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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Feb 24. 2024

지난해 책 출간 뒤 뜻밖의 수확

서로가 서로의 치유제가 되다

지난해 <부모님과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출간하고 얻은 뜻밖의 수확은 지인들과 유대감이 더욱 깊어졌다는 겁니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은 지인들에게 출간 축하를 받았고, 이를 계기로 그들의 안부도 물을 수 있었습니다. 몇몇은 자신들의 어두웠던 유년기를 고백해서 그들이 '알코올 중독 아버지와 가스라이팅 어머니로부터의 해방일지'라는 부제를 단 제가 쓴 책을 보고 '밝게만 자랐는 줄 알았는데 이런 아픔이 있었구나'라며 놀랐듯이 저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지인이 회사 근처 서점에서 구매했다며 보낸 사진


부모와의 의견 차이, 성향 차이, 이를 좁히지 못한 서운함과 갈등, 다소간의 마음의 상처는 부모-자식 간에 흔히 벌어지는 일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에 간섭하고자 하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식은 부모의 영향력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부모와 자식이 한집에서 매일 부딪으며 서로 간의 의존과 독립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어른으로 성장한 대부분의 자식은 어린 시절의 부모가 '그들도 부모가 처음이라서 때로는 미숙했구나. 그럼에도 그들은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서 나를 사랑했구나'라며 어른의 시선에서 한 인간으로서 불완전한 부모를 이해하고, 자신 또한 불완전한 인간임을 수용합니다.

예닐곱 살 때 엄마에게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은 적이 있는데, 최근의 가치관으로는 이 또한 명백한 물리적인 폭력이지만 엄마를 전혀 원망하지 않습니다. 친구들과 과자 파티를 하고 싶어서 엄마 지갑에서 몰래 돈 만 원을 빼서 쓴 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처벌이었고, 제가 남의 물건을 훔치는 부도덕한 사람이 될까 봐 이를 바로잡고자 한 엄마의 의도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의 제 생각은 과연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매가 최선이었을까 싶지만, 엄마가 평소에 매를 드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제 마음에 상처로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만일 매를 드는 기준이 없이 매 맞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면 이것은 어른이 되었더라도 제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 깊은 상처로 남았을 겁니다.


지인들의 고백은 일반적인 부모-자식의 갈등, 자식으로서 부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책에서 솔직하고 여과 없이 자기 공개를 한 만큼 저와 비슷한 상처를 안고 살고 있거나, 혼자서 울분을 삭이며 내면의 갈등을 거친 지인들이 책을 읽고 기꺼이 자신이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어른으로서 마음속 상자에 봉인한 저마다의 내면아이를 불러와 서로 고생했다고 토닥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말은 못 하지만 자신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암시하는 말을 건네기도 했는데, 이는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정서적 학대에 속할 만한 정신적/심리적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이들이 생각보다 흔하다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흔하다' 이 발견이 더없는 위로가 되었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술주정 때문에 고통받지 않은 자식은 드물지 않을까 싶을 만큼 제가 유년기, 청소년기를 보낸 몇십 전만 해도 가정을 비롯한 학교/사회 곳곳에서 일상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를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이 책 덕분에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유대감을 느끼며 내면의 상처는 더욱 아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치유제가 되어주었습니다.


지인은 내가 몇몇 서점에서 직접 책 속에 붙여 놓은 손글씨 메모를 발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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