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2월29일

14화 진실게임 4

무덤까지 가져간다

by 신소운

14.4.1 조사실




민규와 함께 조사실에 앉은 진우, 그동안 모은 증거들을 제시하며, 작은 아들을 추궁한다.

"저희가 직접 실험도 해봤어요.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가게 주차장을 봤는데, 사람 얼굴 구분 못해요. 거기다가 모르는 차량이고, 오가는 손님도 많고, 형수가 낯선 남자의 차에 탔다? 절대 안보여요."

"...."


"그리고 여기 보세요, 전화 통화 기록이에요. 추격 하시면서, 형수님께 두번 전화 할 동안, 경찰에는 한번도 안하셨어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돼죠?"

남자는 여전히 말이 없다.

"마지막으로 탈출 장소요, 납품 업체 있는 동네잖아요, 딱 5분 떨어져 있던데, 거기를 몰랐다구요?"


"그 사람들이 물건을 보내오는거지, 제가 거기까지 가본 적은 없어서.."

"예전 사장님때부터 거래해오셨다면서요, 광수건 말고도 세척제, 광택제,.. 전부 여기 물건 쓰셨던데요? 20년 넘은 거래처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저는 세공을 맡아서 하고, 납품이랑 결재는, 전부 형님이랑 형수님이 알아서 하셔서.."


끝까지 발뼘이다. 짜증나는 진우가 직접적으로 물어본다.

"최재필 알아요, 몰라요?"

"모릅니다. 정말 모르는 사람이라서, 제가 진짜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그랬는데 갑자기 도망 가더라구요."

"정말 모르는데 차로 박았어요? 그 차가 아무리 삐뚤게 서있었다고 해도 갖다 박을만큼 어둡지 않아요, 그 길이."


"일부러 박은 겁니다, 형수님 내리게 하려고.."

"형수님이 타고 있는건 언제 확신했습니까?"

"주차장에서 타실 때 부터.."

혹시... 다른 촉이 온다.

"미리 어디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타나, 안타나?"


"...."

표정이 바뀌는 진우. 잡았다...!

"납치범 보내놓고, 타는 거 기다려서 추격했다?"

"아닙니다, 제가 보낸게 아니라... 어떤 남자랑 주차장에 있길래... 지켜본 건 사실인데, 제가 보낸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 지문은 왜 지웠어요? 그날 밤에 경찰서 왔을 때, 명함에 묻어있을까봐, 일부러 손으로 막 문질렀죠?"

남자가 긍정도 부정도 안하고 고개를 떨군다.

"선생님, 저희도 조사 다 했습니다. 금전, 채무 다 깨끗하신 분이 왜 그러셨어요? 가게 욕심나서?"

"그게 아니라.."

"그럼 왜요? 억울하시면 말씀을 하셔야 오해를 풀죠, 지금 모든 증거가 선생님을 가르키잖아요."


전화가 온다. 민규가 한쪽 구석으로 돌아서서 대신 받는다. 잠시 후에 자리로 와 슬쩍 전화기를 내민다.

"선배님, 이것 좀 보셔야겠습니다. 가게에서 발견했답니다."

진우가 전화기를 들여다본다. 남자가 불안한 눈으로 쳐다본다. 사진을 보여준다. 초소형 몰래 카메라다.

"이거, 선생님이 설치하신거죠? 가게 여기저기에서 발견됬다는데요. 보석상에서 달아놓은 CCTV말고, 몰래 카메라... 잠깐 핸드폰 좀 주시겠습니까? 거절하셔도 됩니다. 영장 받아서 정식으로 압수 하겠습니다."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잠깐 생각한다. 한숨을 쉬며, 스스로 핸드폰을 켜고 사진들을 보여준다. 형수의 사진이 줄줄이 나온다. 불쾌한 상상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는 진우.

"보세요, 여기.. 형수님이 남자가 생기신거 같아서.."

의외의 답변에 사진을 다시 본다. 자주 등장하는 한 남자.. 가까워보이는 두 사람, 예쁘게 꾸미고 함께 걸어나가는 모습...


