼마 안되었다. 복도를 걷는다...

"너는? 화상 재활 치료, 버틸만 해? 레이져야? 아프지?"

"... 할만합니다..."

"표정보니까 별로 할만하지 않네. 미안하다, 도움도 못되고.."

"아닙니다, 경위님이 왜.."


"뚱이 내가 안을까? 손가락 괜찮아?"

"안 무겁습니다. 팔로 들었습니다."

"관절은 움직이는 건 괜찮고?"

"글씨 쓰고 이런 작은 일은 아직 어렵습니다."

"천천히, 꾸준히 해... 전처럼 외근 못나가서... 속상하냐?"

"아닙니다. 내근이 좋습니다..."

"있잖아, 내가 아직 고백 못한게 있는데... 내가 아는, 살아있는 경찰 친구 중에, 네가 최고야... 잘 돌아왔어."

어깨를 툭 친다. 찬호가 말없이 걷는다..


보건실 문을 두드린다.

"닥터님, 응급인데 들어가도 되?"

진료실 문을 빼꼼 열고 진우가 머리만 내민다.

"아, 강형사님! 왜? 어디 다쳤어요?"

"나 말고, 친구... 여기 놀러오다가 어디 부딪혔나봐.."

뚱이를 내민다... 눈치보는 찬호.


"아, 뭐야? 얘 맨날 여기 알짱거리는 애 잖아. 형사님이랑 친해요?"

"여기 사람들 다 친하지. 뚱이야, 이름이.. 근데 발에서 피가 난대."

"참나.. 인제는 개까지 보래.. 이리줘봐요, 어느 발이요?"

진우가 뚱이를 받아들고 보건의에게 상처를 보여주려는데, 뭔가 이상하다.

"이쪽... 어? 여기도 그러네?.. 발바닥 네개가 다 그러는데?"

"가만 있어보세요, 제가 한번 볼께요..."


뚱이의 발바닥을 살피더니 웃는다.

"에이, 안 다쳤어요, 길에서 뭐 밟고 지나왔나? 상처는 없어."

"그래...? 그럼... 찬호야, 잠깐 안아봐."

뚱이를 다시 건네고 민규에게 전화를 한다.

"민규야, 나 지금 보건실인데, 혈흔 검사 시약 좀 갖다 줄래?... 아니, 루미놀 말고, 그 옆에 FOB 있어 .. 응, 캐비넷에 맨 안 쪽에... 빨리 뛰어와."

보건의가 반신반의한다.

"에이, 설마요..."

웃음기 사라진 강진우, 가만히 뚱이를 쓰다듬는다.




*루미놀: 지워지거나 숨어있는 혈흔을 찾아내는 시약으로, 사람과 동물 모두에 반응한다

*FOB : 채취한 혈흔이 사람의 것인지를 검사하는 키트 - 인혈에만 반응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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