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화의길벗 라종렬 Dec 29. 2016

소망 이야기

쉴만한 물가 - 136호

20141227 - 소망 이야기


봉강에서 노인복지관을 운영하시는 원장님이 계신다. 타향에서 오래도록 복지에 대한 공부와 여러 기관들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귀향하여 고향에 계신 어르신들을 내 부모님처럼 모시며 노후를 살펴 드리려 사재를 털어 요양원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의 여러 봉사의 손길을 통해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분이다. 오랜 시간 자리를 잡기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일하시며 백방으로 쫓아다니시던 그 성실함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믿는다. 늘 존경해 마지않는 분이다. 처음 복지관을 세우실 때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비록 여러 가지 운영의 어려움 속에서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도 변함없이 원장님을 믿을 수 있는 것은 첫 만남에서 털어 좋았던 원장님의 마음에 담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부모세대는 참 불쌍한 세대라 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즈음에 태어나셔서 이후 격동의 시절들을 보내시면서 보릿고개를 넘고 넘어 자녀들 부양을 위해서 백방으로 뛰셨다. 심지어 멀리 사우디와 베트남까지 온몸을 던져 가며 살았던 이들도 많다. 정치적으로도 심상치 않았던 세월을 겪고 마침내 민주화 이후까지 거치면서 숨 좀 트나 싶었던 때에 IMF가 터지며 자식들 봉양으로 살아가야 할 나이에 갑작스러운 명퇴다 해고 등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천덕꾸러기가 되고 노후 준비도 변변치 못하고 나이가 들어버려서 자녀들에게도 나라로부터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그렇게 늙어버렸다는 것이다. 자녀들 봉양도 시원찮고, 그렇다고 노후 준비도 넉넉지 않고, 이리가나 저리가나 불편해진 자리, 벼빠지게 일해 몸마저 성한 곳 없는데 결국 머리 둘 곳 제대로 없는 신세로 전락해 버린 세대들이라고 한다. 그런 부모들을 모시고 노후를 편히 지내고 가실 수 있도록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 했다. 지금은 부부가 함께 동분서주하면서 연로하신 분들을 부모처럼 모신고 있다. 한 부모는 열 명의 자녀를 거천해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모시기 어렵다던데 원장님은 여러 부모를 모시니 그 자체만으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이런 부모세대의 이야기들이 영화로 많이 나온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서도 늘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한도 없을 거라 하시더니 그런 이야기들을 진짜 책으로 이야기로 영화로 드라마로 엮어 내는 이들이 있어 이렇게 오늘 돌아보게 된다. 오늘은 중학생 딸아이가 친구들하고 이 영화를 보고 오더니 많이 울고 이제 형제들하고도 싸우지 말아야겠다 한다. 잔소리 백번보다 영화 한 편 이야기 하나 제대로 보고 듣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큰 모양이다. 그 님보다 더 많은 수많은 이야기가 우리네 부모세대들에게는 지천으로 많고 많다. 그런 이야기들이 다 들려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이야기’의 힘은 참으로 크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가문을 이해할 때에도, 그리고 여타 유, 무생물과 모든 만물들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를 다 알고 듣기 전까지 우린 그네들을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이야기는 역사요, 매개체요 심지어 그 자체만으로 가지는 파워가 굉장하다. 이야기가 사람의 인생으로부터 공동체와 사회 심지어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에도 관여하게 된다. 근자에 북녘의 지도자를 암살하려는 영화 한 편이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현실을 보고 있고, 유엔에서 북녘 동포를 향한 우리의 상황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북한 인권에 대한 표결 문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도 모두 이야기의 힘이다. 


얼마 전 흥행한 ‘인터스텔라’라는 영화에 쿠퍼란 주인공이 딸에게 한 대사가 있다. “너희가 태어나고 엄마가 했던 말을 아빠는 이해 못 했었어. 이렇게 말했지 '이제 우린 그저 아이들한테 추억이 되면 돼'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어. 부모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유령 같은 존재가 되는 거지” 부모가 자녀들에게 유령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된다 할지라도 아이들은 부모의 이야기들을 추억처럼 그들이 삶에 담고 있다. 일평생 그 이야기들은 그들의 인격과 삶에 묻어나며 그렇게 부모의 이야기는 자녀들에게 전수되는 것이다. 


지난 한 해 우리 모두에게 가슴에 아로새길 이야기들, 그리고 우리 가슴을 후벼 파는 아픈 이야기들, 그리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 얼마나 많았던가! 되돌이킬 수 없는 이야기도 많았고 꼭꼭 기억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많았다. 이제 한 해를 마감하면서 아쉬움과 섭섭함이 있다 하더라도 떠나보내야 하고, 다시금 새해에 대한 소망을 품으며 올해보다 더 나은 이야기를 써보리란 소망을 품어 본다. 그래야 한다. 그런 소망 없이 어찌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하늘에 별만큼 수많은 그 이야기들 오늘보다 더 아름답게 써 가는 내일이 될 수 있길 소망한다. 



"가르침은 하루 정도의 삶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삶 전체를 바꿔 놓는다" _ 톰라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알파와 오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