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1 대질심문
긴장감 도는 회의실에 석호와 종태가 앉아있다. 말 한마디 없이, 테이블만 본다. 똑똑... 시환이 들어온다. 깔끔한 셔츠에 단정한 자켓을 입었다. 종태가 훅 던진다.
"머리 짤랐냐?"
대답없이, 고개만 까닥한다. 석호에게도 목례한다. 평소 흉터를 가리느라 조금 길게 내리던 머리를 아주 짧게, 싹 잘랐다.
옆에앉은 시환을, 곁눈으로 훑어본다. 솔직히, 남자가 봐도 징그러운 수술 자국.. 처음으로 그걸 전부 다 드러냈다. 무슨 뜻일까. 채은과 부모에 대한 어필일까, 석호를 향한 반항일까.
"앞서 말씀 드린대로, 오늘 미팅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팀장님은 옆에 계셔만 주십시오. 시환이도 아무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실수도 잘못이야."
"..."
찬호의 안내로 채은과 그 부모가 들어온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지만, 쳐다도 안보고 빈 자리를 찾아 앉는다. 줄줄이 따라 앉고, 종태가 말문을 연다.
"이쪽은 저희 팀장님 이십니다. 이석호 경감님.. 저는 문종태 경위, 그리고 저쪽이 류시환 경위입니다."
시환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채은을 본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당신은 소름 끼치니까, 우리 애 쳐다보지도 마. 여기도 안데리고 올려 그랬는데, 지가 온다고 해서 어쩔수 없이 왔어. 왜 불렀어? 뭐 잘했다고?"
채은 어머니가 이미 흥분한 목소리로 쏘아붙인다. 종태가 차분히 답한다.
"정식으로 사과 드리고, 고소를 취하하는 쪽으로 권해드리려고 오시라 했습니다."
"누구 맘대로요? 그쪽이 사고치고, 그쪽이 사과하고.. 그쪽이 고소 취하해라, 전부 당신들 맘대로에요? 우리 애는? 우리 가족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되요? 어린 애 꼬셔서 추한 짓이나 하고, 그런 경찰 말을 왜 들어? 나 오늘 이거 다 녹화, 녹음 할거고, 바로 방송에 넘길거니까, 알아서들 말 잘 가려서 해요."
핸드폰 녹음 버튼을 눌러 탕.. 테이블에 올린다. 소형 카메라를 켜고 시환을 향해 돌려 놓는다. 시환이 정면으로 렌즈를 바라본다.
"동의없이 촬영하시는 건 불법입니다."
"미성년자 강간하는 것도 불법이에요."
"영상과 녹취, 둘다 법정에서 불리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 강간한 거, 평생 불리해야되요."
"강간이 아니라면 어쩌시겠습니까?"
"의제 강간도 강간이에요. 13세 지났어도, 자기 판단이 미숙한 18세 미만이고, 작년부터면 만 16살이에요. 저 새끼 내가 꼭 감방 보낸다고."
"따님이 23살이라고 속이고 만났습니다. 그럼 만으로 21세가 넘었다고 한거고, 거기에 대한 증거는 충분합니다."
"대한민국 경찰은 머저리들만 뽑아요? 대가리에 뭐가 들어서 만 16살하고 21살 하고 구분을 못해?"
"아버님은 구분 하십니까?"
"뭐라구요?"
"아버님께 여쭙습니다. 길거리 지나가는 여자들, 몇살인지 구분하시냐구요."
"당신 경찰이라고 경찰 편 들지? 그래, 해봐, 계속! 지금 이거 다 찍어서 공개하고 개망신 줄거야."
"조작 안하고 원판 공개하시면, 어머님 목소리도 많이 나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교사.. 시라면서요?"
여자가 잠시 주저한다.
"잠깐 껐다가 처음부터 다시 해드릴까요? 톤을 좀 낮추고, 욕은 삼가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나 학부형들이 들을 수도 있으니까요."
