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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Oct 26. 2020

왜 귀찮은데 집안일을 해야 할까?

집안일을 미루지 않고 바로 하는 사람들의 심리

명절은 가족 구성원 중 특히, 기혼 여성에게 가사 노동이 가중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 가치관 변화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우리나라 명절 문화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을 했다. 놀라운 반응을 보았다. ‘그래서 여성이자 아내, 며느리인 당신은 얼마를 버느냐’고 반문을 하는 경우였다. 배우자보다 벌이도 적은 주제에 입 다물고 있으라는 소리였다. 명절에 고작 며칠 요리를 더 한다고 생색내지 말고 가족을 위해서 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였다. 미안하게도 난 배우자보다 벌이가 적지 않았다. 이와 같은 주장에 부합하려면 나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지? 자본의 논리에 따라 명절에 요리, 시가에 머무는 시간을 칼 같이 딱 절반으로 쪼개면 되는 건가?


흥미롭고도 합리적인 의문이 생겼다. 이런 논리라면 가령 아내가 남편보다 급여가 높다면 집안일을 덜 해도 되는가. 예를 들어 부부 모두 평일에 주 5일 근무를 한다. 남편 월급은 290만 원, 일 근무 시간은 9시간이다. 아내 월급은 320만 원, 일 근무 시간은 8시간이다. 급여에 따르면 가사노동 강도는 100을 기준으로 남편 53, 아내 47이 합당하다. 남편은 하루에 일도 1시간씩 더 하면서 집안일도 아내보다 6정도를 더 해야 한다. 아내는 남편보다 일은 1시간씩 덜 하면서 집안일은 6만큼 덜 해도 된다. 매일 아내보다 1시간 늦게 퇴근한 남편은 집안일을 6만큼 더 하느라 아내보다 휴식시간이 항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반면 아내는 넉넉한 휴식 시간에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여유가 있다. 아주 공평하다.


한 가지 요소를 더 추가해보자. 남편의 출퇴근 시간은 편도 1시간 30분, 왕복 3시간이다. 아내의 출퇴근 시간은 편도 40분, 왕복 1시간 20분이다. 앞선 사례에서 아내는 남편보다 시간적 여유가 훨씬 늘어난다. 이 경우에 여전히 남편이 집안일 53을 하는 게 공평할까. 통근 시간 차이를 감안해 배우자가 동일하게 50:50으로 집안일을 하는 건 어떨까. 공평하게 집안일을 절반씩 나눠도 여전히 남편은 아내보다 자유시간이 적다. 근무 시간, 통근 시간이 아내보다 길기 때문이다. 평일에 남편과 마찬가지로 피곤한 아내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자신도 힘들다며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면? ‘내가 아내보다 더 많이 버니까 괜찮아. 쉴 자격이 있어’라는 자기 위안이 얼마나 어리석은 핑계였는지 감이 오는가.


