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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Feb 14. 2024

완전한 사랑이 완벽한 사랑일까? 내 사랑의 유형은?

사랑의 삼각형 이론

사랑이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랑에 미숙한 지원이는 과거 나의 연애/결혼 모습을 많이 반영한 인물이다(관련 글: https://brunch.co.kr/@smilepearlll/346). 분명히 사랑에 빠져서 오래 연애한 끝에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결혼을 했는데…… 멋지던 연애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서로의 모습에 처음에는 당황하고 이내 실망감에 인내하는 고통의 시간을 거쳐 헤어짐을 고민하는 민재와 지원이, 두 사람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사랑을 하긴 한 걸까? 사랑은 하는데 유지하는 노력이 부족한 걸까? 원래 처음부터 잘 안 맞는, 이별은 정해진 수순이었던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었을까?


사랑을 명쾌하게 정리한 이론을 바탕으로 여러분 각자의 지난 사랑을 돌아보고, 현재의 사랑을 점검하며, 미래의 사랑을 준비하기를 바란다.




저명한 인지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J. Sternberg)는 ‘사랑의 삼각형 이론(Triangular theory of love)’으로 사랑을 정의하고 설명한다. 이 연구는 17~70세 사이의 적어도 한 번 이상 사랑을 경험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지와 면접 내용을 종합한 결과이다.


사랑의 삼각형 이론은 ▲친밀감 ▲열정 ▲헌신을 ‘사랑의 3요소’로 꼽는다. 각 요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친밀감(intimacy)

친밀감이란 서로 가깝고 잘 이해해 편안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의사소통이 원활해 한마디로 ‘통한다’는 느낌이 친밀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느끼는 따뜻함, 긍정적 지지, 결합돼 있는 느낌이 친밀감이다. 사랑의 정서적 측면으로 따뜻함(Warm)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2. 열정(passion)

흔히 외모와 분위기 등의 겉모습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생리적(성적)으로 흥분되며, ‘사랑에 빠졌다’라는 감정적 반응이다. ‘첫눈에 반했다’, ‘저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여’, ‘이런 감정은 처음이야’ 같은 감정이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느끼는 신체적 매력과 성적 욕망을 열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행동을 유발하는 사랑의 동기적 요인이며, 사랑의 뜨거운 느낌(hot)이고, 급속히 강화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약화되고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운 경향이 있다.


3. 전념(commitment)

전념은 사랑을 지키겠다는 결정, 의지, 약속, 행동이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사랑을 유지하겠다는 서로 간의 책임과 헌신에 대한 결심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결혼과 약혼,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의 맹세, 연인 간에 교환하는 커플링 등의 사랑의 징표가 해당한다. 전념은 사고의 방향, 의지와 밀접한 연관이 되는 인지적 측면이고, 사랑의 차가운 느낌(cold)이며, 시간의 변화와 비교적 무관하다. 흔히 말하는 사랑(특히, 결혼)을 유지하고 지키기 위한 노력이 전념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면 사랑에서 열정은 초기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점차 감소하며, 친밀감과 전념은 서서히 증가해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사랑의 3요소인 친밀감/열정/전념 유무를 짝지어서 사랑을 8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나의 사랑은 무엇에 해당하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1. 세 요소 중 하나도 없다면 ‘남남’이라고 할 수 있다. 기대감이 없는 관계로 상처를 주고받을 일도 없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두려워하는 상처와 배신은 가까운 관계이기에 성립하는 감정이다.


2. 친밀감만 있다면 ‘우정’이다. 흔히 생각하는 우정(친구)과 사랑(연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성적 욕망과 배타성(사랑은 유일무이한 독점적 관계)이다.


3. 열정만 있다면 ‘짝사랑(맹목적 사랑)’이다. 태어나서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 상대방을 자기 마음대로 이상화해서 사랑의 열병을 앓는 시기가 있다.

나도 좋아하는 남자애에게 말도 못 걸고,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머릿속에서는 이미 결혼까지 하고,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면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밸런타인데이에 수줍은 선물을 건네고 대차게 차인 흑역사가 있다.

반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이, 다정한 선생님, 교회 누나나 오빠 등을 남몰래 좋아한 추억을 대부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연예인을 향한 강력한 팬덤도 일종의 맹목적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4. 전념만 있으면 ‘공허한 사랑’이다. 권력 유지와 재산 증식이 목적인 정략결혼, 실제로는 사이가 안 좋지만 남의눈을 의식해 사이가 좋은 부부인 듯 연기하는 ‘쇼윈도 부부’가 해당한다.