문종태...! 석호는 속으로 기가 차지만, 티내지 않게 표정관리를 한다. 부들부들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 여자.
"다 필요없어! 무릎 꿇고 빌어! 경감이고 서장이고, 다 나와서 빌어!"
"채은이 엄마, 진정하고.."
"진정을 왜 해? 저 새끼 저거 우리 약올리는 거 안보여? 채은이가 나이 한번 속였다고, 그거 하나 꼬투리 잡아서 무죄로 풀려난다 이거잖아! 지들이 경찰이니까 다 짜고 칠거 아냐?"
종태가 일어난다. 손을 뻗어 카메라를 집어든다.
"뭐하는거야? 건들지마! 내려놔."
"이쪽으로 놔야 잘 보이죠. 각도가 잘 안맞네.. 테이블을 좀 치우고, 아버님이 직접 들고 찍으세요. 팀장님, 류 형사, 다들 와."
채은 아버지에게 카메라를 넘기고 끼이익... 테이블을 밀어 한쪽 벽으로 붙인다. 넓어진 공간에 무릎을 꿇는다.
어안이 벙벙한 사람들. 석호가 일어나 종태 옆에 무릎을 꿇는다. 문이 열리고 진우가 들어온다.
"죄송합니다. 저는 류 경위 선배입니다. 제가 잘못 가르쳤습니다. 죄송합니다."
역시나 종태 옆으로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인다. 시선을 돌리는 시환. 채은을 본다. 잠깐 눈을 마주친 채은이 못본 척, 다른 곳을 본다.
"류 경위, 뭐합니까? 와서 사과드려요."
종태가 부른다. 대답없이, 꿈쩍도 앉는 시환.. 조용히 채은에게 말한다.
"같이 꿇자. 너랑 나랑, 둘이 잘못한거잖아."
"야! 너 우리 애 쳐다도 보지 말했지?"
여자가 악을 쓴다. 녹음하던 핸드폰을 시환에게 집어던진다. 있는 힘껏 테이블도 시환쪽으로 밀어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대신 의자를 집어 올리려 한다. 남자가 말린다.
"놔, 이거!"
"당신 왜 이래? 채은이도 잘못한 거 맞잖아!"
"뭐가 어쩌고 어째? 당신이 그러고도 애 아빠야? 야! 꼴에 남자라고 저 새끼 편이냐?"
거친 말싸움이 시작된다. 말 없는 채은, 바라보는 시환, 여전히 무릎 꿇고 앉아있는 사람들..
문이 열린다. 지율이다.
"분위기 왜이래요? 같은 편이 싸우네? 벌써 끝난거야?"
부부가 싸움을 멈추고 지율을 본다. 채은이 돌아본다.
"채은씨, 왔어요? 술 안 취하니까 훨씬 예쁘네? 영상 하나 왔는데, 볼래요?"
태이블 위에 노트북을 놓고 영상을 튼다. 어두운 밤, 경찰서 주차장을 뒷배경으로 서있는 사람들, 왔다갔다 분주한 발을 멈추게 하는, 술이 많이 올라 혀 꼬인 젊은 여자 목소리... 채은이다.
/영상
류시환을 보고 활짝 웃는 채은.
"인제 끝났어?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집에 가자! 같이 갈라고 기다렸어."
"취했어? 집에 가."
멀찌기 떨어져서 답하는 시환. 지나가는 사람들이 인사한다..
"그러니까, 간다고, 집에.. 오빠 집에.."
"네가 우리집을 왜 가? 너네 집 가서 자. 가깝잖아."
"와, 경찰이 술 취한 여자 막 그냥 쫒냐? 무슨 일이 생길 줄 어떻게 알고? 나 신고한다? 오빠가 나 길거리에 버리고 갔다고?"
"가서 자라. 나 선배들하고 약속 있어."
