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에 맞는 글을 처방하는 가게가 있다면...
제 남편은 무서운 걸 유난히 못보는 사람입니다 ^^:
"마누라, 이번 소설 (령주 보살) 은 너무 무섭던데.. 다음껀 좀 예쁘게 써 봐.."
"교훈적인데 왜?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마누라는 다 알고 있다...으흐흐"
"난 무서워서 그런짓 안 해. 네가 책방하면 옆에 딱 붙어서 셔터맨만 할께."
순간 다른 상상을 해봤습니다. 우리 글 쓰는 사람들도 가게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비디오 대여점 처럼, 약국처럼... 딱 필요한거 한편씩만 골라 갈 수 있게요.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글방으로 들어옵니다.
"작가님, 오늘 기분이 꿀꿀 하네요, 어떤 글이 좋나요."
"하늘 시인 님 것으로 드릴까요, 내 사랑님 수필도 괜찮은데요. 증상이 심하시면 배째라님 소설도 있어요. 한 3일치만 읽어 보실래요?"
"작가님이 알아서 섞어 주세요. 작가님 처방이 제일 잘 들어요."
"작가님, 엄마가 힘이 하나도 없대요. 60대 초반 힘나게 하는 글 뭐 있나요?"
"작가님, 저는 지난 번 에세이가 너무 슬퍼서요, 그거보다 조금만 덜 한걸로요..."
무기력증, 외로움, 우울증, 조울증... 요즘 유행하는 조현병까지. 우리가 치료할 수 있지않을까요.십대 아이들의 사춘기도, 쉬쉬하는 갱년기도요. 권태기는 필수여야죠.
약은 약사에게, 책은 작가에게...
비오는 이른 아침에 끄적여 봤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글을 읽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