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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Jun 15. 2023

7.2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진심변심괘씸

5

씬 12. 오가는 사람들, 길가에 늘어선 작은 가게들

/찹쌀 도너츠, 꽈배기/


CUT TO 한 접시 수북히 내려놓고, 진우, 민규, 잠복 후 복귀라 피곤, 그래도 웃음 활짝


진우 누님, 너무 많아요, 이렇게 장사해서 뭐가 남아?

할머니 다 먹어. 부풀은거라 금방 소화돼. 먹다 남으면 싸줄께.  

민규 잘 먹겠습니다.

할머니 파트너 총각도 어쩜 이렇게 이뻐? 일은 할만 해?

진우 얘 총각 아니에요, 애아빠에요

할머니 아이구, 우리 강형사보다 낫네. 잘했어. 어서 먹어.. (진우보고) 많이 바빴나, 요새는 어디서 잤어?

진우 (먹고) 멀리 있었어요. 어제도 인천에서 노숙하(웃음).. 무슨 일 있어요?

할머니 무슨 일이 뭐, 맨날 똑같지.. 내 일도 아니고... (눈치, 진우 보면) 그게, 우리 옆집에 젊은 새댁이 하나 사는데, 베트남에서 왔는데 한국말은 잘 해. 그전에 신랑 있을때는 밖에도 자주 나오고, 말 배우러 간다고 동사무소에서 하는 거 그거도 따라 다니고 했는데, 요즘은 통 밖에를 안 나와. 어디가 아픈가..  

진우 남편은요? 어디 갔어요?

할머니 작년에 죽었어, 갑자기. 거기가, 한 다섯 살 먹은 애 하나 있고, 작년에 둘째 가졌다고 배가 이만했었는데, 갑자기 애 아빠가 시름시름하더니 죽어버리고... 그런데, 그 이후로 애기 소리를 못 들었어. 안 이상해?  

진우 애기를 낳기는 했구요?

할머니 그럼, 한참 되었는데.. 전에 언뜻 후딱 쓰레기 버리는 거 한번 봤는데, 배가 벌써 쏙 들어가고 없어지고, 근데 아무도 애기 낳았다 소리를 못들었거든. 왜 갓난 애기 키우면, 기저귀랑 이런거 큰것들 사들고 들어오고, 유모차 끌고 산책을 가든, 병원을 가든... 어디라도 댕겨야 할 아냐? 아무것도 없어. 애기 낳은 집 같지가 않아.  

민규 남편이 임신 중에 죽었고, 혼자 아이를 낳았으면, 한부모 가정 이런거 신청해서 지원도 받고 그러지 않았을까요? 분유나 이런거 지원되는 것도 있고, 요즘은 집까지 배달도 해 주는데, 박스로 담아서.

할머니 아예 못 봤어. 그리고 애기 엄마가 아무리 한국말 좀 한다고 해도 그런거 알고 신청하고.. 그 정도로 잘 할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거기 할아버지랑 같이 살아서 아마 돈이 쪼들리지는 않을건데.. 그게 걱정이 아니라 (눈치) 그 할아버지가 좀 괴팍해서..

진우 시.. 아버지요? 왜요?

할머니 전부터 좀 포악스러웠는데, 아들 죽고나서 성질이 더 이상해졌어. 이제는 동네 사람들하고 아는체도 안하고, 어디 건물에 경비 일 다니거든. 그래도 손주는 이쁜지, 꼬박꼬박 유치원도 데리고 다니고.. 아니, 그래도, 혼자 아이 낳고 얼마나 힘들거야? 내 딸같고, 며느리 같고 해서, 얼마전에 미역국이라도 끓여줘야겠다 싶어서, 노인네한테 애기 언제 낳았냐고 물어봤더니, 벼락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남의 가정사에 왜 간섭이냐고, 아주 난리 난리를 치는데.. 뭐가 좀 잘못되었나 싶기도 하고..     

민규 애기 엄마는 못 보시구요?

할머니 아이구, 얼굴도 못 봐. 집 밖으로 한번을 안 나와. 쓰레기 버릴때도 아무도 없을 때 후다닥 뛰어나와서 버리고 뛰어들어가고, 오죽하면 시장도 할아버지가 다 봐오던데? (눈치) 이런거는 경찰이 하는 일이 아닌가? 안그래도 구청으로 전화를 할까 하다가, 내가 우리 강형사 오면 물어볼라고..

진우 (미소) 그럼요, 잘하셨어요. 저한테 말씀하셔야죠. 한번 들러볼께요. 주소 아세요?

할머니 그래, 이게... (적으며) 여기가 우리집이고, (지도 그림) 이렇게 생겼거든, 피아노 학원 옆 길로 가면, 여기 오른쪽으로 두 번째 까만 대문집이야. 그 집까지만 주택이고 그 다음으로는 전부 연립주택이라서 바로 보여.

민규 혹시 애기 엄마 휴대폰은 없어요?

할머니 있어도 나는 모르지. 얘기 못해본게 벌써 한 2년은 되었을 걸? 애 아빠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 밖에를 안 나왔으니까... (조심) 그리고 그게.. 그 옆집에.. 연립 2층 사는 아줌마가 그러는데, 가끔 밤에 그렇게 뭐 집어 던지고.. 소리 지르고 울고 그런단다. 혹시 막 때리고 그러는건 아닌지..

진우 아이를요?

할머니 아니, 아니, 애 엄마를.. 아니지, 아이 우는 소리도 몇 번 들었다 그랬나... 이게, 내가 직접 들은 게 아니라..


CUT TO 진우, 민규, 도너츠 입에 넣고 주소 들여다 보고.

카메라 옮겨가고 민규 미소, 진우 툭툭치고, 보면

CUT TO 옆 테이블에 놓인 소형 티비, 뉴스


/앵커/ 오늘의 사건사고 소식입니다. 여러분, 기억하십니까? 지난 주 강원도 강릉시의 한 작은 바다가에서, 익사로 위장한 사체 유기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3세 미만의 유아로, 물놀이용 튜브에 채워진 채, 물 위를 떠돌고 있었는데요, 발빠른 지역 경찰의 수사로, 오늘 아침, 용의자 두 사람을 긴급 체포 했다는 소식 알려드립니다. 안문선 기자가 현장에 나가있습니다. 안 기자, 현재 상황 어떻습니까?