"선배는 무슨 선배... 너 바람났지? 이 여자하고 맨날 붙어다니는 거 봤어. 아주 입이 귀까지 쫙 째졌더라?"
"말 조심해.. 가, 데려다 줄께... 선배, 먼저 집에 가 계세요."
"야! 너 오빠 집에 들락거려? 벌써 잤네, 잤어! 어쩐지 수상했다니까?"
"이채은! 너 정말!"
"류시환! 너 그러는 거 아니야! 네가 뭔데 나를 까?"
"네가 찼잖아. 다른 사람 생겼다며?"
"헤어졌어. 그러니가 우리 다시 만나."
지율의 목소리.
"저는, 잠깐 일 할게 남아서, 사무실로 들어갈께요. 여친 잘 데려다줘요."
"아닌 거 아시잖아요! 잠깐만 기다려요, 선배, 제가... 야, 이채은, 잠들지 마! 일어나! 집에 가!"
채은이 바닥에 점점 드러누우며 소리친다.
"오늘 너네 집 간다니까? 너 나랑 자는 거 좋아하잖아... 기다려! 내가 경찰 시험 봐서 여기 들어올거야. 너랑 산다고!"
사람들이 수근거린다. 곤란한 목소리의 시환.
"4년제 편입한다며? 대학 간다는 애가 맨날 술이야? 업혀!"
"편입은 개뿔... 카페 알바가 무슨 대학을 가? 나 그냥 너 꼬셔서 결혼 할거야. 우리 오늘 임신하자.."
시환이 채은을 들쳐 업는다.
"미안해요, 선배.. 있다가 전화 할께요."
주차장을 가로지르는 시환, 등에 업힌 채은이 소리 지른다.
"류시환 사랑해..! 바람 피지 마..!"
/
기가 막힌 채은 아버지. 다시 의자에 앉는다. 지율을 노려보는 어머니, 눈초리가 여전하다.
"허락도 없이 누가 이런걸 찍어서 돌려? 또 너네 짓이지?"
"잘 나왔죠? 좀 어둡긴 한데, 차라리 다행이에요, 그날 화장이랑 다 엉망이었거든요.. 미성년자라면서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많이 먹었대?"
"야! 영상 지워!"
"경찰서 한번 오려면, 길거리부터 쫘악 카메라가 몇대인지 아세요? 여기서는, 그냥 다 찍나보다, 찍히나보다 하고 들어오는 거에요. 근처 CCTV에서 간추린 채은씨 영상입니다. 경찰서 주변을 계속 맴돌면서 류시환 경위를 기다립니다."
다음 화면을 켠다. 날짜 별로 줄줄이 나오는 채은의 모습. 주차된 차 뒤로 숨거나, 벽에 기대서 촬영하는 모습도 있다. 화면을 멈춘다.
"이런게 불법 촬영이구요, 처벌 대상입니다. 영상 제출하세요, 검토하겠습니다."
다시 재생한다.
"날짜 보이시죠? 지난 5주간의 기록입니다. 20회 이상 류 경위를 미행 했습니다."
"미행이라니? 스토킹이라도 했다는 거야, 뭐야? 얘가 피해자야, 그쪽도 여자니까 이해할거 아니에요!"
"저 여자긴한데, 이건 좀 이해가 안가요. 그날 술 취해서 류 경위한테 업혀간 날, 항거불능 상태에서 강간 당했다 그랬죠? 오피스텔 복도 CCTV 에서 거의 잠든 것 같은 장면이 있긴 해요.."
다음 영상을 튼다. 채은을 업고 앨리베이터를 타는 시환, 내려서 긴 복도를 지나는 모습.. 집안으로 들어가는 그림자..
"저거봐, 저거! 집으로 데려가잖아, 술 취한 애를! 부모한테 연락을 해야지 왜 지가 데리고 가냐고!"
