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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펄 Jun 24. 2024

결혼을 생각한다면 꼭 물어야 할 ‘질문’

가짜 효자/효녀, 마마보이/마마걸 알아보는 법 ①

10대 때는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인기 있는 아이를 좋아했다. 누구나 선망하는 사람을 선망했다. 20대 초반에는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널린 만큼 별 생각이 없었다. ‘최근에 개봉한 ○○ 영화 좋아하세요?’ ‘저도 좋아하는데!’, ‘이번 주말에 뭐 하세요?’ ‘별일 없는데요’ ‘제가 이번에 괜찮은 맛집을 하나 발견했는데, 같이 가실래요?’ ‘좋아요!’처럼 취향이 비슷하다고 믿고서 호감이 가면 시간을 맞춰 놀러 다니고는 했다. 사람보다는 데이트와 가벼운 만남에 초점을 맞춘 시기였다.




20대 후반에는 다정하고,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며, 잘 맞는다고 믿었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했다. 하지만 (당시의 내 입장에서는) 상대의 배신(변심)으로 이혼에 이르렀고, 이별의 상처를 애도하는 과정에서 실은 내가 의존적인 사랑을 했다고 깨달았다. 나를 지켜주고 무한한 사랑을 베푸리라고 ‘믿은’ 상대방이 떠날까 봐 상대에게 지나치게 맞추고(집착하고) 내 감정을 회피했다고 알게 되었다. 이는 전 배우자도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나에게 의존적인 사랑을 기대했고, (현실 불가능한) 이상적인 사랑이 충족될 수 없다고 판단하자 떠나기로 한 것이었다.


우리는 각자 구체적인 상황과 정도는 다르지만, 강압적이고 간섭이 심하며 때로는 폭력적이고, 또 한편으로는 부모가 꼭 필요한 순간, 그들이 개입해야 할 때 방임되거나 방치된 불안정한 성장기를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부모가 우리에게 관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된 돌봄과 사랑을 경험하지 못해서, 부모로부터 결핍된, 부모로부터 받고 싶은 ‘나를 사랑하다면, 내 말이라면 무엇이든 상대가 무조건 들어줄 거야’처럼 이상화된 무조건적인 사랑을 상대에게 갈구하고 있었다. 


우리는 또한 제대로 된 사춘기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부모는 기대거나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때로는 공포 분위기가 팽배한 집안에서 사춘기의 특권이라고 할 수 있는 부모에게 반항을 하거나 어리광을 부리거나 신경질을 부릴 수 없었다. 상처받고 힘이 들고 내적 갈등도 겪었지만, 이러한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해소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우고 경험할 수는 없어서, 감정과 상황의 회피에 익숙했다. 가끔은 부모에게 대든 적도 있지만 위압적인 부모를 당해낼 순 없었고, 요지부동에 고집불통인 부모를 보며 감정을 억누르고 무력감을 느꼈다.


커 보이고 나를 지켜줄 것 같던 이상화한 부모를 실수도 하고, 부족한 평범한 인간으로 느끼고 수용할 때 아이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이때가 바로 아이가 부모를 넘어서는 순간이다. 하지만 사춘기 내외적 갈등의 ‘분출’과 ‘해소’, ‘화해’와 ‘통합’을 건너뛴 우리는 신체는 어른으로 성장했지만 마음은 아이 상태에 고착된 어른아이에 머물러 있었다. 겉으로는 점잖고 어른스러워 보였지만, 정서적, 심리적으로는 부모로부터 제대로 분화되지 못한 상태인 마마걸, 마마보이에 지나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혼란스러운 시기는 언제였는지, 자기 자신이 혐오스럽고 우울하고 외롭다고 느낀 시기가 있었는지, 그 시기를 어떻게 견디고 보냈는지, 그 끝에 얻은 자기만의 해답은 무엇인지 – 결혼을 생각하는 상대라면 꼭 묻고 답을 들어야 할 질문이다. 비단 결혼 상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서로 터놓고 대화가 필요한 주제이다.


문제는 이혼 뒤 뒤늦은 사춘기를 겪으며 뒤늦게 자아의 통합을 경험한 나처럼,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않은 사람은 이에 대한 답을 들어도 상대방이 심리적/정서적으로 제대로 독립이 된 사람인지 파악할 길이 없다. 그 자신이 부모로부터 정서적으로 완전히 분화하지 못한 가짜 효자, 가짜 효녀, 마마보이, 마마걸이기 때문이다. 점입가경으로 타인 의존적/지배적/지향적인 자신을 정서적으로 독립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흔하고, 정작 변해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외면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부모로부터 심리적/정서적으로 독립한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는 가상의 구체적인 사례를 풀어보려고 한다.


아버지가 습관적으로 외도를 해 부모님이 자주 불화한 성장기를 보낸 수호와 정우, 각자의 이야기이다.



이 시리즈는 다섯 개의 글로 구성했습니다.


1. 결혼을 생각한다면 꼭 물어야 할 ‘질문’ - 현재 글

2. 아버지의 외도 사실을 감추고 싶은 수호 이야기 - 다음 글(예정)

3. ‘우리집은 콩가루 집안입니다’ 정우 이야기

4. 정서적으로 독립한 사람, 아닌 사람 – 대화의 차이

5. 완벽해 보이는 모범생의 결혼생활이 불행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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