"한참 되었으니까, 혹시 재혼 하시려나 해서.. 나쁜 뜻은 아니었고, 그냥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이인지.. 재혼하시게 되면 가게는 어쩌실건지.. 뺏는다는게 아니라, 저희 집안 거 잖아요, 근데 재혼하시면, 혹시 돈 보고 덤비는 놈일 수도 있고, 잘 알아보고 하셔야 될 것 같아서.. "

"그래서 형수 뒤를 밟고 다녔다, 이겁니까?"


"죄송합니다.. 카메라가 불법인건 아는데, 확실히 사귀는 남자가 있으면, 저희도 얘기를 해봐서 지분을 나누고 헤어지던지, 월급 사장으로 고용하고 가게 수익은 나누는걸로 하던지, 뭔가 대책을 세워야할 것 같아서.. 어머니가 계셔서 재산 싸움이 날 것 같긴한데.. 아유, 모르겠습니다, 저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왜 그랬는지.. 죄송합니다.."


허탈한 민규와 반신반의하는 진우.

"얼마나 됬어요, 형수 감시 시작한게?"

"세달 조금 더 됬습니다. 카메라는 한달 넘었구요, 가끔 제가 길 건너 카페에서 기다린 적도 있습니다, 거기 카페에 물어보세요, 제가 주로 문 닫는 시간에 많이 갔어요. 그 남자가 그 시간에 와서 같이 나갈때가 많아서.."

"남자 신원 알아요?"


"예, 이혼했고, 사업합니다. 형수랑 동갑이에요, 친구의 친구 소개로.."

"자세히도 아십니다? 뒷조사 엄청 하셨네요? 업체 썼어요?"

"아닙니다, 제가 따라다니면서..."

"가족들도 아세요? 어머님이나..?"

"아니요, 아직 모르십니다.. 형수님도 제가 감시하는 거 모르구요."


진우가 마지막 질문을 한다.

"그럼, 그날 그 명함은 왜 훼손했습니까? 남자를 만나는 것 같아서 따라갔다고 쳐요. 그래서 일단 형수가 납치당했었다고 하니까 뒤늦게 신고를 했다, 경찰서까지 왔는데 왜 증거를 오염시키죠? 본인이 사주한 납치가 아니라면, 잡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모르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일부러 그러신 것 까지는 맞네요, 그렇죠?"

"....!"

"분명히, 일부러 그런것 아닙니다, 몰랐습니다.. 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놀라고 정신이 없어서.. 똑바로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최재필 알만한 사람 또 누구 있어요? 전에 일하던 직원이라던가, 짧게 알바라도 했던 사람 없어요?"

"가게 일은 잘 모릅니다.."

"세공하실때도 거기 물건들 많이 쓰잖아요,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어요?"

"가게에서 한번에 구입해서 나눕니다. 주문이랑 결제랑 다 거기서 하고, 저는 형수님께 월급만 받습니다."


"월급 문제로 불만은 없구요?"

"전혀 없습니다. 가족 장사 잖아요. 니꺼 내꺼 없이, 각자 자기 일 하는 겁니다."

"사업자가 형수님이세요, 왜 선생님이나 어머님이 아니고.."

"아버님이 옛날 분이셔서 큰 아들한테 물려주셨구요, 형님이 일찍 돌아가시면서 당연히 형수님께 넘어갔습니다. 저는 불만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14.4.2 장례식장


여전히 상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석호. 낮익은 얼굴이 들어온다. 창률이 먼저 가서 인사한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용산 경찰서 서장이 전화했어. 석호가 직원 부친상에 3일이나 휴가를 써서 지키고 있다고... 얘기하다보니까 너희 아버지더라. 왜 전화 안했냐? 이 놈이 안하면, 너라도 했어야지."

"간소하게 하고 있습니다. 바쁘실까봐, 연락 안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왔으니 됬어. 송 박사 고생한다."

상주석에 선 석호와 눈이 마주친다.

"나 죽을 거 연습하는 거 같다."

"벌써 시작이야? 신경쓰지마, 니 아빠 괜히 그래."

