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2월29일

6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5

진심, 변심, 괘씸

by 신소운

6.5.1 보건실


당황스러워하는 보건의를 옆에 두고, 이리저리 뚱이의 발바닥 사진을 찍는다. 민규가 책상 위에 놓인 FOB 키트를 증거 수집용 비닐백에 담는다. 선명한 두 줄... 인혈이다...



6.5.2 시환의 차


천복궁을 나와 차에 오르는 두 사람. 지친 얼굴의 지율을 위로하려는 시환..

"정신이 하나도 없네. 뭔 성지라고 순례자가 저렇게 많아? 저희도 좀 들어가서 쉬어야겠죠?"

"그래요, 팀장님께 보고서 올리고, 내일이라도 가평에 가야 할지 의견 들어보구요."

"그쪽에서 연락 올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실거에요. 대충 동선이라도 나오면, 그때 가요. 왔다갔다 여러번 해야 할지도 몰라요."


"이번 주말에 영육제라는 거 있다면서요, 그건 정말 아닐까요?"

"그거는 배우자랑 사별한 사람들이, 그 영혼하고 재회하는 날이에요. 미키씨는 아직 미혼이라서 참석 안할거에요."

"별걸로 다 돈을 받아.."

"죽어서도 가정을 지키라... 나쁜 의도는 아닌데, 교회에서 나서서 죽은 사람 만나게 해준다 그러니까 정이 확 떨어져요. 굿 같은 거 하려나.. 기독교, 불교, 무속신앙... 다 짜집기해서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고..참.."

"말을 참 잘 지어내요, 그죠? 능력 좋아요."


"문 형사님처럼.. 문 형사님 국문과라서, 말씀을 재미있게 잘 하시잖아요. 가끔 글도 쓰세요."

"그래요? 오호, 글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네?"

"졸업은 아니고 중퇴... 중간에 경찰 가셨대요. 집이 어려워서.."

"잔소리하고 성질내는 글만 쓰다가 짤린거 아니고요?"

"그럴지도 몰라요, 아우, 잔소리 진짜 많어.."

하하하... 하하..... 하....


짧은 침묵을깨고 시환이 묻는다.

"설마 지금... 아니죠?... 보고 싶어요?"

"문 형사님? 아니요... 그냥.. 뭐, 쪼끔..? 옆에 없으니까 허전하긴 한데..."

"전화해볼까요?"

"에이, 외근 가셨는데 방해되요. 나중에... 퇴근할때 한번 해보죠."

"보고싶다고 문자 해봐요. 뭐라 그러나.."

"진짜?"

"해봐요, 문형사님이 우리를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잖아요.. 궁금해 하시던지.."


지율이 톡을 한다.

/보고 싶어요/

"했어요? 진짜?"

"응, 딱 다섯 글자... 보고싶다고.. 어? 답 왔다... 크흐흐흐.. '총 맞았냐?'..."

시환도 웃는다. 지율이 또 보낸다.

/사랑해요/


.... /나도/

"어? 어? 문 형사님도 우리 사랑한대요..."

답을 하려는데 하나가 더 온다.

/너무 사랑해서 미치겠다.. 사랑 1 + 미침 99/

전화가 온다. 종태다.


"일 안하고 문자질이냐?"

"복귀하는 길입니다. 식사 하셨어요?"

"인제 겨우 먹고있다. 같이 일하는 놈이 자꾸 꼬무닥 거려서 늦었어. 조심해서 들어가. 내일 보자."

"예, 수고하십시오."

"수고!"

경찰서 부근으로 접어든다. 시환의 표정이 밝다.

"다 왔습니다, 홈 스윗 홈.. 어렸을때, 경찰 드라마를 많이 봤거든요? 미국 거 다 구해다 보고... CSI, Monk, Psychic... DVD 시리즈로 다 가지고 있어요. 진짜 좋아했는데, 경찰이 되는 건 싫었어요. 저는 증거 찾고, 감식반, 과학 수사... 그런거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속였어요, 경찰 경력이 있어야 국과수에서도 뽑아준다.. 다 거짓말인데, 어려서 모르니까, 정말로 믿은 거에요. 힘들어 죽겠는데 운동 시키는 거 다 하고, 공부 다 하고.. 가까스로 경찰대 가서, 사실 아버지한테 속아서 경찰 됬어요."


