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펄 Feb 15. 2024

외로워서 하는 연애가 위험한 이유

자존감 낮은 연애를 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

‘외로워서 연애하면 오히려 더 불행해진다’, ‘외로움을 잊으려고 사람을 만나서는 안 된다’ - 한번 즈음 들어본 말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외로워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익숙한 사람은 자신이 외로워서 사람을 만나는지 모를 수 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미 문제를 제기하고 갈등은 고조되고 헤어짐을 생각할 상황에서도, 감정을 억압하고 위험 신호를 무시한 채 순수한 마음과 넓은 이해심, 발달한 사회성을 발휘해 상대에게 최대한 자신을 맞추는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너는 그 사람이 왜 좋아?”라고 물음에 “나에게 잘해줘서 좋아. 고집이 센 전 애인과는 다르게 이 사람은 나에게 잘 맞춰줘. 내 얘기도 잘 들어주고. 예전 애인은 표현에도 인색했는데, 이 사람은 나에게 칭찬도 많이 해 줘. 그리고 무엇보다 착해”라며 애인이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고 배려하는지 대답한다면, 이 사람은 외로워서 자존감 낮은 연애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안 맞는 부분도 있고 이기적이고 속물적이기도 한데 그래도 자기 몫을 잘 챙기는 사람이라서 좋아. 우유부단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은 회피하지 않고. 자신이 결정한 일에 책임지려고 노력하고. 외로움이 크고 다정하고 애교도 많은 사람이라 사소한 활동도 같이 하고 싶어 하는데,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한 사람이거든. 그럴 때는 나 혼자 어디 카페 같은 데로 도망가서 좀 떨어져 있는 식으로 거리감을 조절하는데, 그럼 또 혼자 알아서 놀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하더라고.”라며 애인 자체가 어떤 사람인지 대답한다면, 이 사람은 건강한 연애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제, 외로운 연애와 건강한 연애의 확률에 대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연애란 무엇일까.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는 것이 연애이다. 국어사전에서도 연애를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이라고 정의한다. 애인이 왜 좋은 지 물었는데 나에게 잘해줘서 좋다는 대답은 하나마나한 당연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상대가 나에게 잘해주고 배려하는 건 그 사람의 특성이라기보다 연애의 당연한 속성이다. 만나면 불편하고 재미도 없는 연애를 이어가고 있다면, 내 감정과 사람을 적절히 감지하는 내면의 장치가 고장 난 상태는 아닌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첫 번째 사례에서 애인이 좋은 이유로 ‘칭찬도 많이 해준다’는 점을 꼽았는데, ‘나는 애정 결핍이야. 부모님께 받지 못한 사랑과 인정, 칭찬을 애인에게 받고 있어. 부모님이 아이를 칭찬하듯, 선생님이 아이를 칭찬하듯, 애인은 나를 아이 대하듯 칭찬이라는 양분을 주고 있어’라는 의미로 들린다. 이는 관계의 주도권이 상대에게 있고, 인정 욕구에 목마른 나는 상대의 태도에 따라서 행동이 달라지고 끌려 다닐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쉽게 길들여지고 조종당하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첫 번째 사례에서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모호해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고집이 세고 표현에도 인색한 전 애인과 다르다는 비교로는 사람의 성격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현재 애인의 판단 기준으로 전 애인을 삼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는 사람을 판단하는 나만의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그 사람 자체의 매력을 알아보기보다 전 애인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서 선택했을 심산이 크다. 이 경우, 사람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집이 센 사람을 피하려고 나에게 잘 맞춰주는 점에 끌려서 사귀었는데, 세상 모든 사람에게 잘 맞춰주는 우유부단한 사람일 수도 있고, 알고 보니 마찬가지로 고집이 센 사람이라서 이 점을 감추려고 잘 맞추는 사람으로 보이고자 노력을 기울였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어느 하나의 장점에 너무 높은 가치를 부여해 다른 단점은 미처 보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반면, 두 번째 사례에서는 ‘그 사람이 왜 좋아?’라는 질문에 자신의 감정보다는 그 사람 자체를 이야기한다. 구체적인 묘사 덕분에 어떤 사람인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상대는 책임감 있고 결단력이 있으며 어려운 결정도 피하지 않고 감당하는 사람이다. 이기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자기 몫은 잘 챙길 줄 아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한편, 외로움을 많이 타고 의외로 애교쟁이이며, 연인과 많이 밀착되고 싶어 하지만, 자신도 과도하다고 알고 있어서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상대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드러난다. 자기 몫을 잘 챙기는 사람은 손해보지 않도록 영리하고 계산을 잘하는 사람이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서 이기적이고 속물로 비칠 수도 있는데, 두 번째 사례에서는 장점이 곧 단점일 수도 있다는 사람의 양면성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외향적vs내향적으로 성향이 다르고, 애착 욕구의 크기가 다른 안 맞는 점 때문에 생기는 갈등을 현실적으로 적절히 타협하는 노하우도 발휘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상대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할 수 있는 면은 수용하고, 수용할 수 없는 점은 갈등을 거쳐 타협하는 유연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자기 자신과 상대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건강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외로워서 하는 자존감 낮은 연애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이 외로운 사람이라고 수긍해야 한다. 괜찮은 척, 아닌척 하는 자존심을 내려두고 자신이 독립적인 것 같지만 실은 외로워서,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서, 자신의 감정을 헤프게 여기저기 퍼주며 상대만큼이나 나 역시도 상대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별을 하고서 연애를 바로 하지 말고, 이혼을 하고서 곧바로 재혼하지 말라는 이유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지난 연애/결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는 의미이다. 이 시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나는 참 외로운 사람이구나’라는 자기 인정이다. 이러한 진득한 자기 성찰 없이는 사람들의 조언 대로 시간이 좀 흘러서 새로운 사랑을 한다고 해도 결국 비슷한 패턴의 연애/결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와 친구들은 여러 모험을 거쳐 마법사를 만나러 에메랄드 시를 찾아간다. 에메랄드 시는 이름처럼 풍경이 아름답고 푸르르며 착하고 상냥한 사람들만 사는 보석 같은 도시이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에메랄드 시는 초록색 대리석 길 위에 초록색 집이 지어져 있고, 사람도, 그들이 입은 옷도, 음식, 물건, 하늘, 햇살까지 모든 것이 에메랄드 빛깔로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에메랄드 시는 다른 도시와 다르지 않다. 다만, 이곳에서는 모든 사람이 오랫동안 초록색 안경을 끼고 살아서 정말로 에메랄드로 만들어진 도시라고 믿을 뿐이었다. 외로워서 하는 연애에서 벗어나려면 현실을 왜곡하는 초록색 안경을 벗어던져야 한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인 에메랄드 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초록색 안경을 벗지 않는 한 아무리 애를 쓰고 조심해서 상대를 고르더라도 결국 크고 작은 녹색의 사람들 곁을 맴돌뿐이다.


*<외로워서 연애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영상에서도 생생한 이야기로 들려드립니다. ^^

이전 08화 완전한 사랑이 완벽한 사랑일까? 내 사랑의 유형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