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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Sep 01. 2022

원하는 만큼 위자료를 받아낸 구체적인 실전 협상 기술

협의이혼 위자료 받아낸 노하우(4)

물론, 처음 상대방에게 간략한 비용 항목과 총액수가 적힌 문서를 내밀었을 때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금액을 확인하고는 너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고 되물었고요. 저는 당당하게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제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말이 된다 뿐인가요. 잘못한 거 하나 없이 억지스러운 이유로 졸지에 이혼녀가 되게 생겼는데요. 결혼에 묶였던 제 지난 세월과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억만 금을 받아도 부족하지요.


그다음에는 불 같이 화내며 길길이 날뛰려고 하길래 ‘다 주지 않아도 되며,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내 생각을 이러한데 네 생각은 어떤 지 의사를 묻는 거다. 꼭 이 돈을 다 달라는 게 아니다. 주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물어볼 수는 있는 거 아니냐. 내가 어디 돈 달라고 할 사람이냐. 상황이 이리되고 보니 나도 정말 너무 급박해서 그런다’라고 상대방에게 이 돈을 지급할지 아닐지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으며, 의무 사항은 아니고 조율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동안 상대방이 저에게 한 말들을 인용해서 ‘나를 친구로는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냐. 자기는 가족이나 친구를 끔찍이 여기니까 불쌍한 친구 좀 도와줄 수 있지 않느냐. 나에게는 너무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지금 마음이 불안하고 정신없는 와중에 일은 계속 구하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 연봉 수준의 일자리를 구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거 같다. 아무리 우리가 이혼한다지만 자기도 내가 아무 회사나 들어가서 얼마 못 버티고 또 퇴사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지금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다. 이혼은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 맡은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새롭게 갑자기 일자리를 구하려니 너무 무리이다. 조금은 쉼이 필요할 거 같다.


인터넷 등을 찾아보니까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이혼이 여성에게 낙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그것도 걱정이다. 그러려면 좀 더 열린 조직에서 일해야 할 것 같다. 이혼녀라고 우습게 보고 혹시라도 차별하는 그런 회사에 들어갈까 봐 불안하다.


요새 집값이 생각보다 비싸더라. 생각보다 더 비싸서 돈이 부족하다. 이사 갈 집의 수준을 낮추거나 그동안 묶어 둔 예금이나 퇴직금 등을 깨서 무리해서 맞출 수는 있지만, 그래도 돈이 더 필요하다. 나도 한때 가족이었는데 마지막으로 좀 도와주면 안 되냐. 그럼, 나도 이 이혼을 좀 더 받아들이고 자기에게 미련이 남더라도 연락하는 일 등은 없을 것 같다. 내가 그래도 거래 관계는 분명히 아는 사람이라서 이번에 도와주면 앞으로 민폐 끼칠 일 없을 거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제 말을 다 듣고도 여전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럴 거면 제가 일을 구할 때까지 이혼을 미루고, 별거 중인데 다시 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겠다더라고요. 단호하게 같이 사는 건 불가하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별거를 해서 떨어져 지내며 가까스로 가스라이팅에서도 벗어나고 제정신이 들자 이젠 한순간도 상대방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제가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숨도 쉬지 말고 일자리를 구하지 말라는 의미와 같았습니다.


이혼이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게 한다고 했다가 미룬다고 했다가 할 수 있는 거리인가 싶어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극렬한 현실 부정 끝에 가까스로 당면한 상황을 인정하고 어떻게 결심한 이혼인데요. 누구보다 이혼을 원한다던 사람이 이처럼 이혼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보고는 저야말로 이번에 꼭 이혼을 마무리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다행히 잠시 생각을 하더니 제가 요구한 전액 지불은 어렵고 자신이 어느 선까지는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고맙다고 말했고요. 예전 같았으면 ‘내 입장이 이러이러해서 위자료를 받고 싶다’라고 곧이곧대로 말했을 텐데요. 관계에서 거리를 두자 상대방의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하고, 나쁜 사람으로 비치거나 조금이라도 억울한 취급을 받는 건 죽어도 꺼려하고, 좋은 사람, 있어 보이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성향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 입장에는 명백한 위자료이지만 이혼을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고 믿고 싶어 하는 상대방에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위자료라는 개념은 통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조삼모사이지만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프레임을 바꿔서 좀 비굴하지만 상대방이 저에게 시혜를 베푸는 일로 적당한 형식을 갖추고, 실속을 챙기기로 했습니다. 보이기에 좀 비굴하면 어떤가요. 바라는 만큼의 위자료 획득이라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했는 걸요.


저에게 유리한 외적인 상황이라면 전셋집 명의가 제 이름으로 돼 있었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이 저에게 돈을 지급할 필요 없이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아서 나눌 때 약정한 위자료를 제외하고 상대방에게 돌려주면 되었으니까요. 상대방이 계속 치사하면 나오면 여차하면 다 안 돌려줄 수도 있었고요. 결혼할 때 상대방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제 명의로 했는데, 명의와 계약서 등이 긴박한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절감했습니다. 더불어 만약을 대비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녹음은 필수이고요. 그런 일은 벌어지면 안 되지만 만에 하나 상대방이 마음을 바꿔서 협의이혼이 불가해 소송을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니까요. 상대방이 먼저 요구한 이혼이었지만 이혼을 진행하며 상대방의 본색을 알면 알수록 전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완전히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늘 살얼음판을 걷는 듯 긴장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것만큼이나 이별하고 이혼할 때도 생각지도 않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한번 툭, 두 번 툭, 세 번 툭 계속 발생합니다. 위자료 협상을 잘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온갖 궤변들과 이해 불가한 성향도 필요한 부분은 잘 골라내서 잘 활용해야 합니다. 저는 당시에 제가 당장은 고정 수입이 없다는 점과 상대방이 저보다 경제적 우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이제 나도 이혼에 동의하고 이혼을 원하지만 돈이 없으니 도와 달라’라는 식으로 요구했습니다. 상식은 상식이 있는 사람에게 통하는 법입니다. 저는 폭력을 반대하지만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비상식적인 진상에게는 더한 진상으로 대해야 비로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이때 비로소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정면 대결을 피하고 한 발 물러서서 지능적으로 전략적으로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협의이혼 위자료 받아낸 노하우>는 총 4개의 글로 구성했습니다.


1. 원하는 위자료 목적 달성을 위한 마음가짐

 : 감정적인 대응은 금물,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기

https://brunch.co.kr/@smilepearlll/255


2. 위자료 협상 시 유념할 점 3가지

 : 협상의 기본은 지피지기/명확한 목적/의도 숨기기

https://brunch.co.kr/@smilepearlll/256


3. 내가 생각한 합당한 위자료 액수

 : 위자료 산정 과정과 기준

https://brunch.co.kr/@smilepearlll/257


4. 원하는 만큼 위자료를 받아낸 구체적인 실전 협상 기술

 : 위자료 협상 실제 과정

https://brunch.co.kr/@smilepearlll/258



사람마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나 경험, 문제 해결 방안도 다 다르기에

아래는 이혼 당시 제 상황과 상대방과의 관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기록한 글입니다.


이혼을 하자면서 최대 2년을 동거할 수 있다고?

https://brunch.co.kr/@smilepearlll/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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