마지막 신호에 멈춘다.

"드라마 처럼, 애들 길 찾아주고, 할머니 짐 들어주고.. 그런 걸 하는 줄 알았다가, 막상 시작하니까... 시작하자마자 그때, 그렇게 된거잖아요..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이게 아닌데... 아빠한테 속은거야.. 그래서 더, 진짜 하기 싫다가, 그나마 요즘 조금씩 일이 좋아지는게, 신기하게 문 형사님 때문이에요. 선배도 있고, 문 형사님 보고 싶어서, 아침에 자꾸 빨리 출근하게 되요."

"삼촌.. 이잖아요. 강제로 맺어진 삼촌 조카.."

"이젠 삼촌이라 그러면 은근히 좋아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처음에는 되게 뭐라 그러더니.."


"다칠까봐 그러셨나봐요. 저한테 한마디 하셨어요. 칼 든 놈 만나면,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가만히 앉아있으래요, 싸우지 말고.."

"경찰인데?"

"그러게요, 경찰인데... 크크.. 도대체 경찰을 뭘로 보고..??"

신호가 바뀌고 서서히 경찰서 쪽으로 진입한다. 키득거리며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 골목을 지나오는 채은을 보지 못하고 지나친다. 통화를 하다말고 물끄러미 시환의 차를 바라보는 채은... 화려한 옷차림에 비해 표정이 좋지 않다.




6.5.3 젊은 피



<설빙>

2층으로 가는 계단 앞에 모여선 네 사람 - 지율, 시환, 진우, 석호다. 자칭 '젊은 피'만 모였다.

"회식이잖아. 근데 이걸 먹자고? 형이 쏜다는데, 피자도 아니고 밥도 아니고...? 야, 너 있으니까 내가 고기는 바라지도 않아,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잖아."

"그래? 배고파? 그럼 옆에 모밀국수 먼저 먹고 다시 올까?"

좌절하는 진우.. 바로 길 건너가 줄줄이 고깃집인데...

"추워.. 왜 빙수야..?"

"진짜 춥기전에 먹어둬야지, 좋아하는데 혼자 가기는 좀 긴장되서 못 갔거든.."


"그래도, 저녁은 먹어야하니까.. 모밀 국수 먼저 먹고 올라가죠? 바로 옆집인데.."

석호가 중재한다. 국수집으로 가는 따라가는 진우가 시환에게 어깨 동무한다.

"밥 때마다 우리 미소가 고생이 많겠구나,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시환은 태연하다.

"하다보면 괜찮아, 김밥도 있고, 컵라면, 아이스크림... 다 내가 좋아하는 건데?"

"파트너 바꾸지 말고, 둘이 평생 해라.. 어우, 벌써 힘들어."


모밀국수 여섯개를 시키고 기다린다. 진우가 묻는다.

"이거는 안 이상해? 뭔지 다 보여서?"

지율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저를 놔준다. 힘든 하루였을텐데 불만없이 메뉴를 맞춰주니 고맙고 미안하다.

"너랑 밥먹고 다니면 살이 더 빠지겠다. 형은? 모밀국수 좋아해? 우리는 이런거 먹고 다닌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남자들끼리 있으면 저녁은 거의 고기 아냐? 아니면 백반집이나 찌개 같은거..."


"근데 형은 원주에, 국과수 들어가면 뭐 먹어? 거기 어디 산속에 유명한 집 있나?"

진우가 떠본다.

"멀리 안가고 시내에서 대충 먹어. 맛집은 줄 서기도 싫고, 혼자서 뭐하러.."

"지율이 할머니 댁이 원주였대. 지금은 안계시고.."

하나 던져놓고 분위기를 살핀다. 아직까지는 별 특이점이 없다..

"아, 그래요? 어디 추천하는데 있어요? 다음에 가게되면 들러보게."


시환이 끼어든다.

"팀장님, 저도 같이 가면 안돼요? 국과수 한번도 못 들어가봤어요. 살짝 구경만 할께요."

"그럼 우리 날 잡아서 다 같이 갈까? 형은 일 보내고, 우리는 놀자. 단합대회 한번 해야지. 잠은 지율이네 할머니 댁에서 자고..."