(경찰서 앞, 기자들, 경찰들)


/기자/ 저는 지금 강릉 경찰서에 나와있습니다. 조금 전 오전 9시30분 쯤, 순포 해변 영유아 사체 유기 사건과 관련해, 강릉 경찰서 이동완 서장의 브리핑이 있었는데요, 잠시 화면 보시겠습니다.


/경찰서 계단/ 이동완: 오늘 오전 07시 15분, 강원도 인제군 자택에서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해 현재 조사 중에 있습니다 (카메라 찰칵칼칵) 용의자는 40대 중반의 남성과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유기된 아이의 친부모인 것으로 확인하였고, 체포 당시, 순순히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사건 해결에 결정적 제보를 주신 여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질문 소리...) 자세한 소식은 조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라지고 카메라, 기자들 웅성웅성..)


씬 13 /디졸브/ 다른 티비, 휴게실


/앵커/ 안문선 기자. 혹시 이 사건을 처음 접하시는 시청자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을 좀 해 드릴 수 있을까요?                  


/기자/ 이 사건은, 불과 지난 주 화요일, 강원도 순포 해변에서 발생했습니다. 평일 낮시간이라 관광객도 없던 조용한 바닷가에서, 2-3세로 추정되는 어린 아이의 사체가 발견됩니다. 아이는 인근 마트에서 구입한 파란색 튜브에 앉아있었는데요, 최초 발견자에 따르면, 발견 당시 이미 몸이 굳어져 있었고, 시반의 상태로 보았을 때, 사망한지 적어도 5시간 이상이 지났을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앵커/ 그러다면 이미 사망한 아이를, 물놀이하다 숨진 걸로 위장하려고 일부러 바다에 띄워놓았을 가능성이 있네요. 그런데 주변에 보호자도 없었고, 목격자도 없는 상황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후로 실종 신고 된 어린 아이들의 인적 사항과 일일이 대조해 봤지만, 사망한 아이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이의 몸에서 발견된 폭행의 흔적과, 사인이 경부 압박 질식사, 즉 목이 졸려 사망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많은 이들에세 충격을 주었습니다.


/앵커/ 무서운 말도 많았죠. 사업 관계로 채무자의 아이를 납치해서 죽였다, 뭐 그런 말도 있었구요. 너무 진짜처럼 피해 가족의 실명까지 돌아서, 경찰이 나서서 조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예, 그렇습니다. 주변에 파다하던 괴담을 따라가봤지만,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냥 소문만 뒤쫒는다고 비난 받던 경찰이, 사실은 처음부터,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바로 최초 신고자가 건네준 영상과 사진이었습니다. 사건 당시에는 최초 신고자에 대해 알려진게 없어, 인터뷰조차 할 수 없었는데요, 경찰은 오늘, 사건의 최초 신고자가 당일 휴무 중이던, 현직 경찰관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재직중인 강 모 경위는, 근처를 지나던 중 수상한 여성을 목격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순포 해변에서, 바다 위를 떠다니는 아이의 시신을 발견합니다. 강 경위가 넘긴 휴대폰 사진과 블랙박스 영상에는, 직접적인 범죄 장면없었지만, 이 여성의 얼굴과 인상착의가 정확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CUT TO 경찰서 휴게실 티비, 사람들 환호

경찰 1 이야, 저거 드디어 잡았네. 서장님 신나셨겠는데?

경찰 2 서장님이요? 그럼 우리 직원이에요?

경찰 1 어, 강력팀 강진우. 지난번에 왜 잠깐 쉬었잖아. 하여간에, 되는 놈은 자다가도 잡네.  

경찰 3 얼굴 다 줬는데 뭐 이렇게 오래 걸렸대요? 일 잘 못하네.

경찰 2 서울보다 CCTV가 많지 않잖아. 띄엄띄엄 찍히면 찾기 더 힘들어.   

경찰 1 잡았으면 됬지, 뭐..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 뭐야? 왜그래? (나가면)


14 로비, 양복입은 할아버지,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화풀이

노인 서장 내려오라 그래! 도데체가 몇 번을 전화해도 안 받아! 세금 받으면서 일은 안하나? 당신들, 내 전화 일부러 연결 안 하는거지?

경찰 1 선생님, 오셨습니까? 오늘은 무슨 일이세요?

노인 (아는 척) 어, 이리봐서 이 사람 좀 봐요. 내가 여기 왔다갔다 자주 하는 사람인데, 영 보기가 불편해서.. (찬호 가르키고) 이 친구 말이야, 안내 데스크는 경찰서의 얼굴이야. 그런데 이런 사람을 앉혀놓나?


CUT TO 카메라 훑으면, 찬호 얼굴과 몸에 화상 흉터. 불편하지만 대응 안함  


경찰 1 왜요? 이 순경이 뭐 잘못 응대 했습니까? 이 친구 일 잘 하는데..?

노인 일을 잘 하건 못하건.. 안내 데스크가 할 일이 뭐가 있어? 전화나 받고 사람들 오면 인사 하는 게 다지.. (찬호 힐끔) 몸으로 뛰는 일은 못하니까 여기라도 앉아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지, 사람들 불쾌하게 이건 아니지.

경찰 1 (그제서야) 불쾌..해서요?

