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2월29일

9화 마당놀이 2

놀아보자 놀아난다 놀고 있구나

by 신소운

9.2.1 다시 가평 / 설악 파출소



시환이 묻는다.

"오 경사님이요, 전화를 꺼놓으셔서 그러는데, 현 거주지 주소를 좀 알수 있을까요?"

"예, 잠시만요, 이분이.. 어? 여기가.. 이상한데? 소장님, 오 경사님 주소가 업데이트가 안된거 같은데요? 마상리는 한참 전에 없어졌잖아요?"

"야, 마상리가 언제적 동네인데 주소가 거기로 되어있어? 한 이십년은 됐겠다."

"그러게요, 예전에 부모님 댁이었나?"


"왜요? 없는 주소인가요?"

"예. 거기가 사람들이 다 나가고 텅 비어서 싹 허물고 직업 학교가 옮겨왔어요. 저 한참 어렸을때 공사해가지고.. 죄송합니다, 주소가 이게 아니네요."

"혹시 사룡리 부근에 사신다는 말씀은 못 들어보셨어요?"

"사룡리요? 거기는 완전 산골짜기인데.. 거기는 아닐 거에요. 그 동네는 좀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 왜 청학동 같은거요, 머리 땋고, 한복 입고.. 그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그 비슷하다 생각하시면 되요."


"황 순경은 어디에 살죠? 저희가 그날 현장에서 보자그랬는데, 그 직후에 바로 휴직계를 낸 것 같아요. 얼굴도 못 봤습니다. 혹시 여기로 불러서 몇가지 질문만 좀 해도 될까요?"

"그 친구도 전화를 안받아요, 요즘 애들이 참... 어디보자, 주소가.. 가깝네요, 설악면 한서로 268길 134... 86번 국도도 한 15분이면 갑니다."

"268길 134... 감사합니다. 근데 두 사람 인적사항이 이게 다에요? 너무 간단한데요? 가족도 없고, 학교도 .. 거의 독학 수준이네요?"


"저희는 작은 파출소라 고졸에 운전만 할 줄 알면 되죠, 뭐 다른게 필요한가요? 다들 동네 사람들이고.. 아, 근데, 지석이는 검정고시여도 아주 똑똑해요. 한자를 무슨 삼천자가 아니라 거의 오천자는 아는 것 같아요. 붓글씨도 잘 쓰고.. 동네 어르신들이 맨날 경조사 봉투 써달라고 와요."

"여기 이 사진 하나밖에 없어요?"

게시판을 바라보던 지율이 묻는다. 파출소 조직도다.


여러분의 설악 파출소...

황지석의 사진이 맨 끝에 붙어있다. 서글서글한 눈에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짙은 눈썹과 단정한 청녹색 제복... 똘똘해 보인다.

"예, 파일로 갖고 있는 것도 같은 사진입니다. 젊은 친구가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어디 한바퀴 돌고 증거 사진 남기라 그래도 지는 쏙 빼고 현장만 찍고 그래요."

"하나 조금만 크게 프린트 해 주세요, 잘 보이게.."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일본 여자 사건은, 이 두 사람하고 무슨 관련이 있는 겁니까? 저쪽 가평 경찰서가 맡았잖아요."

"처음 신고 들어온게 여기 였잖아요, 황 순경 당직날.."

"아니요, 저희는 그 사건하고 관련이 없는데요?"

"예? 보고 못 받으셨어요? 그날 새벽에 청평 파줄소에서 누가 황 순경한테 연락을해서, 사건일지를 조작했는데.. 그래서 저희가 좀 만나자고 했더니 피하는 것 같구요."


"아니에요, 저희도 가평 경찰서에서 오신 분이 똑같은 말씀을 하시길래 살펴봤는데, 그런 보고서 자체가 없어요. 그날 황 순경 야근도 아니었구요. 그, 청평 파출소 분이 높은 분한테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간건 사실인데, 우리한테 전화 한 적도 없구요, 그 사람이 그냥 지나가다 사건 현장을 우연히 발견했다, 뭐 이렇게 진술했어요. 에이, 그런 거 가짜로 쓰면 큰일나죠, 거기다가 이제 막 시작한 순경이 무슨.."


그가 내미는 사건일지를 살핀다. 오 경사가 복사해서 준 그 페이지를 찾아본다. 4일전, 5일전, 6일전... 주취자 고성방가 1건, 가정 폭력 1건, 십대로 추정되는 오토바이 난폭운전.. 그게 전부다...?! 어이없는 지율과 시환...

