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 104호
20140622 - 전쟁과 게임
디베이트 토론이라는 것이 있다. 학교 교육현장에서는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는데 어른들에게는 좀 생소한 말이다. 필자도 현직 교사들이 준비한 캠프에 가서 처음으로 접했던 것이다. 학교 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더불어 요즘 우리 아이들이 이러한 환경에서 공부하는구나 하는 대견함도 있었고, 이후로 자녀들에게 물었더니 너무도 익숙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교육현장의 안타까운 소식들을 접할 때면 암담한 현실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한마디로 디베이트 토론은 토론에 게임 규칙을 적용한 게임이라 보면 된다. 어떤 주제에 대한 찬반 양편에서 자신들의 생각들을 주장 및 반론하면서 정해진 시간 동안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디베이트의 방법은 입론, 반론, 교차질의, 재반론, 최종 발언이라는 다섯 단계의 큰 구조 속에 숙의 시간이 있다. 특히 마지막에는 심판에 의해 승패를 판정받게 되는데 경쟁하는 팀은 승리를 위해 더 든든한 논리 세우기와 그 논리를 증명하기 위한 각종 학문적 근거와 통계, 증거자료 등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레 학습이 이뤄지는 것인데, 게임이다 보니 승패가 갈리는 것이 되어서 약간의 경쟁심리를 유발하는 면도 없진 않다. 자고로 어른이든 아이들이든 게임이 시작되면 승부욕이 발동하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데 이러한 점을 학습에 도입한 것이라 본다.
수십억 축구인들의 축제가 멀리 브라질에서 펼쳐지고 있고, 여기에 우리 선수들도 16강을 향한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축구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는 뜻밖에 미국이라고 한다. 디베이트 토론의 기원은 BC5세기 중반 이후의 소피스트들에게로 두지만 지금의 룰과 같은 형태의 교육방식이나 토론 형식들은 미국 쪽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래도 그쪽 족속들은 미식축구와 더불어 모든 것을 게임으로 승화시키길 좋아하는 이들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지금 모든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의 전쟁에는 늘 이 나라가 끼어 있다. 과히 그네들의 게임 방식은 전쟁과도 같다. 총성 있는 전쟁이든 총성 없는 전쟁이든 늘 게임에 익숙한 이들로 보인다.
축구에는 사실 11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싸우는 것이 최종적인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 이 면에는 어마어마한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전쟁이 함께 치러지고 있다. 12번째 선수인 서포터스들의 응원 전쟁도 그렇지만 경제 전쟁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스폰서와 마케팅을 위한 광고전은 선수들의 액세서리의 면면을 수놓고 있고, 카메라가 비치는 모든 곳들은 각국의 기업 브랜드가 어김없이 붙어 있다. 그 위치와 크기에 따라서 금액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고 하니 유치 경쟁의 치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식 음료나 여러 가지 스폰서들이 이러한 특수를 통해서 실적을 올리려 하는 전쟁은 수십억 이상의 경기 외적 현장의 치열한 모습이다.
안타깝게도 전쟁과 게임에는 반드시 승패가 갈린다. 거기에 공생의 길은 극히 드물다. 승자 이면에는 패자가 있게 마련이고 단순히 게임에서 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그래서 경쟁체제로 아이들을 교육하거나 자라게 하는 것이 오랜 후의 결과에는 결국 이기적이고 비인격적인 모습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동기부여가 잘된다는 이유로 이러한 경쟁체제를 유발하고 게임이나 전쟁과도 같은 현장으로 교육이나 여타의 일들이 내어 몰리게 되면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성장이나 향상을 얻을 순 있겠지만 누군가를 이겨야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에 길들여지면 장기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 결과들이 양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훌륭한 감독이나 스승들의 공통점은 이러한 동기부여를 경쟁체제로 몰지 아니하고도 동기유발을 일으켜서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세워간다.
오늘 우리 사회의 무관심, 무지, 무책임, 무감각, 무분별, 무계획의 악순환은 이러한 경쟁 체제 속 전쟁과 게임에 길들여진 세대의 부정적 열매로 보인다. 처음엔 미미했지만 결과는 작금의 현실로 귀결되어버린 것이다. 결코 빨리 진행되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오고 나서야 문제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수많은 경쟁체제의 전쟁과 게임에 내어 몰려 악순환의 고리에 매인 세대를 다시 선순환의 고리로 전환하는 싸움이 너무도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어디서부터 뒤엉킨 이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