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면 더 편하고 더 많이 벌 줄 알고 첫 사업 우여곡절 이야기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만 해도 나는 자영업이 지금보다 나은 삶일 줄 알았다.
적어도 회사보다는 덜 답답할 줄 알았다. 눈치 볼 상사도 없고, 의미 없는 회의도 없고, 남의 회사 실적 대신 내 가게 매출을 올리면 훨씬 보람도 크고 돈도 더 남을 줄 알았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쉽게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늘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내가 이 정도 일머리면, 내 가게 하나쯤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남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 내 장사를 하면 더 편할 것 같았고, 적어도 내가 한 만큼은 벌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막상 겪어보니 내가 몰랐던 건 장사가 아니라 운영이었다.
가게 문을 여는 건 생각보다 빨랐다. 자리 구하고, 계약하고, 인테리어 하고, 직원 뽑고, 오픈 준비하는 것까지는 힘들어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사장이 되면 회사보다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더 오래 묶였다.
출근 시간은 내가 정하지만 가장 먼저 나와야 하는 사람도 나였고, 퇴근 시간은 마음대로인 줄 알았는데 결국 가장 늦게까지 남는 사람도 나였다.
회사 다닐 때는 일이 끝나면 적어도 집으로 가져오진 않았는데, 가게를 시작하고 나서는 문을 닫고 집에 와서도 일이 끝나지 않았다.
누가 몇 시에 출근했는지, 왜 오늘은 바빴는데 돈이 안 남는지, 휴게시간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급여는 몇 분 차이까지 반영해야 하는지, 내일 점심엔 또 어디서 꼬일지.
몸은 가게에서 일하고 머리는 집에 와서도 계속 일했다.
돈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다닐 땐 월급이 적다고 불평했지만 적어도 얼마가 들어올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장이 되고 나니 매출이 찍혀도 그게 내 돈이 아니었다.
식자재비 빠지고, 배달 수수료 빠지고, 월세 빠지고, 인건비 빠지고 나면 분명 오늘 하루 종일 뛰었는데 통장에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숫자만 남아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사장이 되면 더 편하고 더 많이 벌 줄 알았던 건 그냥 내가 바깥에서 본 착각이었다는 걸.
자영업은 내가 한 만큼 버는 일이 아니라 내가 놓친 만큼 흔들리는 일이 더 많았다.
직원이 늦으면 그건 단순히 몇 분 지각한 게 아니었다. 준비가 밀리고, 흐름이 꼬이고, 내가 원래 봐야 할 걸 놓치게 됐다.
출근했다고 말하는 시간과 실제로 일을 시작한 시간은 달랐고, 잠깐 쉰 것과 정말 쉬었다고 느끼는 휴게도 달랐다.
급여는 숫자처럼 보였지만 막상 계산하려고 앉으면 숫자보다 감정이 먼저 올라왔다.
나는 더 준 것 같은데, 직원은 덜 받은 것 같고, 둘 다 틀린 말만 하는 건 아닌데 둘 다 억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피곤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가게를 연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매일매일 흔들리는 걸 겨우 붙잡고 있었던 거였다.
한동안은 좋은 사람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다음엔 기준만 잘 세우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도 반만 맞았다.
좋은 사람만 있어도 기준이 없으면 언젠가 흔들리고, 기준만 세워도 사람이 납득하지 못하면 결국 멀어진다.
가게를 굴리는 건 사람일까?, 시스템일까? 계속 생각했는데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결국 둘 다 필요했다.
사람이 안심할 수 있는 기준, 그리고 그 기준을 끝까지 확인하고 책임지는 대표.
그게 없으면 가게는 그날그날 버틸 수는 있어도 오래 가진 못한다.
예전의 나는 사장이 제일 많이 일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래서 더 빨리 움직였고, 더 늦게까지 남았고, 더 많이 참으면 되는 줄 알았다.
지금은 안다.
사장은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확인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누가 언제 일했는지, 어디서 흐름이 막히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급여를 계산해야 하는지, 왜 어떤 날은 무너지고 어떤 날은 버텨지는지.
그걸 보고, 남기고, 설명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
그게 사장이었다.
웃긴 건 가게를 연 뒤에야 나는 내가 사장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거다.
나는 그냥 제일 바쁜 직원처럼 일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조금씩 사장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도 부족하다. 여전히 예상 못 한 변수는 터지고, 어떤 날은 매장이 내 마음처럼 굴러가지 않는다.
그래도 예전처럼 막막하진 않다.
적어도 이제는 안다.
문제가 안 생기는 가게를 만드는 게 아니라, 문제가 생겨도 무너지지 않게 운영하는 게 진짜 사장의 일이라는 걸.
회사를 그만둘 땐 사장이 되면 더 편할 줄 알았다.
지금은 안다. 편한 건 아니었다.
대신 더 선명했다.
내가 왜 힘든지, 어디서 흔들리는지,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전부 내 눈으로 봐야 하는 삶이었다.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진짜였다.
아마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닐 거다.
가게를 여는 건 시작이었고, 진짜 사장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