"그럼 혹시, 그 아우디 차량이요, 사고 직후에 어느 견인차가 와서 끌고 갔는지는 아세요? 카센터나 폐차장으로 옮겼을때, 아니면 오 경사님이 어느 카센터에서 차를 찾아왔는지요."

"카센터가 아니라, 산 속에서 발견되었다니까요? 용의자 아버지 소유의 땅에서요, 뉴스 안 보셨어요? 오 경사가 아니라 가평 경찰서 분들이 직접 가서 찾았어요. 신고 받고.."




9.2.2 다시 가평 / 시환의 차



생각에 잠긴 두 사람. 정신을 추스리고 시동을 걸지만, 다시 꺼버린다.

"뭐죠? 이 뭔가에 홀린 것 같은 기분?"

답이 없기는 지율도 마찬가지다.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고 말이 없다.

"처음부터 다시 봐야겠어요... 미키씨 실종 공문을 보내고, 오 경사가 연락을 해왔죠. 그 교회 부근에서 목격 되었다... 그래서 내려왔고, 의료기관에 실종자, 환자, 사망자 확인, 우리가 먼저 해달라고 했구요..."


시환이 이어간다.

"그리고나서 병원 영안실에 비슷한 여자가 있다, 가보니 미키씨였고, 교통 사고였다.. 실려왔을때 이미 사망 상태였다, 그리고 오 경사가 병원에 나타나서 저희한테, 그날 야근했던 사건 일지 복사본을 주었어요, 황 순경이 썼다면서.."

"아주 허접하고, 누가봐도 탄로 날 만큼 허술한 기록이었구요, 그걸 보고 저희가 현장으로 갔죠. 오 경사한테 차량 수배 지시하고, 증거 수집 할 동안 황 순경은 나타나지 않았고.. 아마 이미 그때, 휴직계를 쓰고 사라졌겠죠."

"그때, 선배, 잠깐.. 그때 오 경사가, 청평 파출소 이야기를 먼저 꺼냈어요. 청평 파출소 어느 높은 사람이 황지석이한테 전화해서, 얘는 그냥 시키는대로 썼다..."

"우리한테 청평을 던져준거네요, 그걸 덥썩 물었고.. 설악 청평 둘 다를 배제한 상태에서 둘이서만 수사를 시작했고, 오 경사가 차를 찾았다는 소식에 거기까지 따라갔죠.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 제가.. 그때 차를 어디에서 찾았는지, 어느 카센타였는지 확인을 안 했어요. 물어도 안보고, 차 가져온 게 너무 좋아서... 감식만 하고.."

"아마, 처음부터 오 경사가 가지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사건 현장에서 아까 그 영상을 찍은 사람도, 오 경사나 황 순경 둘 중 하나 일거고.. 운전자가 음주 상태니까, 신고를 못하게 하고 아버지한테 먼저 전화를 하도록 시켰다든가... 일부러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차는 숨겨주는 척, 가로챘을거에요. 나중에 이용하려고... 오늘 처럼..."


시환이 묻는다.

"근데 왜일까요? 땅 문제였을까요? 리조트 건설 반대... 겨우 그것 때문에 사람이 죽어가는데 그냥 놔두면서까지.. 몰아가기에는 좀.. 먼저 개인 감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한쪽이 기자고, 한쪽은 경찰이니까... 아니면 아버지 때 부터 뭔가.."


지율이 정신을 가다듬어본다.

"우리 일단, 황지석을 찾아요. 얼굴도 못봤고, 이거 전부 오경사가 시킨건지, 확실한 건 오경사는 뭔가 관련이 있잖아요. 황 지석이 얼마만큼 관련이 있는지 알아봐야겠어요. 사실, 황 순경이 썼다는 사건 일지도, 오경사가 그렇게 말하는 거지, 자기가 쓴 것일 수도 있잖아요."


차를 출발한다. 바로 86번 국도로 접어든다.

"뭐가 뭔지 도데체.. 그러고보면 이상한게 몇가지 있었어요. 선배, 그거 생각나요? 우리가 거기 밤에 도착해서 바로 차 검사할때... 오 경사가 자꾸 어둡다고, 불을 켜줄까 물었잖아요. 장작 가져다 불 피울까 물어보고.. 경찰 교육 받은 사람이, 한두해 한 것도 아니고, 루미놀이고 뭐고.. 야간에 더 잘 보이는게 있다는 거 알텐데요."