통계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여도 여전히 아내가 남편보다 가사 노동, 육아를 하는 시간이 월등히 높다. 2019년 10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일‧생활 균형을 위한 부부의 시간 배분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주말 가사노동 시간은 남편 41.0분, 아내 176.4분으로 아내가 남편보다 4.3배 길었다. 육아도 남편 28.8분, 아내 48.6분으로 아내가 1.7배 많았다. 여가시간은 남편 410.4분, 아내 362.4분으로 아내가 1.1배 짧았다. 이 발표자료는 2014년 통계청이 실시한 생활시간 조사 자료에서 우리나라 부부들의 시간 사용량을 분석한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성별 임금 격차가 큰 나라이다. 전체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이 적기 때문에 아내가 남편보다 급여가 적은 경우가 일반적이다. 참고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기준으로 한 남녀 성별 임금격차는 37.1%다. 2015년 41.8%, 2016년 40.6%, 2017년 38.7%, 2018년 37.1% 등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근로조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고 임금이 낮은 산업군에 종사하는 영향이 클 것이다. 예를 들면 남편은 중소기업 정규직인데 아내는 육아시간 틈틈이 임시직으로 마트 계산원이나 식당 종업원으로 일을 하는 경우다. 대기업 정규직, 전문직의 경우 같은 연차, 비슷한 업무평가를 받아도 남성이 여성보다 높게 급여가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가족부양의무 책임이 있다는 인식 때문에 남성 임금에 더 후했기 때문이다. 한 번 차별적으로 형성된 임금 격차는 아직까지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별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이 외에도 다양할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은 배우자보다 급여가 높다고 사회에서 능력치가 더 높다며 생색내고 집안일을 하지 않을 핑곗거리로 삼지 말라는 것이다. 아내가 더 급여가 낮은 이유는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한 결과이다. 성평등이 중요해진 세상에서 아직 기업 내 임금 공정성은 덜 회복되었다. 그저 여성이라서 차별적 입장에 처했을 때 개선을 기대하며 불평등한 상황을 감내하는 것이다. 급여는 업무 능력과 가치를 나타내는 틀림없는 객관적인 지표 중 하나이다. 하지만 급여 수준이 능력과 반드시 비례하지도 않는다. 사회생활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하는 일 없이 월급만 더럽게 많이 받아가는 부장 새끼를 오늘도 절친 동료와 뒤에서 까댈 거면서.




내가 생각하는 공평한 집안일 기준은 시간적 여유와 약속의 이행 여부이다. 출퇴근 시간을 포함한 총 근로 시간을 제외했을 때 더 많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육아 포함 더 많은 가사 노동을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육아가 시작되면 살기 위해 자연스레 이 기준을 터득하는 것 같다. 육아를 중심으로 한 일과에서 급여의 가치는 더 중요하고 절대적 시간은 부족하니 공고한 부부 협력체제는 필수이다. 일, 육아를 제외한 남는 시간에 알아서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쾌적한 환경이 유지되지 않는다. 급여의 차이를 떠나서 부부가 서로 협력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원만한 가정생활은 어려워진다.