"류 경위는 채은씨 전화, 비번 몰라요. 헤어진지 한참 되었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구요. 집에 한번도 못 데려다주게 했대요. 4년제 편입 공부하는 중이라 부모님이 보시면 안된다고.. 맞죠?"
대답하지 않는다. 지율이 다음 영상을 클릭한다.
"이거요, 이거는 본인이 설명 좀 하죠?"
화면을 틀자, 시환의 와이셔츠만 걸치고 카메라 앞을 왔다갔다하는 채은, 정확히 말하면 채은의 다리.. 발목에 건 발찌와 패디큐어가 일치한다. 춤 추듯 가볍게 왔다갔다 한다.
"뭐야, 이거? 몰카야? 당신 몰카까지 했어?"
흥분한 여자가 소리친다.
"류 경위가 고양이를 한마리 키워요.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밥그릇 쪽이 보이도록 모션 카메라를 달았어요. 밥그릇이 비면 가서 채워줘야해서.. 여기가, 화장실하고 부엌 사이인데, 아침에 샤워하고, 방에 들어가서 옷 꺼내 입었나봐요? 왔다갔다 하는 걸로 봐서, 식사는 가볍게 토스트랑 계란 후라이? 설거지는 하고 왔나.. 이날 우리, 새벽 5시에 출동 있었는데, 여기 녹화 된 시간이 아침 8시... 집 주인도 없는데 즐거워 보이네."
채은의 아버지가 카메라를 끈다.
"왜 꺼?"
여자가 소리친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많이 작아진 목소리다.
"꺼야지. 당신 딸 감방 보낼라고?"
"이 정도로는 귀엽잖아요, 아직 안 보내셔도 되는데... 다음 거 보세요. 채은 씨 잡지사에 아는 사람이 있죠? 대단한 잡지는 아니고, 자이언트라고, 남자들이 보는 성인 잡지인데, 모델 하려구요?"
사진 화일을 느린 속도로, 자동 재생 시킨다. 천천히 하나씩 지나간다. 실루엣이 비치도록 창문 앞에 팔벌리고 선 와이셔츠 차림, 반쯤 풀어제낀 목욕 가운, 옷은 입지 않고 송이만 안고 찍은 상체, 그리고 가릴 곳만 가린 아슬아슬한 경찰 제복... 뚜렷하게 보이는 명찰과 계급장 - 류시환... 무궁화 하나..
"이 사람, 집으로 불러들였네요, 주인도 없는데.. 사진만 찍었어요? 경찰 제복가지고 이딴 짓 하면 처벌인데, 알아요? 하긴, 주인없는 집에서 이런 짓 하는 것도 범죄고, 그래놓고 성폭행했다 거짓말 하는 것도 범죄.. 이 사진 찍은 사람, 채은씨 미성년인거는 알고 있나? 하긴, 또 나이 뻥 쳤겠지.."
점점 수위가 놓아져가는 제복 사진에 여자가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덮는다.
"이 사진 찍은 사람, 아침에 전화 통화했습니다. 참고인 조사 응한다구요, 곧 출석할겁니다. 개인 소장용 말고 다른 곳에 유포한거 있는지 확인하고, 원하시면 막아드리구요. 만약에 채은씨가 돈을 받고 찍었더라도, 계약서가 없고, 이정도면 음란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유권 박탈할 수 있습니다. 절차가 좀 있는데, 도와드릴까요? 다만, 자발적으로 촬영과 음란물 유포를 모의했다면, 채은씨도 벌금형 정도는 받을 수 있습니다."
"사진 어디서 구했어요? 벌써 다 돌아다니는거 아니에요?"
"그 사람이 찍어서, 채은씨한테 일부를 보냈습니다. 예쁘게 나왔다고 친구들한테 자랑하느라고, 따님이 직접 여기저기로 보냈어요, 새 프로필이라고.. 맞죠?저희는 친구들하고 인스타에서 찾았습니다. 요즘 수사 참 쉬워요."
"..."