"... 보여주고싶은게 있었던거죠... 예를들면, 우리가 아침에 찾은 미키씨 머리카락 같은 거..."

"자기가 꽂아놨을까요?"

"지금 정황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죠. 차를 옮기면서, 아니, 그 전에 아마 미키씨를 먼저 옮기면서 머리카락 몇개쯤 쉽게 얻었을거고, 다음에 차를 옮겨서 머리카락을 꽂아놓았다, 우리가 빨리 그걸 발견했으면 좋겠는데, 깜깜해서 못 보는 것 같으니까 자꾸 옆에서 불을 켜주겠다.."

"오와... 완전 우릴 가지고 놀았네... 그 사람.. 경찰 맞아요?"


네비 소리에 이야기를 멈춘다.

/12미터 후, 우회전 입니다...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 선배님, 근데 .. 여기... 주소가..??"

시환이 버벅대며 조수석을 본다. 이미 지율은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있다.

"... 또 속은거죠? 젠장... 황지석... 그 놈도 가짜에요.."


길 한가운데에 그대로... 서서히 차가 멈춘다. 저 앞에 당당하게, 눈앞에 우뚝 선 커다란 빌보드 간판... 검은 돌 세개를 맨 등에 얹어놓고 엎드려 있는 여자 사진..


/더 스테이 힐링 파크

수목원, 리조트, 스파와 골프를 갖춘 가족 휴양지

환영합니다/


9.2.3 용산 경찰서 조사실




"왜 죽였어요?"

"....."

"아주머니 아들이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를 왜 죽였냐구요? 돈 아까워서 그랬어요?"

"....."


입을 꽉 다물고 답을 안하는 여자에게 현장 사진을 보여준다. 줄줄 흘러 바닥으로 내려앉은 피, 방바닥 가득한 붉은 발자국, 침대 위에 누운 의식없는 이반나... 여자가 고개를 돌린다. 놀랐는지, 호흡이 빨라진것 같다. 종태가 뒤로 기대어 앉는다.

"아들 일하는 거 대타는 언제부터 했어요? 두 사람이 자주 바꿔서 들어갔어요?"

"....."


"아주머니, 말 안한다고 유리하지 않아요. 변호사도 싫다, 대답도 안한다, 아들한테 전화도 안하겠다... 뭐 어쩌라고, 우리보고?"

테이블에 놓인 생수병을 따 여자 앞으로 놔준다.

"아이구, 참... 아줌마 아닌거 다 알아요. 아들이잖아요. 아들을 위해 덮어쓴다, 뭐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말고, 그날 일 말 해요. 아들이, 대신 출근해 달라고 했어요?"

여자는 깊은 한숨만 쉴 뿐, 말이 없다. 지켜보는 종태만 답답할 뿐이다. 은석이 들어온다.


"족적 비교 사진입니다. 현장에서 나온 건 성인 남자, 260-70으로 추정됩니다. 이 분은.. 235 나왔습니다."

여자는 안도인지 좌절인지 모를 얼굴로 눈을 비빈다. 눈물일까, 분노일까.. 두 손으로 머리를 넘기며 생수병을 바라본다.

"내가 그렇게 그 기집애한테 가지 말라고 했는데..."

여자가 중얼거린다. 종태와 은석이 나란히 앉는다.


"물까지 다 사다 바쳤어요. 우리 집 앞에 편의점에는 걔가 먹는 물을 안 판다나... 한번씩 이태원까지 나가가지고 그 물만 짝으로 사다가 집안에 들여놔주고... 별 정성을 다 들였는데... 알고보니 몸파는 애 더라고요. 그때부터 화가 난거야. 우리 아들이 원래 좀 병이 있어요. 조울증도 있고, 분노 조절도 못하고 한번씩 욱 하면 집안 살림 다 때려부수는데... 그러니 학교도 때려치우고, 직장도 한번 못 가져보고.."


"한동안 뭐 서로 고소하고 어쩌고 난리를 치더니, 약속을 했다 그러더라구요. 성매매로 신고 안 하는대신에, 구경은 하게 해준다고.. 뭐 가끔 한번씩 싸게 사진 모델을 해주기로 했다면서, 그렇게 좋아하더라구요. 껍데기만 보는데 뭐가 그렇게 좋냐, 했더니, 엄마, 엄마, 걔는 너무 비싸서 같이 자고 이런거는 못해.. 그러면서 대신 사진은 싸게 준다고, 사진 찍어서 지도 벌고, 여자애도 벌고 그런대요."