"어? 집이 아직 있어요? 선배, 우리 진짜 가요?"

"가요. 넓어요.. 온실 같은 하우스가 있어서, 그 안에 텐트 쳐도 되요."


"자고 새벽같이 출발해야겠다, 지각 안 할려면."

석호가 웃는다. 진우가 한술 더 뜬다.

"그런 날은 제끼는 거지, 누가 출근을 해? 우리 간거 아무도 모르게 비밀로 하고, 샤르르 거기서 몰래 모이는 거야. 팀원들 눈 피해서.."

아무 관련없는 걸까.. 이렇게까지 얘기해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괜한 의심을 했나.. 음식이 나온다. 여분으로 시킨 두개도 남자들끼리 나눈다. 의미없는 말로 어색함을 풀어본다.

"맛있네, 지율이 덕에 잘 들어왔다.."

후루룩... 금세 비운다.



***



2층 빙수집. 쟁반 가득 빙수를 받아 들고 오는 진우와 시환. 제일 먼저, 지율이 시킨 것을 무너뜨린다.

"나도 섞어줘, 그렇게 하니까 더 맛있어보여."

"싫어, 혼자 알아서 먹어."

"자슥이... 직계 선배를 뭘로 알고... 아참, 형은 고등학교 어디서 나왔어? 시환이랑 나는 여기서 가까운데."

"부산."

"부산? 사투리 안 쓰잖아?"

"서울에서 계속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다가, 고등학교만 내려 갔었어. 그때는 부모님이 좀 큰 동네 계셔서.."


의외다. 역시 지율이가 살던 상도동 사건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빙수를 반 숟가락 떠서 쟁반에 흐뜨린다. 떡도 한 알 올린다.

"왠일로 고시레냐? 그것도 커피 빙수로?"

"인제 해요, 나도 부적 갖고 다니잖아. 우리 아버지 꺼.."

주머니에서 아버지의 칼을 꺼내 보여준다.

"이게, 알고보니 부적이었더라고... 같이 죽자고 놔두신게 아니라, 잘 살아남으라고 남겨주신 부적.."


지율과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두 사람을 살피는 시환.

"아, 이거 가져가요.."

석호가 지갑에서 지율의 부적을 꺼낸다.

"중요한 건데, 오늘 없어서 괜찮았어요?"

"에이, 괜찮아요, 복사본이에요."

"응? 복사본?"

"원본은 잘 놔뒀고, 복사본 여러개 만들어서, 쓰다가 망가지면 버리고, 더러워지면 다른 거 쓰고.. 그러는 거야. 선배 가져도 돼."


"됐다, 나는 내 칼 있으니까 인제 필요없어."

"뭔데요? 저도 봐도 돼요?"

시환이 가져간다... 강장동물... 문 잠궈, 나오지마..

"그날 오빠분이 주신거래. 마지막 유품 같은 거.."

"아... 근데, 필체가 완전히 다른데? 두명이 쓴거 아냐?"


지율이 설명한다.

"그게, 강장동물은, 그날 아마 성적표가 왔나 그랬을건데, 제가 틀린 문제가 있었어요. 감장인가 강잠인가로 써서, 다음에 틀리지 말라고 오빠가 공책에 제대로 한번 써주고, 그날 밤에 사건 날 때는, 급하니까 그 종이 찢어다가 대충 막 흘려 쓴 것 같아요."

"글쎄요, 그런거 치고도 글씨가 많이 다른데... 그렇지 않아?"


시환이 진우에게 넘긴다. 진우와 함께 부적을 들여다 보는 석호.

"다르지, 많이 다른데, 앞에 꺼는 펜으로 썼잖아. 연필하고 펜하고 많이 다르지. 궁서체는 펜이 좋아야 예쁘거든... 맞다, 형도 붓글씨 했지? 석호 형 글씨 진짜 잘쓰는데, 이런 글씨체 아냐?"

"다 똑같지, 비슷해. 서예나 펜글씨하는 사람들은 다 궁서체 쓰잖아."

