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화의길벗 라종렬 Apr 19. 2017

나무를 심은 사람

쉴만한 물가 - 55호

20130405 -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의 원작인 “나무를 심은 사람”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은 이제 막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한 신학 초년생 때였다. 학교마다 늘 괴짜 교수님들이 계시는데 어느 채플시간에 이 교수님께서 프레데릭 백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이 영상(QR코드 참고)을 보여 주셨다. 거친 파스텔톤의 그림과 잔잔한 내레이션으로 구성된 애니메이션이 진행되는 30여분 동안 가슴에 다가온 충격과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평생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그리고 어떤 자세로 살아가며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 숙고하게 하기에 충분한 이야기였다.


알프스 어느 황량한 고산에서 만난 나무를 심은 한 노인의 우직함이 오랜 세월 동안 숲을 만든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숲이 주는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풍성했다. 수많은 사람도, 수백 년이 걸린 것도 아닌 노인 혼자서 숲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인스턴트와 빠름, 그리고 분주함에 물든 오늘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와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오랜 시간 이루어 가야 할 때에 가질 신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케 했다.


간간히 고비사막이나 몽골 아프리카 그리고 세상 곳곳에 진짜 이렇게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나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이나 사역들을 오래도록 그렇게 성실하게 해온 많은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 거대하고 울창한 숲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는다. 모두 다 한 그루의 작은 나무 심기에서 시작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우직하고 성실하게 심어간 결과라 믿는다. 다만 우리가 그 결과 만으로 가치를 쉬이 평가하는 것은 피해야 할 생각이다. 


사람은 무엇을 심든지 심는 대로 거둔다. 자기 자신을 위한 독서나 배움들, 그렇게 보고 듣는 것들은 마음을, 그리고 먹는 음식은 몸의 건강을 결정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심느냐가 결과를 좌우한다. 간혹 생각한 결과물을 거둘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심는 것을 불성실하게 한다면 그나마 거둔 열매도 잃게 된다.


아이들의 좋은 습관도 결국 부모의 성실한 나무 심기와 양육이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인격과 성품 형성뿐 아니라 한 사람이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심어진 결과다. 우리가 심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나무는 스스로 번식해 갈뿐더러, 그 나무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은 유, 무형의 자산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그러고 보면 사실은 우리가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우리를 길러주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들 매일 바빠 죽겠다 한다. 그럼 그렇게 죽는다고 우스개 소리를 해준다. 오늘 나무 한 구루를 심거나 잠시 숲을 거니는 여유를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후회스러운 황량함을 맞이할 게다. T.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글에는 4월이 잔인한 달이지만, 나무를 심는 사람에게 4월은 나무 심기 더없이 좋은 날이다. 황무지 같은 우리 현실에서도 풍성한 가을의 아름다운 숲을 기대하며 각자 심어야 할 나무들을 제자리에서 변함없이 심어가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나물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