"그리고, 아까 하던 얘기요.. 류시환 경위, 미성년자 성폭행 건 계속 진행 하십니까? 그러실거면, 가택침입 및 음란물 제작하고는 별개의 사건이 되니까요, 빠른 시일내에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가 인원이 많이 딸려서, 류 경위가 얼른 복귀해야 일을 좀 진행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건 때문에 며칠째 출근을 못해서요."
채은의 어머니가 핸드폰과 카메라를 챙겨 일어선다.
"어디가십니까?"
"안해요, 우리 더이상 안하니까, 사진 막아주세요."
"절차가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번 하신대로 고소장 접수하셔야 진행합니다."
"있다가 가져올께요."
남자와 채은도 여자를 따라 일어선다.
"사과하고 가요. 첫번째 절차입니다."
지율이 낮은 목소리로 지시한다.
"우리는 사진도, 영상도 안 찍으니까, 이채은씨는 류 형사한테 사과하고, 부모님은, 여기 계신 분들께 사과해요. 그 전에 못나갑니다."
여자가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다시 조금씩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이봐요, 그건 그거고, 저 경찰이 어린애랑 잔 건 사실이잖아!"
"그거 사과했잖아요, 그것도 단체로. 아줌마 좋아하는 무릎 꿇는거, 많이 해드렸잖아? 그럼 이제 당신 딸 잘못 키운거 사과하라고! 무릎 안 꿇어도 돼. 유치해, 그게 뭐라고.. 꿇으면 뭐? 왕이라도 된것 같애? 무릎만 꿇고 앉아서 속으로 ㅆㅍㅆㅍ 욕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사과야? 주접이야, 말로나 똑바로 하라그래, 진심으로!"
그래도 아무말 없자,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쾅쾅 내리치며 소리를 지른다.
"사과하라고! 너네만 사람이야?"
진우가 벌떡 일어나 지율을 막는다.
"나가십시오. 아래층 가셔서 사진 유포 건 상담 받으시구요, 앞에것 취하하시고, 새 고소장 접수하세요. 가셔서, 이찬호 순경 찾으세요, 도와드릴겁니다."
서둘러 회의실을 나서는 세 사람. 지율이 더 사납게 소리를 지른다.
"야! 어디가! 이채은! 주딩이 열어!"
"야, 야, 니꺼는 닫어!! 아우, 좀! 이리와!"
진우가 지율의 입을 막고 반대쪽으로 끌고 간다. 말없이 일어서는 시환.
"시환아. 지금 출근 하는거지? 일 많다.."
종태가 중얼거린다. 석호가 먼저 일어나 바지를 턴다.
"며칠 더 쉬라고 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도 해야하고.. 고소 취하되어도, 징계 위원회 열릴겁니다. 일정 잡히는 거 보고, 며칠 더 있다 나오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환 쪽은 쳐다도 안보고, 석호가 나가버린다. 시환이 종태를 내려다본다.
"뭐해요, 안 일어나고?"
"싸가지 참 많어, 그치? 빈 말이라도, 고생했다, 류시환, 한마디 못하나? 어이구, 저런 놈은 인간성도 책으로만 배웠을거야. 야, 그래도 내가 살다살다, 지율이 싸가지 없는 덕을 다 본다. 아우, 속이 아주 후련해."
"그럼 일어나요, 후련한데 왜 그러고 있어, 추하게?"
종태가 손을 내민다. 내키지않지만, 건성으로 툭, 손바닥을 친다. 세상에서 가장 힘 없는 하이 파이브..
"그거 말고... 일으켜줘... 발 저려."
종태 뒤로 빙 돌아 혼자 걸어나간다. 쿵... 문이 닫힌다. 간신히 옆으로 기대어 앉는 종태. 천천히 다리를 뻗어본다.
"여기도 싸가지, 저기도 싸가지.. 사방이 다 싸가지... 어휴, 하루 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