노인 그럼, 불쾌하지. 당신들은 경찰이니까 그런가보다 하나본데,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얼마나 징그러워? 애들도 지나다니는데 무섭고.. 아니, 예쁜 여자 경찰들 많이 뽑아서 다 어디다 두고, 하필 이런 화상 환자를 앉혀놔, 징그럽게? (찬호 침묵) 휴직을 하고 치료를 제대로 하게 하던가, 정 일을 해야 되면 뒤에 안 보이는데 가서 하던가.. 이건 아니지.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들은, 대국민 서비스를 이렇게 하면 안돼. 안그래? (경찰들, 어이없고. 찬호 대답 무)  

경찰 2 선생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저희는 뭐 월급 거저 받아요? 정당하게 일 할 거 다 하고, 그것도 (찬호 눈치) 진짜로 위험한 일 하는데, 그 이상 무슨 서비스요? 세금 받아 쓰면 뭐, 우리가 할아버지 종이에요? (경찰 3 말리고) 아, 놔봐, 툭하면 그놈의 세금, 세금.. 할아버지! 우리도 세금 많이 내요. 왜요? 할아버지는 국민고, 우리는 나랏 돈 갉아먹는 식충이로 보여요?

노인 누가 그렇대? 이 사람들이.. 아니, 안내 데스크 직원 바꾸라는데 뭐가 문제야?  

경찰 2 그걸 왜 할아버지가 정하냐구요?

경찰 1 저희 직원 배치는 저희가 합니다. 정 불편하시면 정식으로 민원 접수하시구요..

노인 벌써 접수 했지! 전화로도 얘기하고! 근데 자꾸 기다리라고만 하잖아! 서장실에 전화를 수십번을 해도 맨날 없다고 안 바꿔주고!

경찰 2 왜 안 바꿔 주는지 잘 좀 생각해봐요! 말이 되는 민원을 해야 고민이라도 하지!

노인  말이 왜 안돼? 늙은이가 하는 말은 다 헛소리야?

경찰 2 민원도 무슨... 매일이야, 매일. 여기가 할아버지 고민 상담하는데에요? 어떻게 코딱지만큼도 못 참아? 사람 싫고 세상이 못마땅하면, 그냥 문 걸어 잠그고 절에 들어가 사세요!   

노인 저, 저런.. 야, 이 놈아 너 부모가 몇 살 먹었어? 내가 너 같은 놈을..

경찰 1 예, 예.. 그만 하시구요 (경찰 2에게) 한 경사 들어가, 나오지 마.

노인 어딜 들어가? 당당하면 이리 와서 하던 말 마저 해! 이것들이 떼로 모여서..

경찰 1 할아버지, 이쪽으로 오세요, 저랑 잠깐 앉아서 시원한거 한 잔 드시고..

노인 저런 것도 경찰이라고! 니들은 교육을 그렇게 받았냐? 학교는 나왔어?


CUT TO 할아버지 억지로 모시고 나가고, 진우 민규 들어오며


민규 무슨 일이에요?

경찰 3 그 민원 할아버지요.. 또 행패야 (찬호 눈치. 찬호, 말없이 자리에 앉고)

진우 뭔데?

경찰 3 이찬호 순경.. 다른 사람하고 바꾸라고. (주저) 안내 데스크에 여경들 앉히래요, 사람들 보기 안좋다고요..

민규 (찬호 보고 눈치 챔, 안절부절.. 도너츠라도) 이거... 같이 드세요. 놓고 갈께요.

진우 (걱정) 찬호 잠깐 쉬고 올래? 교대해 줄까?

찬호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경찰 3 그래, 시원하게 물이라도 마시고 와. 내가 있을께.

찬호 걱정 마십시오. 익숙합니다. (업무보는 척)


(세 사람 더 미안해지고. 진우, 노인 나간 쪽으로 찌릿 조용히 욕)


CUT TO 복도 걸으며

민규 그 민원인, 아시는 분입니까?

진우 유명해. 매일 오셔. 말도 안되는 걸로.

민규 우울증이네요.

진우 그렇지. 어디다 화풀이 할 데가 없으니까.. (열받음) 아이씨.. 알지도 못하면서..

민규 뭐가요?

진우 (다시 걸으며) 찬호가 왜 다쳤는데? 하여간, 세상에서 인간들이 제일 못됐어.

민규 (달래려 농담) 그래서 우리가 월급 받는 겁니다.. 세금으로.

진우 뭐래 .. (피식)

민규 맞잖아요, 못된 놈들 잡으라고 세금으로 월급 받고.. 그러니까 아껴 써요, 몸빵하고 받는 건데 (앞서 감, 진우 씁쓸)


15 병원

(침대에 누운 조 팀장 기브스, 삐딱하니 보는 종태, 봉지에 가득한 주점부리. 커피 우유에 빨대 꽂아 권하고, 왼손으로 받아먹는 조 팀장, 불편)


종태 꼴 좋다. 그러기에 왜 남의 애들 끌고가서 이 사태를 만들어?

없는데 어떡해. 아무라도 급한대로 데려갔지. 이럴줄 알았나?

종태 이석호는?

원무실 갔는데 올 때 됐어. 보험이랑 뭐 처리 할 거 있다고..

종태 이석호가 보호자야. 꼴보기 싫다고 쨍쨍거릴 때는 언제고.

걔라도 옆에 있으니까 쓸만하네. 일 못하면 이런거라도 해야지.. 아우, 아까 형님이 못 봐서 그래. 어디서 그런 애들만 골라왔냐? 오합지졸도 정도껏해야지. 그래가지고 사건 하겠어? 호흡 하나도 안 맞고, 싸인도 안 맞고... 작전같은 건 아예 없어. 각자 따로 놀아, 그냥.... 똑바로 놀지도 못하면서.

종태 강력이랑 같냐? 모인지 얼마 안된 애들이야. 바랄 걸 바래.

요즘 애들은 왜... 하나씩 보면 다 멀쩡한데 붙여놓으면 왜 그 모양이야?

종태 (피식)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같다? 우리 옛날에 선배들이.. (김밥 입에 넣어주고)

(생각난 듯) 에이, 그거랑 어떻게 같애? 우리는 일은 잘 했어.

종태 뭘 잘해, 무식하게 힘으로만 밀어붙였지. 안풀리면 우리끼리 치고받고.. 맨날 혼났잖아, 범인 안 잡고 파트너 잡는다고..