진우의 손에 든 부적을 가져가 앞뒤로 뒤집어가며 자세히 살핀다. 문득, 긴박했던 상황이 느껴지는 것 같아 지율을 한번 본다. 조용히 빙수를 먹고있는 지율.


"... 미안해요... 괜찮아요? 우리가 이런거 막 돌려보면서 떠들어도 되나..?"

아차 싶은지 다들 말이 없다. 지율이 미소짓는다.

"괜찮아요, 오래되서.. 오빠 글씨 얘기하는데 뭐 어때요? 이쁘게 잘 썼다는데.."

다들 한 숟갈씩 빙수를 먹는다.. 아 차거워... 진우가 농담을 건네본다..

"야,근데 너네 둘은, 강장동물이랑 되게 잘 울린다.. 시환이는 속이 싹 비었잖아, 머리까지 다.. 지율이도, 얘는 성도 강씨네.."

웃는다. 석호도 따라 웃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다... 아이들 목소리...


/너는 이거 틀리면 안되지, 네 얘기잖아, 너처럼 속이 싹 비었다고... 배도 비고, 머리도 비고.. 강장동물./

/야, 너 누구보고 머리 비었대? 이 자식이 내 동생을..??/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꼭 닮아가지고... 야, 오빠가 여기다가 한번 써줄께, 다음에는 틀리면 안돼? 봐봐, 강, 장, 동, 물... 크... 명필이다... 너네 오빠는 글씨도 발로 써. 지 글씨, 지가 못 읽잖아../

/뭐가 어쩌고 저째? 너 이리와봐.../

까르르 웃는 소리, 투닥투닥 장난치는 소리...


설마...?? 부적을 다시 본다. 궁서체, 펜글씨, 강장동물... 눈에 익은 글씨체다... 그렇다면 뒷면은...

/문 잠궈. 절대로 나오지 마. 불도 키면 안돼. 신고했으니까 아무 소리 내지말고 기다려/

엉망으로 마구 휘갈겨서 쓴 글씨... 키면...! 불도 키면 안돼... 불도 키면, 불도 켜면... 성냥 키면, 성냥 켜면... 가스 킬때, 가스 켤때... 있었다. 오래전에... 꼭 키고 켜고를 틀리게 말하던 그 아이..



*** 회상 - 석호 ***


"거기 줄 있잖아, 잡아당겨. 불 먼저 키라니까?"

"아, 말 좀 똑바로 해, 키는게 아니고 켜는 거라고.'

"내가 아나운서냐? 키나, 켜나 똑같애. 불만 들어오면 되지.."

다락방, 천장에서 내려오던 하얀 줄... 끝에 붙은 동그란 고리에 손가락을 걸어 잡아당기면, 찰칵 하고 불을 밝히던 전구.. 겹겹이 몇개의 걸쇠를 잠그던 오래된 나무 문...

... 그럴리가...??



********



"형! 석호 형! 왜? 뭐 이상해?"

진우가 부른다. 생각에서 깨어난다... 석호를 바라보고 있는 세 사람.

"어? 아니야, 갑자기 뭐가 생각나서.."

부적을 돌려준다. 지율과 눈이 마주친다. 잠시, 물끄러미 바라본다. 강지율... 아니지? 아닐거야...

"미안한데, 제가 깜빡한게 있어요. 어디 전화를 해 주기로 했는데... 먼저 일어날께, 놀다가요... 내일 보자."

진우를 가볍게 툭 치고 일어난다. 가세요... 인사는 하면서도 눈으로는 계속 석호의 뒷모습을 좆는다.. 저거다.. 부적... 지율이의 부적과 뭔가 관련이 있다.. 그래, 분명히 지율이와 뭔가 있는거다...




6.5.4 힌트



밖으로 나오는 계단을 미끄럼타듯 서둘러 내려온다. 말소리가 들리지않을 만큼의 거리까지 뛰어가 전화를 건다. 지율의 주치의 오세영이다.

"어, 세영아, 혹시 지율이, 아니 강 형사, 다른 이름 있어?"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급해?"

"아니, 급한건 아니고.. 강 형사가, 국적이 여러번 바뀌었으니까, 혹시 전에 쓰던 이름이 있나 해서, 뭐 좀 찾아볼려고.."