"잘 팔았어, 용돈 벌이 하더라구요. 다 갖다 도로 기집애한테 퍼줘서 문제지.. 그 어린 년이 아주 남자를 살살 꼬득여서 자꾸 돈을쓰게 만들어요. 오빠, 오빠 하면서, 방바닥에 뒤집어 까져가지고 사진 찍다말고, 오만원만 더 주면 지 입고 있는 빤스를 벗어준다 그랬다나... 그날 집으로 막 뛰어들어와서 나더러 오만원을 내놓으라는 거야. 그걸 돈을 주고 사야된다고... 아휴, 그 미친 놈을 내가.."


여자가 기어코 눈물을 보인다. 종태가 묻는다.

"그날은, 왜 대신 일을 가셨습니까? 대신 가달라고 부탁하던가요?"

"아니요, 그냥 눈치를 이래 보면 알아요. 오늘은 기분이 어떻구나, 내가 쉬어도 되겠다... 아이구, 오늘은 열받았구나, 가서 사고 치느니 내가 간다고 하자... 그래서 갔어요, 뭐 씩씩거리고 있길래."

"이유는 모르셨구요?"


"그 얼마 전부터 안좋았어요. 어떤 놈이 자꾸 오는데, 손님인 줄 알고.. 저 놈한테는 얼마나 받길래 저렇게 자주 오냐, 단골은 할인도 해주냐, 화가 나서 그랬나봐요. 그랬더니 여자애가, 그 남자는 자기 애인이라고, 돈 하나도 안받는다고 그런거야. 그러니 우리 아들이 뿔딱지가 난거지. 지는 몇년을 따라다니면서, 쓰레기 버려줘, 집 청소해줘, 입던 빤스까지 손빨래 해줘.. 시장 봐서 냉장고 다 채워주고.. 그렇게 해줬는데 멀찌기에서 쳐다보게만 하고, 그 어떤 놈은 갑자기 툭 튀어나와 가지고 애인이랍시고 공짜로 잠자리 해 주고..."


한주 이야기와 비슷해진다. 돈을 지불 한 적은 없다...

"여자를 죽일거라던가, 그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까?"

"없어요, 그냥 지 혼자 화나면 방에 들어가서 밥 때 지나도 안 나오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그날도 일 가야되는데 늦을것 같길래, 내가 먼저 간다 그랬지. 방문에 대고, 일 간다고... 근데 그 일은 괜찮은데, 물건 배달이 좀 무거워요, 나 혼자 하기가. 그래서 트럭 할때만 좀 와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답을 안하더라구요."


"오겠지 하고 가서 일하고, 물건 싣고 시장에 갔는데, 애가 안 오더라고. 나 혼자 하다가 마지막 집에서 물건 내리는데 나타나서, 엄마 내가 할께요, 그러길래 됐다고, 다 했다고 한소리 했는데, 대꾸가 없이 가만히 있더라고, 입 꾹 다물고.. 평소같으면 뭐라고 했을텐데.. 그러고는 나를 골목앞에 내려주고 지는 잠깐 어디 갔다 온다고 트럭을 가지고 나갔어요. 그길로 나는 걸어서 집에 오는데, 그 여자애가 죽었다고.. 경찰들이 집앞에 쫘악 깔려있었죠."


"아드님한테 연락 했습니까? 경찰이 와있다거나.. 네가 죽였냐거나.."

"아유, 그런 건 상상도 못하고.. 그냥 큰일났으니까 집에 와봐라, 애가 죽었단다... 그렇게 음성만 남겼어요. 근데 전화기도 방에 두고 가고, 연락이 안 됬어요."

"아들이 범인인건 언제 아셨어요?"

"...."

"아주머니, 지금 말씀 하시는 거, 하나도 아드님한테 피해 안 가요. 그냥 저희가 정황만 보는 거에요."


"내가 뭐, 확실히 아는 건 아니고, 걔 방에 사진들이 많아요, 그여자애 사진만 아주 몇 박스야.. 근데 가끔 화가나고 그러면 그 돈 주고 산 비싼 사진을 막 칼로 긋고, 내리 꽂고.. 그러더라고요. 평소에는 손도 못대게하고 지 혼자만 보는 그런 애지중지 하는 걸.."

"찢은 사진들은 어디있어요?"