크흐흐... 몸 쓰는 놈들끼리 싸우는거 아니라고.. 진짜 죽일거 아니면?

종태 (웃음) 야, 이제 그 말을 우리가 한다, 애들 데리고.  

그 선배들 다 어기 가셨나.. (눈치) 지율이는 어때요? 걔도 다쳤는데?

종태 봤어. 피 질질 흘리면서 다녀. 안 아프대 (김밥 넣어주고).

안 아프긴. 지 껍데기는 뭐 악어 가죽이야? 류시환이 아주 사색이 되던데, 지율이 다치니까.

종태 지율이 때문이 아니고... 놀라서 그랬겠지, 사람을 둘이나 치었는데. 그 자식이 소심해, 사내 시끼가... 너무 뭐라 그러지 마.

크크크.. 형이 걔 얼굴 봤어야 돼... 아우, 동네 챙피해. 뭔 경찰이, 범인 놓치고 지들끼리 후두두둑... 추풍낙엽 떨어지듯이 길바닥에 다들 자빠져가지고.. 거기다가 어떤 놈은 상관한테 주먹이나 펑펑 날리고.. 콩가루도 그런 콩가루가 없어. 아픈데도 참 한심해서..

종태 니 꼴이 제일 한심해, 꼬라지 하고는... 머리 가죽 다 벗겨졌다.

(붕대 만지작) 아, 왜 그래요? 안그래도 요새 머리 빠져서 신경쓰이는데..

종태 (김밥) 제수씨는 뭐래?

(시무룩) 연락 안했어

종태 왜? 해야지. 남편이 다쳤는데 잠깐이라도 와야지?

여행갔어. 엊그제 장인 어른 생신이라서 다들 모였대.

종태 .. (끄덕끄덕) 좋다, 너 빼고 다... 오붓하네, 가족끼리 다~ 모여서.

내가 언제는, 들여다 본적 있나? 이게 다 업보야. 그동안 너무 밖으로만 돌아서.

종태 우리가 놀았냐? 일했지?

뭘했든. 이제와서 가족 여행 빠진다고, 이상할 것도 없잖아. 아니지, 가족들하고 제대로 여행이라는 걸 가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종태 여행이라서가 아니라, 이번에는 많이 다쳤잖아. 전화해서 잠깐이라도 와있으라  그래. 혼자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어짜ᅠ갈려 그러냐? (답답) 야, 근데, 제수씨는, 큰애 대학가면 온다더니 왜 여직 안 들어와?

(주저) 막내까지 보내고 온대요. 애들만 두고 어떻게 가냐고..

종태 (버럭) 거봐라, 너 그때 내가 얘기했지? 내 주위에도 다 간 사람만 있지, 돌아온 사람은 없다니까? 괜찮아, 괜찮아,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내년이면 막내 대학 가요. 기숙사 보내고 올거야.

종태 몇 년째 똑같은 말인데 또 믿어? 작년, 재작년에도 그렇고.. 제수씨는, 너 이렇게 김밥만 먹고 사는거 아냐? (하나 주고)

내가 좋아서 먹는 거에요 (받아먹고)

종태 (찌릿) 웃기고 있네.. 김밥을 먹어도 캐나다 가서 처먹어. 찌질이 궁상 떨지 말고.

(한숨) 안그래도.. 형님, 나 이참에 퇴직하고 캐나다 따라 갈까?

종태 뭐?

여기서 맨날 뛰어봤자.. 아유, 그리고 솔직히 이젠 뛰지도 못하겠어, 나이 먹으니까 힘들어. 여기저기 결리고..

종태 네가 거기 가서 뭘 하는데?

뭐 안해도, 애들도 있고, 와이프 있고.. 이렇게 부러지고 찢어지고 그런건 없을 거 아냐.

종태 정신차려라. 송장되서 누워있으니까 슬프냐? 마누라 보고싶고?

누가 그러대요. 은퇴하고 나서 가족하고 오붓하게 쉬나보다 했더니, 귀찮아한대. 슬슬 피하고, 대화에도 못 끼겠다고.. 나도 그럴려나?


(종태 한마디 하려는데 시환, 지율 들어오고, 종태, 주려던 김밥 슬쩍 내려놓고)  


(점잖게) 바쁜데 뭐하러 와? 일해야지.

시환 (눈치, 꾸뻑) 죄송합니다..

뭐가? 왜?

시환 아까, 저.. 때문에..

뭐가 너 때문이야, 일하다 다칠수도 있지. 지율이는? 괜찮아?

지율

(얼굴보며) 뭘 괜찮아, 엉망이구만... 야, 근데, 바빠도 옷 좀 갈아입고.. 남들이 보면 놀래, 피칠갑을 해가지고... 너 그러다 신고 들어온다.. (지율 툭툭 먼지 터는 척) 약이라도 발라 (예.. 시환 보고 한숨, 고개 푹) 류시환, 고개 들고! 갑빠 펴고! 뭐야, 그게? 죄 진 놈처럼.

종태 (찌릿) 죄 지었지. 골목길을 왜 과속으로 들어와? 민간인 쳤으면 어쩔 뻔 했어?

시환 죄송합니다

출동하다 그런건데 뭐. 민간인 아니었고, 나였으니까 다행이고. 됐어. 너니까 제때 멈춰서 살았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귀신됐을지도 몰라 (종태 찌릿) 신경쓰지마. 네 덕에 여기서 며칠 푹 쉬어야겠다. 야, 대신, 나 없는 동안 니들이 두배로 뛰어. 강력 사건이지만, 피해자가 외국인이고, 현장 제일 먼저 들어간것도 너희들이고.   

종태 쫓은 거, 놓친 거, 차로 친 것도 다 너희들이지 (시환 고개 푹)

(피식) 그래도 뭐, 쉽게 풀릴 거 같다잖아요. 액자 갖다 둔 놈만 찾으면 되잖아?

시환 인근 CCTV랑 주민 증언, 피해자 메모, 통화기록, 전부 뒤지고 있습니다.