"미국에서 쓰던 이름 있었지. 뭐였더라.. 내가 처음 만났을때는... 줄리아 아니면 율리아 였어. J 를 쓰는데 스페인어처럼 율리아라고 발음하더라? 우리 말로는 줄리아였겠지? 줄리아 S. 피터슨.. "

"S? S는 뭐야? 미들 네임 생각나?"

"한국 성이 S라 그랬었어, 아마 신씨나 서, 송... 그런거.. 왜 갑자기?"

"강지율이라는 이름은 언제 바꾼거야?"


"한국 들어올때, 국적 다시 신청했잖아. 그때, 엄마 성을 썼을거야. 그리고 이름은, 원래 이름이 지율이야. 어렸을때 어머니가, 남자 이름 같다고 끝자만 따서 율이라고 불렀다던데? 그래서 영어 이름도 제일 비슷하게 율리아 였고.. 율이야, 율이야.. 똑같잖아."

율이, 유리... 율리아... 석호가 중얼거린다.. 세영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한다.

"선배 괜찮아? 별거 아닌데 허둥지둥이야? 그래 뭐, 굳이 말하자면 신분세탁이지. 본인이 말하지 않는 한, 신유리, 서유리가 율리아 피터슨으로 살다가, 강지율이 된거니까.. 근데 뭐 그게, 문제 있나?"

"송유리야..."


"응? 송유리...? 그랬나? 어떻게 알아?"

"... 어? 아..., 누가 물어보는 사람이 있었어, 혹시 지율이 예전 이름 아냐고.. 송유리 아니냐고 묻더라고.. 내가 잘 몰라서, 너한테 전화 한 거야."

"누가? 지율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어? 아버지 친구?"

"어어, 예전 동료신가봐... 지율이 하는 얘기가, 꼭 자기가 아는 집 애랑 많이 비슷하다고.. 야, 이거 지율이한테는 말하지마. 그 사람이 아버지하고 어떤 관계였는지도 잘 모르고.."


"안해, 걱정마. 선배가 전화 한것도 말 안해. 그러니까 나하고 통화한 것도 말하지 마. 환자 얘기 이렇게 퍼뜨리면 고소 당해."

"그래, 안할께.. 고맙다. 갑자기 전화해서 놀랐지?"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지. 별거 아니라 다행이야. 이제 막 퇴근 하려던 참인데, 어떻게 알고 딱 맞췄어."

"들어가라. 다음에 연락할께."

"지율이 문제면 하지마. 더이상 대답 안 할거야."


"그럼, 잠깐만.... 전문가한테 하나만 묻자... 만약에 지율이를 아는 사람이 있어서, 옛날 일을 듣게 되면... 그래도 되나? 강형사가 그때의 충격 때문에 잘 기억을 못하잖아. 근데 주위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때 이랬다, 저랬다 이야기 조금씩 해주면, 기억을 찾는데 도움이 될까?"


"아니, 안하는게 좋아. 말하는 사람마다 이야기가 다르면 더 혼란스럽고, 사실이 왜곡될 수도 있어. 스스로 하나씩 기억해 내는게 안전해. 도와주고 싶은 건 알겠지만, 왜, 그렇잖아.. 아픈 애 걱정된다고 너무 이 사람 저 사람 떠 먹이면 오히려 토해. 체한다고.. 만약에 힌트가 있으면, 하나씩 천천히 던져줘봐. 상황 봐서, 조심조심.. 가뜩이나 아직 범인을 못 잡았잖아. 다른 사람 오해해서 사고라도 치면, 누가 책임져?"


빙수 집 계단을 내려오는 떠들썩한 소리... 지율이 일행이다. 소리가 들릴까 서둘러 끊는다.

"가봐야겠다. 고마워, 끊을께."

시커면 건물 그림자 안으로 숨어들어 세 사람을 지켜본다. 아무것도 모르고 하하호호 장난치며 걸어간다.

'...송유리... 돌아왔구나..'

셋이 횡단보도에 나란히 서 신호를 기다린다. 한쪽에 진우, 다른 한쪽에 시환...

'강지율이 송유리였다.. 그러면 류시환은..? ... 바보같은 놈..'


파란 불이 켜지고 세사람이 길을 건넌다. 노래방으로 들어간다...

<달밤지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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