석호가 시선을 돌린다. 두 사람이 향을 피우고 간단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잠깐 사진을 본다.


"그래, 얼굴 생각나. 한참 되어서 가물가물 했는데, 사진 잘 나왔네."

"너는, 일은 안하고 정말 내내 여기 있는거냐?"

"놔둬요, 다 큰앤데 알아서 하겠지.. 송박사, 우리 갈께, 잠깐 들러봤어. 나중에 식사한번 하러 와."

석호 어머니가 남편 팔을 끌어당긴다. 부자지간의 대면시간은 3분을 넘기면 싸움이 된다... 창률이 따라 나선다.


"나오지마, 상주는 나오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주차장까지라도.."

"됐어요, 들어가. 식사 거르지 말고? 젊은 사람들도 장례 힘들어."

만류하는 석호 어머니를 모시고 분향실을 나오는 창률, 그 뒷모습을 바라만 보는 석호..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까 신경쓰인다.


지율이 종태와 이야기 하다가 잠시 뒤돌아본다. 손님과 나오는 그를 보고 다시 고개를 돌린다. 걸음을 멈추는 석호 어머니.. 지율의 머리에 꽂힌 하얀 리본을 본다. 남편의 팔을 잡고 지율 쪽을 가르킨다. 석호의 아버지도 가던 길을 멈추고 유심히 바라본다. 뒤에서 누군가가 가볍게 둘을 민다.

"가세요, 아는체 말고."

이석호다. 창률에게 들어가라 하고, 서둘러 자기 부모를 데리고 나간다.


"쟤구나? 맞지?"

"...."

"석호야!"

"가시라구요. 구경 오신거 아니잖아요."

"구경이라니? 몇십년만에 돌아왔는데 인사도 못해?"

"뭐라고 하시게요? 내가 너 미국 쫒아보낸 사람이다, 고맙지, 생색이라도 내시게요?"


"야, 이 자식아! 너, 네 할아버지 전재산이 다 그 집에 들어갔어!"

"돈 아까우면, 사과를 하시지 그랬어요? 진심으로, 너무 늦기전에, 우리 애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됬다, 죄송하다.. "

"그만해! 그게 왜 너 때문이야?"

"가세요, 소란 피우지 말고.."

"소란 피우지 말고..? 너 경찰짓 한다고 부모한테 지금..?"


"안녕하세요?"

지율이다. 따라나와 인사를 한다.

"저 모르시죠? 사실, 저도 뵌 기억은 없는데, 제가 송유리에요, 석호 오빠, 친구, 시율이 동생이요."

"지율아, 너..? 들어가."

"인사드려야지, 멀리까지 오셨는데.."


"반가워요. 우리 석호가 어렸을때, 그 집에 자주 가서 놀았어요. 아버님이 이렇게 너무 일찍 가신거, 많이 안타까워요. 건강하셨는데..."

지율이 엷은 웃음을 짓는다.

"두 분 이야기, 아버지께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많이 도와주셨다고, 꼭 인사드리라고 하셨었어요. 죄송합니다, 이제서야 뵙게 되었습니다."

"인사 들으려고 한건 아니고, 우리 석호가 그때 너무 힘들어해서.."


"어머니.. 그만 가세요. 추워요. 지율아, 우리도 들어가자."

"그래요, 가요. 다음에 언제 보겠지. 들어가요."

석호가 잡아 끄는대로 끌려가며 인사한다.

"예, 그럼, 안녕히 가세요.."

"고마워요, 잘 커줘서."


석호가 주춤.. 걸음을 멈춘다. 지율이 그제서야 똑바로 서서, 제대로 머리 숙여 인사한다. 미소를 짓는다. 지율의 손을 잡아 끄는 석호. 빠른 걸음으로 장례식장으로 뛰다시피 들어간다. 뒤에서 지켜보는 부모님..

"손은 왜 잡고 다녀...? 아니겠지?"

"쓸데없는 소리? 동생이니까 데리고 들어가느라 그렇지, 그럼 뭐, 업고 가, 들고 가? 차 타. 뭐하러 여기가지 와서..."