그래. 살인사건도, 운 좋으면 하루 이틀이면 해결해. 생각보다 어설픈 놈들 많아.

종태 이 팀장이 러시아어 좀 하니까, 필요할거야.

러시아어도 한대요? 요즘 애들 스팩 참 좋아. 우리때는 영어만 해도 대우받았는데, 그죠?

종태 범인을 혓바닥으로 잡습니까? 외국어 좀 한다고 밤낮 책상에만 앉아서...


CUT TO 석호 손에 간식거리, 얼굴에 맞은 흔적, 병실로 들어오고, 시환 인사, 지율 외면, 조, 종태 보고   


석호 (종태에게) 오셨어요? (시환에 눈인사. 종태가 사 온 간식 보고) 아, 제가 다 비슷한 걸 사왔네요. 잠깐 나가서 식사 될 만한 걸로..    


아냐, 아냐, 됐어. 애들 줘.. 지율이, 아침 못 먹었지?

종태 아침은 왜 처먹어? 상관한테 주먹질이나 하는 놈이?

석호 (아차) 제 실수였습니다.

종태 실수면요? 쳐도 돼요? 그것도 경위가 경감을? 강지율! 너 뭐 하는 놈이야?

석호 제가 놓친겁니다. 죄송합니다.

종태 (답답) 이 팀장님! 죄송은, 피해자한테 하시구요, 너! 사과해 (지율 삐딱보면) 뭘봐?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석호 됐습니다, 문 형사님. 제가 나중에.. (조 팀장 손짓, 막고. 석호 입 꾹)

종태 (꾹 참고) 놓치면 화 나. 네 승질에 아마 열배, 백배는 더 화가 낫겠지.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다들 멍청하고 게을러빠져서, 범인 놓치고 딩가딩가 노는 거 같애? 너만 그 놈 잡고 싶냐고! (다들 침묵) 실수 하지. 다 실수 해. 경찰도 사람이고 이 팀장도 사람이고. 너는? 동료가 실수를 하면 카바 해 줄 생각을 해야지, 범인 못잡아서 화풀이야? 왜 거기다 주먹질이야?        

지율 잡을 수 있었습니다.

종태 있어! 잡을 수 있어! 잡아야지. 당연히 지구 끝까지 가서 잡아 와. 그런데, 그걸 너 혼자 하는게 아니라고! 이 팀장도 하고, 다른 경찰들도 하고. 너 아니어도, 다른 경찰들도, 범인 잡고 싶다고! 오만 떨지마. 위, 아래, 왼쪽, 오른 쪽, 앞면 뒷면 다 보고 좀 살아. 너만 원탑이야?


(석호 시환 불편, 지율 여전히 이해 못해 삐딱)     


강형사야. 앞뒤 상황 다 고려해도, 상관 폭행은 용납 못 해. 서장님께도 보고 들어갔으니까, 면담 정도는 각오해.   

지율 (흥) 코 앞에 있었습니다. 정말 잡을 수 있었는데..

나도 코 앞에 있었어. 근데 시환이가 차로 들이받아서 놓쳤어. 그러면 나는, 승질 나니까 류시환이 후드려 패고, 여기 같이, 나란히 누워있으면 되나? (지율 침묵, 시환 눈치)


CUT TO 은석 들어오고 다들 목례만, 분위기 이상 감지


종태 너, 팀장님한테 사과하고, 서장님께도.. 성질내지 말고 똑바로 말씀드려. 다시는 그런 일 없다고.  


(지율 이해 못하지만, 꾹 참고 한숨)


은석 (분위기 파악, 부드럽게) 사과해요. (지율 보면) 누구 잘못이라서가 아니라, 사람을 쳤어요. 그것도 강 형사를 도와주려던 동료를. 그게 류 형사 였을 수도 있고, 나였을 수도 있어요. 급박한 상황이라, 강형사가 자의로 뛰어 내린건지, 사고로 떨어진건지, 판단 못 해요. 우리 중 누구였어도, 동료가 다쳤을까봐 당연히 먼저 가서 살폈을거에요. 방해한 거 아니에요.    

종태 내 말이. 그러니까 거기서 왜 뛰어내려? 상식적으로 좀 살아라. 3층이 장난이야?

은석 (석호에게) 이 사건은, 세 분이 맡는 겁니까?  

석호 강력팀과 의논해서 결정 할 생각입니다.

아냐, 니들이 해. 우리 바빠. 조폭도 아니고 연쇄도 아닌걸.. 필요하면 박형사한테 좀 물어보던지. 이런 단순 치정 사건에 우리 애들까지 필요하겠어? 왜? 거기도 문종태, 차은석, 베테랑들 딱 버티고 있잖아. (종태에게) 잘 좀 가르쳐봐요.  


종태 바쁩니다 (일어서고) 애들 장난치는데 끼고 싶지 않아요 (나감)

은석 (조팀장에게) 걱정마십시오. 가보겠습니다 (다들 인사, 따라나가고)

(웃고) 역시, 차은석이 밖에 없어 (세 사람 둘러보고) 푸닥거리 다 하셨으면 가서 일들 봐. 풀어. 우리끼리는 싸워봤자 물베기야. 어쩔건데?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 그게 더 나으니까 같이 하는거야. 잘 좀 해봐. 기대가 커.


(세사람 꾸뻑, 어색하게 함께 나가고. 병실문 보며 피식) 지율이 저 자식, 차은석이한테는 찍소리 안하네. 이석호는 만만하다, 이거야?   


16 놀이터 화단, 강아지 한마리 땅을 헤집고. 오래되어 구멍이 숭숭 난 검은 비닐봉지 조각 물고 나와 입으로, 손으로 가지고 놀다 에퉤퉤.. 반대편으로 뛰어가고. 그네 타는 어린 아이, 밀어주는 할아버지. 벤치 옆에는 시장을 봐온 듯, 야채 담은 배낭과 딸기 우유 담은 비닐 봉지.  


17 신축 다세대 빌라 2층, 띵똥 집주인 나오고


주인 누구세요?