"... 내가..."

여자가 망설인다...


"말씀하세요, 그 망가진 사진들은 어디있어요?"

"내가, 정말 혹시라도 그 놈이 죽였을까봐, 그 사진들만 숨기자고... 경찰이 보면 의심하니까, 내가 숨기자고 그랬어요... 다 태워버릴려 그랬는데, 아들이 절대 안된다고, 자기 여자라고.. 없애버리면 자기도 죽어버릴거라고 난리를 쳐서... 그래서.."

여자가 말을 멈춘다... 운다.

"근데 정말 우리 애가 죽인거 맞는거에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예?"


종태와 은석이 조사실을 나선다. 빠른 걸음으로 차에 오른다. 정환이 뒤따라 나선다.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용미리 공원 묘지에 애들 아버지 무덤이 있어요. 거기 가서 남들 안볼때 몰래 옆에 째끔씩 이렇게 파서 묻어버렸지../


"지원 부탁 드립니다. 고양시 지나 파주시 들어가는 혜음로 북쪽, 용미리 공원 시립 제 2묘지입니다. 살인 용의자 염상원의 증거품 몇 점이 숨겨져 있다는 정보 입수했습니다. 용미리 제 2묘지, 2013년에 사망한 고 염세호 씨 묘소 입니다. 정확한 위치 확인 부탁드리구요, 혹시라도 주변에 염상원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본인 소유 소형 픽업 트럭 가지고 있습니다, 차량번호는..."




9.2.4 다시 가평 / 사룡리




비틀비틀 산길을 오른다. 한참을 돌고 돌아 겨우 평지에 다다른다. 앞을 가로막은 철문. 허허벌판에 달랑 문만 세워져 있다. 담장이 없으니 옆으로 돌아가도 되고, 아무렇게나 밀고 가도록 자물쇠도 없다...

"뭐죠? 이런게 있었나? 그때는 어두워서.."

"있었겠죠. 녹도 슬고.. 오래되어 보여요... 아마 그때는 오 경사가 열어놨을수도 있구요."

"그랬을것 같아요.. 아침에 나올때도 본 기억은 없지만, 별다른 뜻은 없고, 그냥 사유지 표시 같은데요?"


문 옆으로 돌아 계속 운전한다. 비포장 자갈길이라 덜덜덜덜... 많이 가는 느낌이다. 움막같은 작은 집들이 몇개 눈에 들어온다. 낮에보니 더 초라하다.

"여전하네, 사람 흔적도 없고, 개도 한마리 없이.."

지율이 갑자기 가방을 뒤진다.

"왜요? 총 찾아요? 여기 있는데..?"


시환이 꺼내어 지율에게 준다. 지율이 또 테이저건을 잡으려 한다.

"오늘은 이거 써요. 그래야 내가 마음이 놓여요."

시환이 테이저건을 들어 자기 옷 속으로 숨긴다. 지율이 권총을 넣고 여전히 가방을 살핀다.

"뭐 필요해요? 왜요?"

"어.. 그게.. 아, 찾았다.. 있었네.."

템폰을 꺼낸다. 시환이 묻는다.


"하혈이죠? 날짜 안됬잖아요."

"날짜까지 세고 다녀요? 나도 모르는 걸?"

지율이 아무렇지않게 답하며 가방을 맨다.

"맞는 날짜가 아니니까 모르겠죠. 선배, 병원 좀 가봐요, 진짜.. 벌써 몇번째인지 알아요?"

"있다가, 나중에... 지금은 화장실부터 찾아보구요..."

"나중에 언제요? 있다가 서울 가서? 예? 배는 안 아파요? 아우 좀 .. 말 좀 들어요..."


먼저 내린 지율이 이집 저집 기웃거린다. 하나같이 대문이 없다... 한 할머니가 마당에서 무우를 다듬고 있다.

"저기, 실례합니다. 죄송한데 화장실 잠깐 써도 될까요? 제가 좀 급해서요.."

낯선 사람을 보고 흠칫 놀란듯한 할머니가 손으로 마당 한쪽을 가르킨다. 작은 초가집처럼 서있는 좁은 공간... 화장실인것 같다. 지율이 빠른 걸음으로 간다.

"감사합니다."


지율이 들어가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섰던 할머니가, 뒤에서 나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다. 시환이다. 활짝 웃으며,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반달 웃음을 짓는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저는 목이 마른데... 혹시 마실거 있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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