누군가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대체 왜 집안일 즉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은 중요할까? 집안일에 집착하고 미루지 않는 바로 하는 사람들은 무슨 심리일까? 나는 서른 살까지는 정리정돈을 못(안) 했다. 설거지, 빨래, 청소 등을 미루고 미루다가 임계점에 다다랐을 때 몰아서 한 번에 해치우곤 했다. 사람들 눈에는 정리되지 않은 상태가 너저분하고 혼잡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만 아는 나름의 규칙과 배열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연히 <3배속 살림법(조윤경, 스타일북스, 2013.09)>라는 책으로 조금씩 살림 노하우를 터득하기 시작했다. 정리정돈의 편리함, 효율적인 살림법을 깨달은 후 지금은 집안일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집안일을 제때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생과 보건 문제 때문이다. 집안에 먼지와 쓰레기가 쌓이지 않는다면 집안일은 불필요하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먼지가 집안 곳곳에 쌓이고 있다. 뿌옇게 뭉친 형태로 탁자 위, 실내화 밑창, 창틀, 방구석 등에서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는 미세먼지마저 심해서 신선한 공기는 더욱 소중하다. 집에서라도 먼지 없이 쾌적한 환경에 머물고 싶다. 나와 가족의 폐와 호흡기 건강을 생각하며 정기적으로 집안 이곳저곳을 쓸고 닦는다. 공기청정기 필터를 닦고 말리고 제때 교체한다. 욕실 청소도 연장선이다. 물기가 많은 욕실은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다. 곰팡이균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욕실도 열심히 청소한다. 계절별로 하는 대청소, 이불 빨래, 정기적인 세탁조 청소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고 외식만을 한다고 해도 생활 쓰레기는 생기기 마련이다. 과일만 깎아도 껍질은 음식물쓰레기다. 음식물쓰레기를 잘 관리하고 쓰레기를 제때 배출해야 하는 이유는 벌레 때문이다. 음식물과 쓰레기 모든 관리 기준은 벌레이다. 벌레를 마주치는 고통이 귀차니즘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벌레 생각만 하면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손이 자동적으로 청소기, 물걸레 등을 향한다. 상은 항상 행주로 깨끗하고 닦고 바닥에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지면 바로 쓸고 닦는다. 배달 음식 일회용 용기도 깨끗하게 씻고 말려서 분리수거를 한다. 전체적으로 집에 물기가 없고 음식이 나와있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음식물과 쓰레기에 관해서 내 사전에 귀찮은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가 집안일 필수 영역이라면 정리정돈, 빨래와 개키기, 설거지는 습관 영역이다. 내 기준에서 위의 사항은 때가 되면 정기적으로 무조건 해야 하는 일들이다. 반면 정리정돈, 빨래와 개키기, 설거지는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사람 성격에 따라 미룰 수도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습관을 들이면 바로 해치우는 게 얼마나 편한 지 깨닫고 습관을 유지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일들이다. 바로 하고 자주 하면 미루지 않으니 몰아서 한 번에 날을 잡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새가 없다. 호흡하는 단계를 따지지 않고 자연스레 숨을 쉬는 것처럼 그냥 하는 일들이라 의무감이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빨래를 일주일에 2~3일 몰아서 했다. 세탁 시간은 1시간 50분이었고 널기, 개키기 모두 고된 노동이었다. 옷과 수건 빨래를 따로 하면서 격일로 옷과 수건을 세탁을 하게 되었다. 수건을 섬유유연제 없이 세제로만 울 빨래 모드에서 세탁을 하면 수건 올이 유지된다는 정보를 얻은 후부터였다. 이젠 일주일에 4~6일 세탁을 한다. 매번 세탁 시간은 45분, 줄어든 세탁물만큼 널기 개키기도 금방 끝났다. 아주 가끔 1시간 50분짜리 세탁물을 정리할 때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노동이라는 자처한 벌을 받으면서 까먹지 말고 자주 세탁하는 방식을 유지하자는 다짐을 한다.




집안일을 둘러싼 생활 습관과 성향 차이로 많은 부부들이 갈등을 겪는다. 같이 사는 입장에서 매일 부딪치고 배우자가 하지 않은 집안일이 눈에 띄니 결코 사소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배우자도 별일 아닌데 계속 갈등이 생기고 잔소리를 들으니 짜증이 나고 마음이 불편하다. 남편은 과자봉지를 뜯고 나온 쓰레기, 햄버거를 포장해 담아온 봉투 등을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먹은 자리 옆에 그대로 남겨두고 잊곤 했다. 별일 아니니까 눈에 띄는 대로 몸을 움직이는 겸 결국 내가 버렸는데 무한 반복되니 짜증이 밀려왔다. 업무 과중으로 피곤해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습관 문제였다. 부부니까 배려하는 마음에서 사랑으로 대신해 줄 일이 아니라 그가 처리해야 할 일이었다. 이후에는 내가 직접 행동하는 대신 남편이 직접 쓰레기를 버리도록 말로 지적을 했다. 잔소리처럼 느낀다면 그가 알아서 해소해야 할 감정이었다.