진우 (뱃지보이며) 경찰입니다. 몇가지 좀 여쭈어 볼게 있어서요.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18 다세대 내부, 화장실 창문에서 옆집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조그만 자전거, 트럭 장난감. 빨래 (진우 사진 찰칵)


진우 (거실로 나오며) 그럼, 주로 밤에만, 우는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주인 예, 어떤때는 뭘로 퍽퍽 때리는 소리도 나고, 왕그랑 쟁그랑 던지기도 하구요.

진우 신고는 왜 안 하셨어요?

주인 뭐가 잘, 확실하지가 않아서요. 어떤 때는 애 울음 소리도 나긴 하는데, 아주 가끔이고.. 때려 부수는 소리도 금방 멈춰요.

진우 누구랑 싸우거나, 소리 지르거나 하는 거, 들으신 적 있으세요?

주인 말소리까지는 잘 안들려요. 그 집 며느리가 외국인이라서 말을 많이 안 하는지..  

진우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세요?

주인 집에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거 가끔 보는거지, 말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웃지도 않고, 별로 사람들하고 말 섞는 분이 아니래요.

진우 혹시, 얼마전에 출산한 것 같다는데, 갓난 애기 보신적 있으세요?

주인 아니요, 그게, 안그래도 우리끼리 이상하다 그러고 있었어요. 분명히 배가 이만했는데, 어느 순간에 없던데요? 아마 애 아빠 죽고, 키우기 어려우니까 혹시 친정으로 보냈나, 아니면 입양을 보냈나..

진우 애기 용품은요? 유모차나, 분유, 기저귀..

주인 하나도 없어요. 애기를 낳았으면, 신생아 이불부터, 째끄만 옷이랑 양말이랑, 먹고 토한거, 뭐 싼거.. 애기 빨래가 많아지거든요. 근데 저 집은, 빨래를 널어도 세 식구 것만 있지, 애기꺼는 하나도 없어요.  

진우 아이 엄마하고도 왕래 없으시죠?

주인 얼굴도 못 보죠. 사람 있으면 밖에 절대로 안 나와요. 지금도 봐요, 집 안에만 박혀서, 마당에도 잘 안 나와요.

진우 지금 집에 있어요? 아까 문 두드렸는데 아무도 안 나오던데.

주인 에이, 안 나와요. 안에 있어도 절대 내다 보지도 않아. 여기서 보면, 쓰레기 버리고 그럴때도 밖에 누구 있나 살펴보고, 아무도 없어야 후다닥 나왔다 훽 뛰어들어가요. 큰애가 밖에서 놀고 있으면 손만 삐죽 내밀어서 이렇게 까닥까닥 들어오라 그러고, 절대 큰 소리 내거나, 돌아다니거나 안해요.

진우 아이는.. 별 문제 없어보이구요?

주인 애는 뭐.. 모르겠어요. 유치원 다니는데.. 이 동네에는 또래가 없어서 친구랑 노는 건 못봤고, 이 골목에 자주 돌아다니는 개가 한 마리 있어요. 그 개를 그렇게 좋아해서 자주 같이 놀아요 (진우 전화 지이잉)

진우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인 별 말씀을요.. 우리 아랫층도 별 소리 다 들린대요. 한번 가보세요.


19 빌라 나오며 통화


진우 어, 뭐 좀 있어?

민규 (유치원 건물 앞) 특별한 건 없는데요, 여기 선생님들은 아이 엄마를 한번도 본적이 없대요. 처음 올 때도 할아버지가 데려왔, 아이 엄마가 한국말을 못한다. 근데 도너츠 가게 사장님은, 그 분, 한국말 잘 한다고 했잖아요.

진우 그랬지. 애는? 학대 흔적은 없고?

민규 못 봤대요. 그런데 한참 전에, 아이가 자기 동생이 생긴다 그랬었대요. 엄마 뱃속에 있다고.. 배 볼록 나온 그림도 많이 그렸었는데, 얼마 전에는, 동생이 없어졌다 그랬다는대요?

진우 없어져? 낳은건 아니고?

민규 예. 아이가 하는 말이라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없어졌다' 에요. 동생이 없어져서 엄마가 매일매일 많이 울었다, 그랬요. 그리고 할아버지도 애한테, 인제 동생 얘기 하지 말라고 그러고.

진우 이상하긴 하네. 임신은 맞는데, 병원 기록도 하나도 없고.. 출산인지 유산인지, 배 밖으로 나온 건 맞는데 아이는 흔적이 없다..

민규 죽었거나, 버렸거나, 아니면 팔았을까요?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신생아를 사고 팔잖아요. 아빠가 죽어서 키우기 힘들까봐..

진우 일단은 여자가 출산을 했다는 걸 먼저 증명해야지. 유산일수도 있잖아. 진료 기록이 없어서 몇개월인지도 모르겠고..

민규 남편 죽기 전에 임신했으니까 대충은 나오겠지요. 근데 선배님, 유산이어도.. 보통 119라도 불러서 병원부터 가지 않아요? 저 애가 있어서 그런가,  이많이 수상한데요?

진우 일단 들어가자. 나도 최대한 빨리 갈께.


(전화 끊고 차 움직이려는데,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 아이와 할아버지 걸어오고. 시장 배낭, 아이 입에 딸리 우유, 잠긴 대문을 열쇠로 열고. 눈여겨 보며 차 스르르 지나가, 할아버지 안으로 들어가 문 잠그고)


20 식당


먼저 앉은 석호, 진우를 보고 손 흔들고.


진우 (앉으며) 아직 안 나왔어? 배고파.

석호 나올 때 됐어. 늦었다, 점심이?

진우 대충 때우려다가, 생각나서 전화 해봤지. 형은 여태 안 먹고 뭐했어?

석호 바빴어, 조 팀장님 병원 가있느라고..

진우 아, 그렇지.. 어떠셔? 서에 벌써 말 돌던데.

