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20131011 - 꾸미기 체조
우리는 일명 덤블링이라고 했는데 꾸미기 체조는 초등학교 운동회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고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던 단골 메뉴였다. 운동회가 있기 한 달 전부터 그러니까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 얼마 후부터 소위 운동회 연습을 했던 것이다.
여러 가지 연습 중에서 제일 많이 연습한 것은 바로 덤블링이다. 한 사람이 하는 꾸미기부터 시작해서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 사람이 많아질수록 점점 난이도가 높아갔다. 최고 난이도는 역시 탑 쌓기였다. 최고로 높이 쌓은 것은 4층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운동회 당일날 꾸미기 체조가 있는 시간이면 괜히 어깨를 으쓱이며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와 구령에 맞추어서 하나하나 만들어 갔다.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에 절로 어깨가 으쓱여졌다.
제일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4층 탑 쌓기가 시작되면 모든 시간이 멈춘 듯, 귓전에는 더 이상 긴장 때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선생님들 몇 분이 둘레에 서 계시며 보조를 맞추어 주었지만 정작 일어서기 시작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래층에서 두런거리는 소리와 용을 쓰는 소리와 함께 위에 있는 7명의 친구들이 들려지고, 뒤이어 우리가 밟고 있는 4명의 친구들이 어깨를 꿈틀거리며 일어설 때까지 3층에 있는 우린 위에 있는 한 명이 중심을 잃지 않고 있도록 진땀을 흘려야 했다. 드디어 우리가 일어설 차례 우리 둘은 가만히 숨을 죽이며 하나 둘 셋 하고 일어났다. 다리가 떨리는 순간이었지만 간신히 허리를 펴고 일어서고 마침내 마지막 꼭대기 친구가 일어서면 호루라기 소리 길게 울리며 장내가 떠나갈 듯 박수 소리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공동체라는 말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라는 말들을 한다. 사회복지라는 학문을 처음으로 배우면서 복지 국가로 가기 위해 바꿔야 될 패러다임은 바로 이것이었다. 우린 모두가 서로서로 연결된 공동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것이 모두가 다 내 것이 아니고 함께 더불어 공유하고 살 수밖에 없는 그런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빈부의 격차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맞물려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 것이다. 너무나 기초적인 부분이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상식이다.
꾸미기 체조의 탑 쌓기에서 제일 위에 있는 사람이나 제일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나 모두들 제 할 일을 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해 주지 않는다면 걷잡을 수 없이 균형을 잃고 탑은 무너져 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우리는 몸소 배웠다. 하지만 그런 간단한 꾸미기 체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러한 유기적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잘 못 배운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운동회 메뉴에서 위험 요소 때문에 빠진 것 같는데 정작 그것을 통해서 배워야 할 것에 대해서도 함께 빠진 듯하다(물론 다른 많은 것을 통해서도 사회를 배워간다고 믿는다).
사람은 결코 혼자만 잘 살 수 없다. 제 것이 다 제 것인 양, 자기만 잘살려고 하는 그런 모습과 생각들. 이런 맘에는 세금도 나눔도 협력도 공존도 없고 이기적 삶의 점철로 함께 공멸하는 것만 가득하다. 이웃이 있지 않고서야 어찌 내 입으로 밥 한 술 제대로 들어갈 수 있겠는가? 이 밥이 내게 오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협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가운데 일부분을 사회로 환원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유기적 공동체로서의 사회 인식을 통해서 어느 곳 어떤 공동체 속에 있을지라도 서로 그렇게 더불어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