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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의길벗 라종렬 Mar 07. 2017

물이 오르는 계절

쉴만한 물가 - 2호

20120221 - 물이 오르는 계절


컵에 있는 먹물을 깨끗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먹물을 비워 버리는 방법이 있겠고, 컵에 깨끗한 물을 계속 붓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마음도 비우라 합니다. 하지만 비우고 비워도 자꾸 다른 것으로 채워지고 또 채우려는 것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렇다면 깨끗한 물을 계속 붓는다면 먹물도 없어질뿐더러 정말 채워야 할 것으로 마음을 채우게 되고, 채워진 그것이 곧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 언행(言行)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언행 심사(言行心事)가 정갈한 사람은 내면이 깨끗함으로 채워진 자라 할 것입니다.


어릴 적, 어른들이 물을 받으러 산에 가신다는 얘기를 하시면서 바가지며 물통 등을 챙겨 산에 가신 후에 정말 물을 가져오시면 정말 신기했습니다. 이 물을 여수에서 물일 하시는 분들이나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밤새도록 드시고 가곤 했습니다. 막 받아온 차가운 물은 맹물처럼 덤덤했고, 차가움이 식어질 땐 때로 색다른 냄새와 맛이 나기도 했는데 이걸 어떻게 밤새도록 마시나 했습니다. 고로쇠(뼈에 좋다고 하여 ‘골리수’(骨利水)라는 말에서 유래) 이야기입니다. 이 수액이 위장병, 폐병, 신경통, 관절염 환자들에게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몸 70%가 물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밤새도록 좋은 물을 마셔서 배출하다 보면 먹물 같은 나쁜 찌꺼기들이 정화되지 않겠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람은 보는 것, 먹는 것, 듣는 것, 입는 것 따라 달라집니다. 특히나 마음을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선조들은 아이를 가진 여인에게 먹는 것 보는 것 가렸고,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이것저것 가리는 것이 많았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것들을 보고 듣고 먹고 자라게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채워진 것이 인격으로 형성되기에 이런 선인들이 지혜롭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물에 물이 오르는 계절입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채우며 시작하는 때입니다. 겨우내 얼었던 나무에 물이 오르고 다시 새롭게 생동하는 계절에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정갈한 물 한 잔, 아니면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좋은 고로쇠 한 잔 어떻습니까? 그러면 우리네 마음들도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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