석호 무슨 말? (음식 나오고)

진우 형네 팀. 새벽부터 작전 말아먹고, 범인 놓친 말? (석호 반응없고 식사 준비) 류시환이 차로 팀장님 들이받고, 강지율이 이석호... (석호 눈 마주치고) 됐다, 거기까지. (얼굴 보며) 많이 터졌네. 멍도 들었어 (석호 식사, 매운 거 조심) 강지율 그거, 성질머리... 하늘같은 선배를 쳐? 평생 맞아본 적도 없는 사람을?

석호 기분이 좋아보인다?

진우 흐흐.. 있잖아, 해보니까 이 경찰이라는게, 후배 복이 참 중요해. 나 봐, 오민규 최고잖아.

석호 됐고. 왜 갑자기 불러냈어? 할 말 있는거지?

진우 그냥, 뭐.. 지율이한테는 영양제도 사다 먹인다는데, 나도 밥한끼는 얻어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석호 집에 있던 거 준 거야. 식사도 제대로 안 하는데 활동량은 많잖아.

진우 갑자기 왠 걱정? 다치고 깨지고 부러지고.. 그게 경찰 아닌가? 다른 사람 인생에 관심 1도 없는 사람이, 왜 갑자기 챙기고 싶어졌어? 아, 지율이 부적.. 그게 효험이 있나봐? 신기한데?

석호 그 얘기 하려고 밥먹자고 했어? 영양제가 그렇게 이상해?

진우 잘 들어봐. (음식 두 개 가르키며) 이거는 강지율, 이건 형. 하나는 여기 살고, 하나는 쩌어기 뚝 떨어져서 각자 살아. 둘이 완전 다르지. 어느날 형은 원하지도 않았던 현장으로 끌려오고, 지율이 역시 원한적 없는 형을, 상사로 만나게 됐단 말이야. 근데 둘이 너무 안 맞아. 섞일수가 없어. 뭐 저런게 있나, 안 보이는 척 무시하려 그랬는데.. 걔가 자꾸 사고를 치는거야. 오늘도 봐봐. 작전 망치고, 형 탓하고 주먹질하고.. 종태형님, 서장님 뚜껑 열리고.. 간단히 마무리 될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게 다, 결국 형의 고가 점를 깎아 먹을거고, 팀도 망할거야. 앞날에 아무 도움이 안 될건데, 형은 영양제까지 바리바리 싸다주며 마음에도 없는 후배 사랑을 실천한다는 말이지.    

석호 기 전에 준거야.

진우 아, 그러면 오늘 일이랑 전혀 상관없이?

석호 응 (식사)

진우 그렇구나... 그럼 정말 순수하게 부적 때문인거네 (석호 멈칫) 왜? 강장동물이 꿈에 보여? 귀신 봤어?

석호 진우야

진우 이상하잖아. 부적 보고 뛰쳐나가더니, 갑자기 지율이한테 막 관심을 보여. 혼자 잘 뛰는 애를 난데없이 보호한답시고 나서질 않나..  

석호 그런 적 없어.

진우 그렇게 보이던데? 그리고 거기, 원주에서 말이야. 지율이 아버지 요양병원에도 들락거리던데 이유가 뭐야? 아닌 척 하면서 옆에 계속 어슬렁 거리는?

석호 지율이 아버지인줄 몰랐어.

진우 지율이.. 이제는 호칭도 강형사가 아니라 지율이... 그래, 지율이.. 지율이 아버지인 걸 모르고 병문안을 갔다? 그럼 누구로 알고 갔는데? 엄청 많이 갔던데, 전에 계시던 병원에도.. 오래된 인연인가봐.

석호 뒷조사 했냐?

진우 하는 중이야. 쉽게 가자. 지율이 아버지가 아니면, 그럼 누구라서 간거야?

석호 ... 아는 분이야. 오래 전부터.. 아는 분.

진우 송유리 아버지? (석호 놀라고) 아니다, 형은 유리의 오빠랑 친구였으니까, 사망한 송시율의 아버지가 더 맞겠다. 그렇지?  

석호 ... 어떻게 알아? 송유리를.. 알고 있었어?

진우 지율이한테 들은 얘기도 있고, 병원에서 아버님 성함 보고 사건 파일 뒤졌어. 그런데 이상하게 형이 그 병원에서 나오더라고. 궁금했어. 뭐가 있나 해서, 형에 대해  찾아보니 역시나 같은 중학교, 같은 동네.. 그러나 고등학교는 갑자기 부산. 생각해봐. 죽은 친구의 아버지를 이십년동안이나 찾아볼 정도면, 상당히 친한 사이였는데, 왜 형 이름은 사건 기록에 없지? 참고인 진술이라도 했을거 아냐?

석호 (눈 돌리고 식사) 미성년이었어

진우 다른 친구들은 있던데? 보호자 동의하에, 연락처도 남아있고. 선생님, 동네 사람, 하다못해 태권도장까지 다 나오던데, 이석호만 쏙 빠지고 없어. 게다가 사건 직후에는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이사까지 갔고.

석호 어머니가 부산 지검에 계셨어. 아주 없지는 않아.

진우 친구 가족이 끔찍하게 살해 당했는데, 후다닥 아무도 모르게 자취를 감춰버린 절친이야. 형이봐도 이상하지?

석호 결정권이 없었어. 어른들이 하시는대로 따랐을뿐이야. 이상할거 없어.

진우 그래? 실망이네. 숨기는 게 있는 줄 알았는데.

석호 너 지금 나를..?

진우 형은 안 이상해? 미제사건이야. 형 친구와 그 어머니가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고, 용의자로 지목 받던 큰 아들과 아버지, 어쩌면 두 사람이 공범일거라고 의심 받던 사건을, 형은.. 그 두 사람하고 지금까지 한가족처럼 지내고 있어.

석호 그 두 분은 아니야. 내가 알아.

진우 ... 그럼 형은? 형도 아니야?

석호 강진우!

