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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Nov 30. 2022

여러분은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

10대, 20대, 30대 심리 변화로 살펴본 가장 좋아하는 계절에 대해서

12월을 앞두고 오늘은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지만, 올 가을은 유난히 길고 포근했습니다.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오늘, 내일만 잘 지나면 당분간 낮에는 영상 3도~6도 정도로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이어질 모양인데요.


여러분은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 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가을은 보통,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꼽습니다. 가을은 한여름 무더위를 지나서 날씨는 선선하고 하늘은 푸르니까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합니다.


저도 이런 면에서는 가을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가을이 가장 좋은 계절이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올 가을,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조수석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는데 ‘와…… 가을이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웠어? 가을도 참 좋은 계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좀 가벼운 마음으로 가을’도’ 좋아하게 된 내면의 심리 변화 과정을 털어놓으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는지, 과거에는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했는지 등을 떠올리며 읽어주세요. ^^




지금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는 내가 어떤 삶의 모습을 추구하는지, 달리 말하면 그 시점의 내 마음속 결핍을 말해줍니다. 이를 제 인생 시기마다 저는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했는지 말씀드리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먼저, 저는 10대에는 여름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여름이 너무 덥고 습해서 불쾌지수도 높은데요. 어떻게 이런 계절을 가장 좋아할 수 있지? 싶은 마음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저는 8월 한여름에 태어났는데요. 어렸을 때 여름은 제가 태어난 계절이라서 좋아했습니다. 무엇보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더위를 별로 잘 안 타는 체질이었습니다. 아무리 무더워도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았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가 지금처럼 못 견딜 만큼 괴롭지 않았습니다.


‘여름은 뭔가 싱그럽고 정열적이어서 좋아’ 이런 여름만의 매력 때문에 여름을 좋아했다기보다, 타인과 비교해서 다른 사람들은 여름을 힘겨워하는데 나는 괜찮으니까…… 일종의 과시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여름을 좋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는 한창 타인과 비교하고,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좀 자기 잘난 맛에 산다고 할까요?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해서 어른들 눈에는 자칫 이기적으로 비치기도 하니까요. 바로 이런 심리 작용에서 저는 10대 때 여름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20대부터 최근까지는 봄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올해는 좀 예외지만 우리나라는 1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실질적인 겨울이 상당히 긴 편이니까요. 어렸을 때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더위는 괜찮았지만 반면, 추위를 엄청 탔습니다. 외출할 때마다 마치 거대한 영하의 냉동고로 걸어 들어가는 것만 같은 겨울 강추위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서운 추위가 물러가고 삶의 기운이 생동하는 봄기운이 느껴지면 그렇게 기쁠 수 없었습니다. 다른 꽃보다 먼저 피었다가 지는 목련이 큰 봉오리를 웅크리고 있으면, ‘다시 봄이 왔구나’ 싶어서 안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1년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시기는, 봄 눈송이처럼 새하얀 벚꽃이 만발하는 4월에 약 일주일 정도였습니다. 사방을 환하게 비추며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면 행복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서글펐습니다. 이처럼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시기는 1년 중 고작 일주일에 불과하니까요. 그러나 이 유한한 아름다움 때문에 1년 중 이 짧은 일주일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아마도 벚꽃이 한 달 내내 피었다면, 아니, 3주 정도만 지속이 되었어도 벚꽃 시즌을 이처럼 갈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도 저는 금세 사그라들지언정 단 한 번이라도 엄청 주목받는 그런 화려한 삶을 꿈꾸고,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싶은 욕망을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주일 동안 온 세상에 눈부신 아름다움의 위용을 떨치고는 흔적도 없이 금세 사라지고 마는 벚꽃처럼 말입니다.


물론, 살면서 누구나 한 번 즈음 모두가 우러러보는 유명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곤 합니다. 특히, 아직 미래가 즉, 직업이 정해져 있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으며, 아직 현실 사회에 발을 완전히 딛지는 않아서 야망과 포부는 크고 열정이 넘칠 때, 다소 이상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20대 초중반에 이런 면모가 더 강한데요. 바로 제 이런 내면의 작용으로 한동안은 벚꽃 시즌을 가장 좋아했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드디어 이제 가을도 좋아하게 된 심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온이나 날씨처럼 수치적인 지표로만 따지면 사계절 중 가을만큼 좋은 시기도 없습니다. 가을은 봄과 달리 황사도 없고 미세먼지도 훨씬 덜 하니까요.


그럼에도, 왜 지금껏 가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저도 가을 날씨가 더없이 좋다고는 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을은 짧기도 하고, 가뜩이나 추위에 약한데 가을이 지나면 춥고 어두운 길고 긴 겨울이 오니까, 추운 겨울이 싫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서 가을의 온전한 매력을 느낄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지나서 겨울이 찾아오면 한 해가 곧 저뭅니다. 올해도 머지않아 ‘끝이 난다’라는 생각에 미리 가을부터 공허하고 조금은 울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 올해는 왜 갑자기 가을도 아름답게 느껴질까요. 그건 아마도 제 내면이 좀 더 성숙해졌기 때문일 겁니다. 여기에서 성숙이란, 이 순환한다는 진리를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에는 겨울이 계절의 ‘끝’이라는 데 생각이 머물렀습니다. 이제는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고, 봄이 지나면 여름이,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가을이 지나면 다시 겨울이 온다는 계절의 순환을 머리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서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지만 한편으로 다가올 봄에 생명이 움트고 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데 생각이 이르렀습니다. 겉으로 볼 때는 위축된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지만, 에너지를 한껏 축적하고 있는 거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니 겨울도 더 이상 계절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자 출발로, 절대적인 기온은 낮지만 감정적으로는 포근하고 충만하게 느껴졌습니다. 겨울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자 자연스레 그 앞선 계절인 가을을 대하는 감정도 달라져서, 이제야 비로소 가을의 온전한 매력이 피부로 와닿았습니다.




좀 더 본질적으로는 올해 나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하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좋은 면모와 감추고 싶은 나약한 면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생각이 변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달리 말하면,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터득하고 나니, 인간과 자연의 삶과 죽음이라는 순환을 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모든 계절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좀 더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계절과 그 이유를 댓글로 남기셔서 더욱 풍성한 소통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모쪼록 따스한 올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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