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사랑> Like Crazy
누구에게나 사랑의 시작은 뜨겁다. 서로를 알아가는 것도.. 함께 따뜻한 밥 한끼 먹는 평범한 순간도 당사자에겐 짜릿하기만 하다. 함께할수록 시간과 사랑의 농도는 짙어지고, 이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는 감정이 들게 된다.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 시간을 붙잡고자 우린 평생을 하기로 약속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처음과 달라진 상대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함께 하던 그 시간이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고 서로를 향하던 눈빛이 조금씩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될 때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랑이 식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사랑이 식어가고 있음을 알아버렸을 때, 우린 서로에게 어떤 모습일까?
영화 <Like crazy>는 뜨겁게 사랑했던 두 사람의 모습이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로 천천히 식어가는 사랑의 과정을 그리며 그 안에서 두 사람의 감정선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초록색으로 되어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넘어가시길..)
여자 주인공 애나(펠리시트 존스)와 남자 주인공 제이콥(안톤 옐친)은 같은 수업을 듣게 됨을 계기로 서로를 알아간다. 애나의 수줍은 고백으로 두 사람의 사랑은 시작되고, 서로를 알아갈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깊어져 간다. 여느 CC처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두 사람은 국적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었다.
영국인인 애나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비자가 만료되어 더 이상 미국에 머무를 수 없게 된다. 학기가 마침과 동시에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제이콥과의 달콤한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던 애나는 결국 출국기한을 어겨가며 미국에 더 체류하게 된다. 친척의 결혼으로 1주일만 영국에 머물고 미국에 돌아오려 했던 애나는 결국 입국 거절을 당하며 두 사람은 원치 않는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연인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별개로 두 사람은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삶을 살아야 했다.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제이콥은 미국에서 자신만의 일을 시작하고,
책 읽기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애나는 영국의 한 잡지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런던과 LA
떨어진 거리만큼 두 사람의 시간은 서로를 향하기보단 자신의 일에 더 집중해야 했고,
서로에 대한 그리움으로 밤새 전화통화를 하기보단 내일 출근을 위한 오늘 밤 수면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할 시간을 그리기보단 서로 각자의 미래에 더 집중해야 하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타국에 있는 서로가 미치도록 그리워 제이콥은 애나를 찾아 영국에서 짧은 휴가를 보내게 되지만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두 사람은 함께하는게 조금은 어색해진다.
애나의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빌렸던 물건을 돌려주러 온 흔한 애나의 남사친의 방문에서도..
애나의 부모님이 무심코 언급한 '결혼'이란 단어에서.. 그전엔 서로에게 느끼지 못했던 무거운 공기가 흐른다.
그랬다.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미치도록 서로를 그리워했던 예전과는 다른 두 사람의 모습을 영국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다시 돌아간 각자의 삶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빈자리를 다른 사랑으로 채운다. 서로의 빈자리가 컸기 때문인지.. 다가온 사랑 앞에 그저 흔들린 것인지도 모르게 두 사람은 가까운 곁에 있는 사람과 사랑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곁에 있는 사람으론 서로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었던 두 사람은 결국 영국에서 결혼을 단행하고 6개월 뒤 미국에서도 결혼을 하려 하지만 철없을 때 했던 잠깐의 불법체류가 다시 두 사람의 발목을 붙잡는다.
비자 승인이 이번에도 떨어지지 앉자 두 사람은 방황한다. 서로를 너무나 그리워했기에 결혼까지 하며 영원히 함께 살기로 약속했지만 자꾸만 꼬이는 현실 앞에 두 사람의 사랑은 자꾸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결말은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두 사람이 떨어져 있던 그 시간... 그 거리만큼
서로의 시간은 다른 기억과 경험들로 채워지고 함께한 시간보다 각기 다르게 채워진 그 시간들이 더 크게 느껴질 때 두 사람은 어색해진다. 그리고 영화 속 두 주인공의 모습처럼 낯설어진 서로의 모습에 당황하게 된다.
이 낯선 감정이 일시적인 것인지, 더 이상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서인지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기에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또 그렇다고 숨기지도 못한 체 그저 담담히 현재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젠 두 사람이 함께 시간과 공간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영화 속 장면이 내겐 슬퍼 보였다.
그런 모습을 잔잔히 그려낸 이 영화가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날카롭게 우리의 마음을 파고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사랑이란 감정에 매몰되면 그 사람밖에 보이지 않다가 서로에게 익숙해지거나, 서로의 시간이 다른 것들로 채워지면 사랑이란 감정보다 다른 현실적인 것들과 감정들이 더 빠르게 그 사람의 마음을 지배해버린다.
<효리네 민박> 속 효리네 부부처럼 모든 커플이 언제나 서로를 바라보며 알콩달콩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지만 평범한 우리의 사랑은 사랑 이외에 것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래서 함께 채워간 서로의 시간만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채워진 각자의 시간들이 중요하고, 사랑 외에 서로를 둘러싼 환경도 그만큼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되었든 상대가 되었든 식어가는 사랑을 바라보는 것만큼 잔인하고 슬픈 건 없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우리에겐 누구나 식어가는 사랑을 바라봐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결혼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어떤 이는 그런 식어가는 사랑을 처절하게 붙잡아 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식어가는 사랑을 단호히 끊어내기도 한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감정의 불확신과 상대에 대한 미안함으로 식어가는 사랑을 바라만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각기 다른 이유로 식어가는 사랑을 바라봐야 할 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서로에게 덜 아프게.. 현재의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아니, 견뎌야 한다는 표현보단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영화는 그 어려운 문제의 답을.. 결국 영화가 끝나도 알려주진 않았다.