진우 아니면, 왜 지율이.. 아니, 송유리한테 사실대로 말 안해? 내가 그때 니 오빠 친구다, 그 글씨, 내가 써 준거다.. 그리고 어쩌면, 그 사건 현장에... 내가 있었다..?

석호 (단호) 없었어.

진우 그 부적, 사건 당일날, 죽기전에 지율이 오빠가 써 준거야. 그리고 뒷면에 쓰여진 강장동물, 그건 형 글씨고.

석호 당일날 학교 끝나고, 밤까지 같이 있었던건 사실이야. 원래 그랬어. 매일 거기서 저녁먹고 늦게까지 놀다가 할아버지 댁으로 갔어. (호흡 가라앉히고) 그래, 많이 친했어. 제일 친한 친구였고, 유리는... 강형사가 유리인거는 확실한거야? (진우 보면) 네 말대로, 어제 부적보고 어렴풋이 기억났어. 혹시 유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진우 본인 확인했어. 국적 새로 받을 때 이름 바꿨대. 아버지 싫어서.

석호 (고개 젓고) 오해야. 아버님 아니야.

진우 그럼 나, 송창률 소개시켜줘 (석호..?) 나 형 아직 다 믿어. 범인은 아니어도, 그래도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맞지? (석호 보고) 그러니까, 송창률은 내가 직접 확인할거야.

석호 그 집 일에 네가 왜 나서는데?

진우 사건이잖아. 강력 사건.

석호 지율이 일 이라서 그래? ... 그럼 시환이는?

진우 무슨 소리야?

석호 네가 관심갖는 거, 시환이가 알면 걱정할까봐. 하긴, 아직 좀 이르긴 한데, 언젠가는 말하려고 했었어. 너랑 지율이, 잘 어울려.

진우 뭐가, 갑자기?

석호 시환이는 착하기만 하지, 많이 부족해. 오늘 아침 일도 그렇고... 너라면, 믿음이 가. 지율이 잘 부탁해.

진우 형이 뭔데 지율이를 부탁해? 시환이가 지율이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면서. 이간질하냐?

석호 그건 시환이 문제고. 그런거까지 신경 써야하나?

진우 아 됐어. 촛점 흐리지 말고, 사건 얘기만 해.

석호 나를 의심하고 있으니, 결백을 증명하려면 협조를 해라?

진우 협조 정도로 될까? 나 진짜 깊히 팔 거야. 형이 다칠 일 있으면, 있을까봐.. 미안하다고 미리 말해주는 거야.

석호.... 없어. 법적으로 책임질 일 하나도 없으니까 다 파라. 아니, 같이 파자. 나도 궁금해. 유리도 돌아왔고, 이젠 잡아야지. 대신, 시간을 좀 줘. 지율이, 사건말고는 아무 기억도 없어. 갑자기 내가 니 오빠 친구다, 그것도 이상하잖아. 때가 되면 얘기 할께.

진우 정말로 적군은 아니다? 자신 있나보네.

석호 적군... (생각) 지율이한테는 아군도 아니겠지만, 최소한 적군은 아니야. 잘됐다. 우리, 한 편이다?

(진우 생각..? 서서히 같이 식사)


씬 21 경찰서, 둘러선 경찰들, 가운데 강아지 한마리


민규 뭐하세요?

경찰 1 어, 오형사님, 이리 좀 와 봐. 이거 좀 이상한데?

민규 (다가와 보고) 어? 뚱이네?

경찰 1 얘 알지? 나는 찐빵이라고 부르는데.. 어쨌든, 여기 맨날 놀러 오잖아, 근데 오늘은, 여기 발이 좀... 이거 뭐지?

경찰 2 (강아지 발 들어 보여주고, 털에 얼룩) 피 같죠?

경찰 3 앞에서 알짱거리길래, 발을 다쳤나해서 안고왔어요. 근데, 상처는 안 보여요.

민규 핏자국 같기도 한데, 그래도 네 발을 동시에 다 다치기는 힘든데?

경찰 1 어디 피 쏟아진데를 돌아다녔나?

민규 입에도 좀 묻어있고... 위에 있는데, 한번 뿌려볼까요?


(디졸브) 민규 강아지 발에 스프레이 칙.. 반짝반짝 형광빛으로 변하고


경찰 2 어어... 피 맞아요. 혈흔이에요.

경찰 1 뭐야, 이거.. 야 임마, 너 어디서 놀다 왔어? 집이 어디야?

민규 목걸이 없어요?

경찰 3 한번도 본적 없습니다. 그래도 주인은 있는 것 같던데

경찰 2 어떻게 알아?

경찰 3 여기 오는 시간이 일정해요. 아침에는 다른데서 놀고, 낮에 요 근처 동네 돌아다니다가, 저녁때는 집에 가는지, 여기서 본 적 없어요.


(민규 주머니에서 시료 봉투 하나 꺼내고)


경찰 1 감식반 가게? 사람 피 맞나 볼라고?

민규 예, 봐야될것 같아요. 털에 묻은게 너무 소량이라서 저는 안될것 같고, 과수대로 보내려구요 (손으로 가위 모양, 경찰 2 재빨리 가위 대령, 민규 강아지 발 털 잘라 봉지안에). 강아지 집이 어디인지 혹시 아는 사람 있을까요?


경찰 3 나가서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 보면.. (모두 보고) 아니, 제가 간다는게 아니라.. (민규 어깨 툭툭 쳐 주고 봉지들고 나감, 다들 모른 척) 아, 나 퇴근인데..


씬 22 가평 경찰서

모니터 앞에 앉은 오 경사와 황 순경. CCTV에서 한 여자의 얼굴을 찾아내고 멈춤. 재확인 하고 눈 마주봄. 천천히 전화기를 드는 오경사. 황 순경, 책상위의 공문서류 들면, 카메라 줌 - 미키 사진, 인적 사항, 담당 형사 류시환


씬 23 서울. 은행 보안실에서 CCTV 확인 중인 시환과 지율, 직원들과 대화 중


시환 (전화 지이잉) 예, 류시환입니다.... 찾았어요? (지율 돌아보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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