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 57호
20130419 - 다름과 길들여짐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하거나, 어떤 사무실이나 식당 등에 가보면 주인의 성격이나 습성을 대충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첫인상에서 잘못 인지 된 선입견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 그것이 평소의 그와는 결코 무관치 않다는 것을 알면 누군가에게 처음 느낌을 좋게 주도록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일 같습니다.
그런데 그들을 바라보면서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두고, 그리고 색깔이나 다른 무엇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그림을 그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가까운 지인이면 그런 생각을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략 생각만 하고 옵니다. 어떤 분들은 그런 조언에 동의하면서 바꾸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는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하여 별로 필요성을 못 느꼈거나 왜 그렇게 보지 못했는가? 하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보면 남편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을 땐 아내가, 반대일 경우에는 남편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은 예전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늘 그렇게 이야기해 왔지만 상대가 바꾸지 않더라는 이야기... 바로 익숙해졌거나 길들여진 것입니다.
먼지가 쌓여가는 모니터 주변들, 그리고 책상과 책꽂이들, 그 이외에 여러 가지 것들을 보면 내게도 그렇게 길들여진 것이 많을 것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방안에만 그럴까요? 습관도, 말하는 것도, 그리고 설교도 늘 익숙한 것에 길들여진 나를 발견합니다. 그것이 좋은 전통을 세워가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좋은 전통을 세워가기보다는 아집과 왜곡으로 부정적인 습관으로 길들여지기가 쉽습니다.
조금 달리 생각하면, 그래서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고 조금 더 움직여 보면 이전과 너무도 다르게 빛을 내거나 더 편리하거나 좀 더 바르게 갈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자꾸 그런 다름을 낯설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끔은 일부러 다름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봄에 싹이 나고, 나무의 어떤 가지에 어떤 방향의 꽃이 피고, 하늘의 새가 먹이를 채갈 수 있을까요? 생활의 활력과 분위기 전환은 조금 다름에서 올 수 있습니다.
탁자 위의 작은 꽃 한 송이, 식사 때 건네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식사 후에 설거지 통에 빈 그릇 한번 넣어 주는 것, 가족을 향한 미소한 번 그리고 안아줌, 동료를 위한 쪽지 한 장과 껌 하나, 만나는 사람들을 향한 가벼운 제스처,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에게 건네는 손길, 힘겨운 이를 부축하는 어깨동무, 고마운 사람을 향한 문자 한번.... 이런 일상의 소소하지만 다른 행동들.
이전에 없었지만 잠시 다름으로 그려진 그림은 우리 삶의 활력소일 뿐 아니라 놀라운 세상을 여는 문이 될 수도 있답니다. 오늘 길들여짐에 잠시 들어오는 다름의 사선에 놀라지 말고 기꺼이 그 그림에 나를 내려놓으세요.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