이런 갈등은 집안 곳곳에 산재해 있다. 남편은 옷을 옷장이나 서랍에 바로 정리하지 않고 밖에 쌓아 두는 성격이다. 내 임무는 다 마른빨래를 개키는 일까지이다. 그의 옷들은 항상 옷방에 너저분하게 널려 있다. 한번 날을 잡아서 같이 정리를 할까 싶지만 여력이 되면 하고. 답답하지만 보고도 못 본 척 외면하면서 내 살길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설거지는 그가 먹고 난 후 바로 하지 않으면 내가 요리 또는 식사를 할 때 필요한 그릇을 사용을 못할 수도 있다. 요리를 하기 전에 그가 하지 않은 설거지를 내가 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내가 식사를 한 뒤에는 설거지가 두 배로 불어나 부담감이 커진다. 그래서 설거지는 바로 하도록 요구 겸 양해를 구했다. 그는 혼자 살았다면 설거지를 모으고 모아서 더 이상 그릇이 없을 때, 어쩌면 배달음식도 지겨워서 집밥을 먹고자 할 때 마침내 그릇을 닦을 욕구가 생겼을 것이다. 스스로가 누군가와 함께 사는 삶을 선택했으니 당연히 동거인이 자신 때문에 생활에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고 배려해야 한다.


열흘 정도 혼자서 여행을 떠났다가 집에 돌아온 후 깜짝 놀랐다. 쓰레기통 상태가 여행 떠나기 전 그대로였다. 남편은 그동안 한 번도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은 것이다. 냉장고 속 음식물도 그대로였다. 식사는 계속 사 먹거나 배달로 시켜 먹은 모양이었다. 바닥에 먼지가 느껴졌는데 바닥 청소도 아예 하지 않은 셈이었다. 그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았을 때 벌어졌을 모습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집안일은 습관이자 성격이다. 알아서 하려면 정리된 상태가 얼마나 편한 지 깨닫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배우자에게 내가 원하는 수준만큼 집안일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는 집안일에 의지가 있는 내가 알아서 한다. 혼자 하다가 남편을 원망할 것 같은 일은 나도 하지 않는다.


서로 알아서 집안일을 하는 관계가 되길 바랐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지시와 수행하는 관계가 정착이 되었다. 집안일에 더 적극적이며 꼼꼼하고 계획적인 성격인 내가 총괄을 하고 배우자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예를 들면 그가 단편적인 집안일인 설거지를 마치면 내가 이어받아서 개수구와 싱크대, 가스레인지 청소 등 복합적인 집안일을 마무리한다. 그가 물걸레로 바닥을 청소하면 나는 의자, 바닥에 놓인 물건 등을 치웠다가 제자리에 놓고 청소를 끝낸 물걸레를 손빨래한다. 일반, 음식물, 재활용 쓰레기 구분은 내가 하고 정기적인 배출은 남편이 한다. 전통적인 성역할 구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편은 자신보다 집안일에 더 관심이 있는 아내에게 지휘권을 일임하고 자처해서 보조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는 집안일은 부부가 ‘같이’하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가끔은 그가 먹은 후 나온 그릇 설거지를 보이는 대로 내가 할 때가 있다. 그는 반드시 ‘내가 해야 할 일인데 대신해줘서 고맙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집에서는 욕실(화장실) 청소는 이유 불문하고 남편이 책임자다. 먼저 결혼을 한 친구의 결혼식에서 신랑은 결혼생활 다짐 중 ‘너의 손에 평생 물을 묻히지 않게 한다고는 말하지 못해. 대신 화장실 청소는 평생 내가 한다고 약속을 할게.’라고 낭독했다. 참신하고 솔직한 이 다짐이 그렇게 좋아 보였다. 결혼할 때 예비 신랑에게 얘기를 했더니 흔쾌히 ‘그러지 뭐.’라고 받아들이면서 계약은 성사되었다. 남편이 회사 업무가 많아서 피곤할 때는 가끔씩 내가 욕실 청소를 할 때도 있다. 결혼생활 3년 중 5번 정도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남편은 욕실 청소는 자신의 임무라고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과장을 좀 보태면 내가 욕실 청소를 한다고 하면 그의 역할을 빼앗긴다고 생각을 하는지 약간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매우 바람직한 집착이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참고 자료


박광수 기자|‘맞벌이 부부’ 가사노동 시간, 남편 17분 vs 아내 129분|중앙일보|2019.04.10

https://news.joins.com/article/23436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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