"석호 보러 왔어. 나는 뭐 오고 싶어서 왔겠어?"


눈발이 날린다. 두 사람의 자동차가 장례식장을 빠져나간다. 깜빡이를 켜고, 신호를 기다린다. 큰길에서 꺾어져 들어오는 승용차.. 진우다. 차를 세워놓고 목발을 챙겨 내린다. 불편하지만 걸을만 하다. 담배 피우러 나오던 종태와 마주친다.

"강진우, 일찍 왔네? 구속 못 시켰구나?"

"증거 부족입니다. 아닌거 같기도 하고.."


전화가 온다. 민규다.

"왜?"

"최재필 통화 기록 나왔습니다. 근데 작은 아들이 아니라, 어머님하고 통화를 몇번.."

"아이 씨.. 지금 막 원주 왔는데.."

"계십시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어쩔려구? 옆에 누구 있어?"


"형님들 몇 분 계십니다. 일단, 어머니는 내일까지 출석하시라고 전하고, 상황 봐서 올라 오시던지, 아니면 다른 분이랑 가겠습니다."

"아 진짜, 시간 되게 안 맞네.. 시환이는? 못봤어?"

"아까 들어오셨다가, 차 형사님 병원 가신다고 다시 나가셨습니다. 잠깐만 뵙고, 원주로 바로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얘는 정말 출퇴근을 여기서 하네.. 미쳤나봐, 그지?"


"선배님도 오늘, 거기서 출퇴근 하셨습니다, 목발 짚고.."

"나는, 그래도 병가 중이잖아. 슬렁슬렁 하는데.."

"도찐개찐입니다, 쉬십시오."

"뭐야, 멀리있다고 막 개기냐.. 알았어, 수고해. 나중에 내가 술 살께."

"많이 사십시오, 힘들어 죽겠습니다."

"미안해.. 상황이 그렇잖아. 수고!"


벌써 한개피 다 태운 종태가 서둘러 꽁초를 버린다.

"살살해, 할머니가 어디 도망 갈 것도 아니고.. 우리야말로 애 낳을 때 다 되어가는데 큰일이다."

"내려가셔야죠? 발인 보고 가시게요?"

"일부러 좀 기다리는 거야, 애 다 낳고 나서 가야, 뭘 잡지... 임산부가 애 낳는 건 죄가 아니잖아. 그 애로 뭘 하느냐가 죄가 될 수도 있는거지.."


"아이는 위험하지 않다고 보시는 겁니까?"

"그 사람들끼리만 있으면 의심하겠는데, 주변 인물이 더 있어. 호텔 값 내주고, 예약도 하고, 며칠동안 같은 호텔에 머물 예정인 사람.. 신생아 직거래를 하는 거 같애."

"거래를 한 다음에 잡아야 죄가 된다, 맞네요.. 그 전에 잡아봤자, 그냥 아는 사람이다, 놀러왔다, 잡아뗄거니까.."


"그렇지, 그래도 2-3일 안에는 내려가야 할 것 같다. 누구든지.."

"시환이 보내요, 애기 좋아하잖아."

"시환이 바쁘다, 서울에서 뛰고, 여기서 뛰고.."
"여기서 뭘 뛰어요? 할게 뭐 있다고?"

진우를 보며 씨익 웃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친한 줄 알았는데, 완전히 개인 플레이네. 참 재미있는 애들이야."

"뭐가요? 저 모르는 뭐 있어요? 형님! 뭔데요?"

절뚝거리며 따라 들어간다.




14.4.3 안면도





정 선생이 약국에서 양 손 가득, 무언가를 사들고 나온다. 시장에도 들른다. 차곡차곡 트렁크에 싣는 두 여자.. 호텔로 돌아간다. 뒤따르던 여경이 전화를 건다.

"호텔 임산부요, 출산이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것 같지는 않고, 셀프 출산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방금, 생리대인지, 아니면 성인용 기저귀로 보이는, 부피가 큰 물건을 사들고 갔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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