열정은 식은 지 오래되었고 말이 안 통해 이제는 대화다운 대화도 단절되었는데 애 때문에 산다거나, 알고 보면 남편도 불쌍한 사람이라거나, (외도를 일삼으며) 아내가 알면 상처받을 거라는 등의 핑계로 자기 자신과 현재 가정에 대한 성찰 없이, 한 공간에서 함께 살지만 각자도생 하며 관성적으로 살아가는 현실 부부들, 의무와 책임만 남은 결혼생활을 결혼은 원래 그런 건 줄 알고 자기 자신을 억압하고 희생(착취)하며 전통적인 가치관에 순응해 산 세대도 이 구분에서는 공허한 사랑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희생’이라고 정의하는 사람이라면 공허한 사랑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짚고 싶은 점은 결혼의 만족도는 신혼 초부터 점점 떨어져서 중고등학생 자녀가 사춘기이고, 자신은 한창 커리어에 매진하는 시기(40~50대)에 가장 낮고, 이후 자녀가 독립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며 은퇴하면서 다시 점점 높아져, 결혼 첫 4년보다 결혼한 지 35년 이상일 때 결혼 만족도가 더 높은 U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Orbuch et al., 1996).


더욱 행복해지고 싶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는 인생의 행복이라고 생각하지만(물론, 아이는 축복이자 행복이다), 실제 결혼의 만족도와는 괴리감이 있으며, 아이를 한창 양육하면서 업무 강도와 책임도 커지는 중년기에 결혼생활이 힘든 것은 내가 이상하거나 부족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감당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 이상의 책임과 의무를 지고 살아야 하는 시기에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부부간 대화는 줄고 관계는 소원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5. 친밀감+열정은 ‘낭만적 사랑’이다. 흔히 말하는 연애 관계, ‘남자친구 생겼어’, ‘여자친구 생겼어’, ‘애인 생겼어’, ‘연애하고 있어’에 해당한다.


6. 열정+전념은 ‘얼빠진 사랑(허구적 사랑)’이다. 간혹 할리우드 스타가 ‘이런 감정은 처음이야’, ‘지금껏 이런 말을 믿지 않았지만 첫눈에 운명에 상대를 만난 거 같아’라며 화려한 파티에서 만난 사람과 불과 며칠 뒤 초호화 결혼식을 올리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열흘도 안 돼 재빠르게 이혼으로 관계를 정리하는 나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사랑의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7. 친밀감+전념은 ‘우애적 사랑’이다. 예전 같은 설렘이나 강렬한 끌림, 뜨거운 감정은 없지만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만큼 신뢰감을 바탕으로 친밀하고 헌신하는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에게서 볼 수 있는 사랑의 유형이다.

최근에 나타나는 이성적인 감정 없이 마음 맞는 여자 둘 또는 남자 둘이 같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도 우애적 사랑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공동체는 무너졌으며 각 가족 구성원의 역할은 외주화 되었고, 평균 수명은 길어진 시대에 연인/부부 외에 서로 신뢰하는 관계에서 교류하고 돌보는 우애적 사랑이 늘어나는 형태로 미약하나마 공동체와 상호 의존이 회복되지 않을까 싶다.


8. 친밀감+열정+전념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추면 ‘완전한 사랑’이다. 우리는 보통 이 순간에 결혼을 선택하고는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결혼이라는 사회제도가 친밀감, 열정, 전념이라는 사랑의 3요소를 묶어두지는 못한다.


사랑의 유형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완전한 사랑을 이상향으로 놓고 꿈꾸지만, 완전한 사랑은 사랑의 시작점이자 과도기이며, 사랑의 종착점은 아니다. 도파민, 엔도르핀 등의 사랑 호르몬이 작용하는 1년 6개월~3년 정도를 사랑의 유효기간으로 보는데, 우리는 이 시기에 낭만적 사랑과 더 나아가서 평생 이 사람과 함께하겠다는 완전한 사랑을 경험한다. 이후에 열정은 사라져도 신뢰를 기반으로 편안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우애적 사랑으로 이어간다. 이제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서로가 평생의 반려자인 셈이다.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고, 사랑(결혼)을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표현은 우애적 사랑을 의미한다.


지원이와 민재도 과거에 낭만적 사랑을 거쳐 완전한 사랑 끝에 결혼을 했을 텐데(관련 글: https://brunch.co.kr/@smilepearlll/346), 현재는 열정은커녕 이제는 서로 같이 있을 때 행복을 느끼고, 존중하고 이해하며, 대화를 나누는 친밀감조차 사라지고 그러나 형식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껍데기만 남은 공허한 사랑의 그림자가 커져가고 있다. 그들의 미래의 사랑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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